제이콥 주마 전 대통령 재임 당시 원전건설 계획 중단

[이투뉴스]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최근 발표한 국가에너지 계획에서 석탄 의존도를 낮추면서 원자력 발전량을 늘린다는 기존 계획 대신 재생에너지원을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제프 라데브 남아공 에너지부 장관은 프리토리아에서 최근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2030년 이후 원자력 발전량이 더 필요할 지 결정할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결과가 나올 때까지 원자력발전을 늘리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남아공의 이번 발전부문 통합 자원계획은 7년만의 정부 계획이란 측면에서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블룸버그> 통신에 의하면, 남아공 정부는 풍력발전 가스발전 확대 의지를 피력했다.

통합 자원 계획은 국가 장기 전력 수요를 전망하고, 발전량을 충족하는데 필요한 기반 시설 건설계획을 담고 있다. 한국의 전력수급기본계획이나 에너지기본계획과 같다.

정부는 이 계획을 통해 발전소 종류와 갯수를 정하고 노후 발전소 폐쇄 시간표를 세운다. 당초 계획은 매 2년마다 수립될 예정이었으나 2011년 계획을 이후로 중단됐다.

당시 남아공 정부는 전력수요가 2010년 39GW에서 2030년 68GW까지 늘어날 것으로 봤다. 이에 따라 수요를 원자력 9.6GW, 태양광 및 풍력 등 재생에너지 17.6GW, 신규 석탄화력 6.3GW 추가건설로 충족하려고 했다.

그러나 실제 남아공 전력 수요는 오히려 하락세다. 현재 수요는 10년 전과 같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게 에너지부의 설명이다. 

지난 2월 퇴임한 친원전론자 제이콥 주마 남아공 전 대통령은 재임 당시 원전 8기(9.6GW)를 신규 건설하려 했으나 끝내 관철시키지 못했다.

하지만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은 원전 개발을 배제하고 있다. 경제 성장이 예상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원전 건설 비용이 부담될 뿐만 아니라 남아공 국민들이 신규 원전 개발을 신뢰하지 않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주마 전 대통령이 원전사업 개발을 비합리적인 방법으로 추진했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국민 신뢰도 떨어졌다.  

이번에 새롭게 발표된 통합 자원계획에 따르면, 남아공은 풍력과 천연가스 각각 8100MW, 태양광 5670MW, 수력이 2500MW를 각각 증설할 계획이다.  

현재 남아공의 에너지믹스에서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석탄은 불과 1000MW가 추가된다. 남아공 에너지부와 국가 에너지 규제처, 국영 전력사 엑스콤 홀딩스 SOC Ltd.가 이 계획을 주도하고 있다.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은 1000억 달러 투자 유치 방법을 강구하기 위해 올해 엑스콤 경영진을 교체하기도 했다. 아울러 민간 생산자들이 더 많은 재생에너지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방안을 찾고 있다.

그러나 일부 노동 단체들은 개별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이 일자리를 위협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이를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의 전력공기업들이 민간발전사업 확대를 경계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 계획이 추진되면 2030년 석탄화력은 남아공 전체 설비용량의 절반 이하로 떨어지고, 발전량은 65% 수준이 된다. 가스와 풍력 발전은 설치 용량의 3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라데브 장관은 "2030년 이후부터 노후화 된 석탄 화력 발전소들이 폐쇄되면서 남아공 에너지 믹스에 상당한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엑스콤의 석탄 발전소 중 30GW 상당이 2040년께 수명을 다 한다. 

앞서 파리 기후 협정에서 탄소배출 저감을 약속한 남아공은 현존 노후 석탄화력 발전소 대부분을 점차적으로 폐쇄해야 한다. 무역단체 조합은 이에 따른 일자리 축소를 반대하는 집회를 준비하고 있다. 

이번 통합 자원 계획안은 대중 여론 수렴을 위해 향후 60일간 공개된다. 

한편 지난 4월 제르 라데브 남아공 에너지부 장관은 27개 민간발전사와 재생에너지 생산거래 동의서에 서명했다. 2년 이상 지연된 이번 결정은 남아공의 재생에너지 사업을 부활시킬 것으로 업계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이 사업들은 향후 2~3년간 47억 달러(약 5조 2127억원)의 투자를 이끌어 낼 예정이다.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이 지난 2월 새로 임명한 라데브 장관은 이번 결정이 더 빨리 이뤄질 수 있었으나 국가 금속 세공인 조합과 트랜스폼 RSA가 진행한 소송으로 지연됐다고 밝혔다.

이 단체들은 재생에너지 사업이 일자리를 위협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영전력사 에스콤 홀딩스 SOC Ltd.의 방해도 있었다. 에스콤 경영진들은 재생에너지가 값 비싸고 공급이 불규칙하다고 주장해 왔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변화을 앞둔 기득권의 저항은 간단한 문제가 아닌 듯하다.  

시애틀=조민영 기자 myjo@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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