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 수립이 한창이다. 정부가 5개 분과로 산업계·학계·시민단체 등이 두루 참여하는 워킹그룹을 구성해 현재 초안을 마련 중이다. 워킹그룹도 에너지 공급자 관점의 원별 분과 구성에서 탈피해 정책수요 중심으로 판을 짜고 있다. 에너지기본계획은 국내 에너지 관련 계획 중 가장 상위에 있는 기본계획이다. 에너지계획 중 유일하게 에너지위원회 및 녹색성장위원회를 거쳐 국무회의까지 올라가는 이유다.

여기엔 국내외 에너지 수요 및 공급 전망, 안정적 공급·관리 대책, 에너지원 구성 및 이용효율 향상, 신재생에너지 공급 확대, 에너지 기술개발 등의 정책이 망라된다. 1차(당시에는 국가에너지기본계획)와 2차 계획 수립 당시에는 많은 관심과 함께 일부 내용이 알려질 때마다 찬반여론으로 갈려 에너지바닥 전체가 시끄러웠다. 특히 2차 때에는 2030년 기준 원자력발전 및 석탄 비중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를 둘러싸고 마찰이 극에 달하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 추진되는 3차 에기본은 어찌된 일인지 상대적으로 조용하다. 두 번에 걸쳐 전국을 순회하면서 의견을 수렴할 때는 물론 최근까지 평온한 분위기다. 단적으로 지난주 열린 3차 에기본 중간설명회만 보더라도 주최측이 500좌석을 준비했으나 채 절반도 차지 않을 정도로 썰렁했다. 질문이나 건의도 그다지 없었다.

물론 아직 전원믹스 등 구체적인 내용이 공개되지 않아 물밑에서만 조용히 움직이고 있는 정황도 있다. 하지만 지난해 말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과 올 7월에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 기본로드맵(수정안)’이 확정된 상황에서 추가로 나올 얘기가 별로 없기 때문이란 분석도 많다. 한 마디로 최상위계획인 에너지기본계획이 먼저 큰 틀을 정해 준 후 에너지원별 계획 및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 등이 후속으로 나와야 함에도 순서가 뒤바뀌었다는 얘기다.

3차 에기본에 담겨야 할 내용 중에선 장기 에너지 수요전망과 전원믹스(특히 재생에너지 비율)가 핵심적인 이슈다. 하지만 전원믹스는 8차 전원계획을 통해 이미 윤곽이 잡혔고, 온실가스 감축 문제도 로드맵 수정안에서 웬만큼 가르마가 타진 상황이다. 정책도 에너지전환이 모든 주제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여 나올 게 별로 없다. 그나마 올여름 폭염 여파로 장기 에너지수요전망 및 수요관리 목표치 정도가 관심 사안으로 남았다.

중간설명회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과거 에기본 수립 당시에는 자리가 없어서 난리일 정도로 엄청난 이슈와 관심을 몰고 다녔는데 이번에는 벌써부터 김이 빠진 듯한 모습”이라며 “사실상 전원믹스를 필두로 한 전력부문이 에너지 전체를 좌지우지하고 있는 상황이라 에기본보다 전력수급기본계획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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