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욱 이투뉴스 발행인

[이투뉴스 사설] 어이없는 일이 또 벌어졌다. 석탄이나 기름을 사용해 생산한 전기요금이 다시 기름값보다 싸진다는 얘기다. 원료보다 최종 제품이 더 저렴한 가격왜곡은 유가가 폭등했던 2010년부터 2014년까지 격심했다. 가까스로 정상화되던 에너지 가격구조 왜곡이 다시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집계한 에너지원별 TOE(석유 1톤당 발열되는 에너지)당 에너지 가격 추이를 보면 지난해 1TOE에 1068달러였던 국내 등유가는 올 1분기 1194달러로 값이 뛰었다. 2016년부터 국제유가가 꾸준히 올랐기 때문으로 3분기에는 이미 1200달러를 넘어섰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같은 등유 가격은 국내 가정부문 전기요금보다 2005년 이후 줄곧 낮았으며 유가가 크게 올랐던 2010~2014년 역전폭이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전기요금이 원료보다 가격이 저렴한 왜곡구조는 전기로 모든 에너지가 집중되는 현상을 초래한다. 즉 기름보일러를 사용하거나 가스 난방의 경우 부대비용이 많이 소요되는데다 불편하기 짝이 없다. 그러나 전기는 한번 시설만 해놓으면 스위치 하나 조작으로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바꾸어 말하면 1차에너지인 석유나 석탄 등 보다 2차에너지는 생산과정에서 상당한 손실을 가져오는데도 불구하고 가격은 저렴한 왜곡 현상은 엄청난 부작용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냄새나고 자격증을 가진 전용기사를 채용하는 에너지와는 달리 편리하고 부대비용이 들지 않기 때문에 모든 에너지가 전기화되는 사태를 막을 수 없다.

원가보다 싼 전기요금을 고수하는 것은 최대 공기업인 한국전력의 부실을 가져올 수밖에 없으며 한전의 부실은 나중에 다시 국민에게 고스란히 돌아가게 되어 있다. 한전의 부실도 큰 문제인데다 더욱 심각한 것은 에너지 효율화와 에너지 절약을 위한 투자를 하지 않도록 하는 주범이 바로 원가보다 싼 전기요금이다.

이처럼 왜곡된 에너지요금 체계에서 소비자들은 전기를 주체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선택권도 갖고 있지 않다. 우리나라 전기요금 체계는 송전거리는 물론 시간대별 사용량에 따른 차등요금제가 실시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전기 소비자에게는 아무런 선택권이 주어지지 않고 있다.

전기가 남아도는 시간에 값이 싸게 적용된다면 그때 전기를 사용하는 소비자가 늘 것이며 이때 시장경제 원리가 작동돼 자원의 효율적 배분이 이루어진다. 그러나 현 요금체계는 송전거리와 상관없고 시간대별 사용량과도 관계없이 일률적인 요금이 부과됨으로써 소비자들은 울며겨자 먹는 신세다. 전기화를 가속시키는 왜곡을 막기 위해서는 에너지 가격 결정 구조를 더 이상 정부가 독점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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