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환 홍익대학교 전자전기공학부 교수

▲전영환 홍익대학교 전자전기공학부 교수
전영환
홍익대학교
전자전기공학부 교수

[이투뉴스 칼럼 / 전영환] 2001년에 우리나라에서는 전력시장 구조개편의 일환으로 CBP(Cost Based Pool, 비용기반전력시장)시장을 발족했다. 이는 각 발전기의 비용을 평가해 입찰하는 방식으로 완전한 시장인 발전사업자와 판매사업자간에 개설되는 도매전력시장, 판매사업자와 소비자와의 사이에 전력을 거래하는 소매전력시장으로 가기 위한 임시적인 전력시장이었다. 

그 이후 17년이 흘렀지만 우리의 전력시장은 아직도 2001년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반면, 미국과 유럽의 대부분의 전력시장은 이미 성숙단계에 이르렀고, 이러한 시장체제에서 재생에너지의 증가에 따른 시장제도의 개선을 모색하고 있다. 그동안 전력산업 부문에서 보수적이었던 일본도 후쿠시마 사태를 계기로 전력시장을 도입하기로 결정하고 그 계획은 단계적으로 착실히 이행하고 있으며, 2021년에 완전한 시장체제를 갖출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2017년 발표된 신에너지정책에 따라 재생에너지의 급격한 증가가 정책적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정부의 규제를 기본으로 하는 현재의 CBP 시장으로 이러한 변화를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은 우리의 에너지전환 정책을 성공적으로 이루기 위해서는 매우 중요한 문제다.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의 기본은 재생에너지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하고, 이후 경쟁력을 가진 재생에너지가 에너지 공급체계의 기본이 되도록 전환하는 데에 있다. 재생에너지 후발 주자인 우리로서는 해외 재생에너지 선진국의 경험과 조언이 매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2018년 9월7일 제14회 서울국제전력시장 콘퍼런스에서 ‘전기차와 신재생에너지가 전력계통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한 Bloomberg New Energy Finance의 Ali Izadi씨는 한국의 3020 재생에너지 정책은 전력시장이 아닌 현재의 규제에 의한 체제에서는 달성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Ali 씨의 이러한 견해는 설득력이 매우 크다. 이를 간단하게 몇 가지만 거론하면 다름과 같다.

첫째, 변동성을 가진 재생에너지가 경쟁력을 갖추게 되면 기존 사업자와의 경쟁은 피할 수 없다. 이러한 경쟁은 규제로 해결할 수 없으며 경쟁의 결과는 소비자의 이익으로 나타난다. 규제로 모든 사업자를 살릴 수는 없다는 점을 이해하여야 할 것이다. 이러한 경쟁은 전력시장에서 재생에너지와 경직성 전원인 원자력, 석탄발전 사이에 특히 극명하게 나타날 것이다. 

둘째, 선진 전력시장체제에서는 재생에너지도 입찰에 참여하도록 하고 있다. 재생에너지가 시장에 입찰하게 되면, 에너지와 가격을 입찰하기 때문에 출력예측의 정확성에 인센티브를 줄 수 있다. 이러한 장점을 CBP 제도에서는 기대하기 어렵다. 

셋째, 현재 제도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소규모 태양광이나 풍력발전기를 모아서 에너지를 거래하는 중개사업자는 소매전력시장과 요금제의 개선 없이는 그 역할을 기대하기 힘들다. 모든 판매자가 독점기업인 한전에 전력을 판매하는 체제를 가정한다면, 중개사업자는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재생에너지가 많은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고도의 운영시스템도 필요하지만, 인센티브를 활용한 시장제도도 매우 중요하다. 재생에너지가 가져올 계획 및 운영의 복잡한 문제를 규제로만 해결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미국에서 옐로우스톤 국립공원의 파괴된 생태계를 복구하기 위해 가장 효과적이었던 대책은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특별한 제도가 아니라 인간이 멸종 시켰던 늑대를 다시 풀어서 자연 생태계를 복원시켰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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