⑥ 에너지효율화를 위한 정부의 역할 2- 현재의 규제에 이어

[이투뉴스/구민회 EE제이] 이번 7회에서는 기업들이 산업부문의 에너지 효율화를 위해 투자했을 때 어떤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는 지 알아본다. 이에 앞서 개념의 정리를 위해 인센티브의 의미를 간단히 살펴보자. 국어사전에서는 인센티브를 ‘어떤 행동을 하도록 의욕을 북돋우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자극’이라고 정의한다. 인센티브라는 자극이 에너지나 환경 기타 정책에서 어떻게 실현되는지 확인하고자 여러 연구를 살펴보았다.

그 중 한국법제연구원에서 발간한 ‘환경규제상의 인센티브에 관한 연구’에 의하면, 환경규제의 범주를 명령 통제 방식과 시장적 또는 경제적 유인수단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후자에 대해서만 인센티브 방식의 제도로 파악하는 것이 학계의 일반적인 경향이라고 한다. 또한 인센티브의 역할은 사업자가 친환경적 행위의 의사결정을 할 때 동기부여요소와 장애요소 각각의 무게감에 변화를 주는 것이며, 인센티브는 동기부여요소를 강화하고 장애요소를 감소시킴으로써 친환경적 행위를 유도한다고 한다. 보고서에서 제시된 동기부여요소와 장애요소의 예는 아래 [표1]과 같다.

그렇다면, 현재의 제도적 인센티브가 과연 동기부여요소를 강화하고 장애요소를 약화시켜 기업들의 에너지 효율화 행위를 유도하고 있을까? [표2]는 ‘에너지이용 합리화법’에 근거한 주요 인센티브를 정리한 것이다. 규모와 중요성 등을 감안할 때 자금지원과 투자세제지원, 두 가지 제도는 좀 더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자금지원제도는 중견·중소기업에게 에너지절약형 시설 투자비의 일부를 낮은 이자율로 융자해 주는 사업으로서 에너지절약시설투자와 ESCO투자에 대한 자금 지원으로 대표된다. 2018년 기준 지원한도액은 사업장당 최대 150억원 이내이고 대출기간은 3년거치 5년 또는 7년 분할상환이다. 그런데 [표3]에서 보듯이 지원규모가 계속 대폭 축소되고 있다.

2017년 전체 지원액은 3500억원에 불과하였는데, 2018년 전체 예산은 이보다도 5백억원이나 줄어들었다. 특히 ESCO 투자사업 지원 규모는 2013년의 3097억원을 정점으로 계속 줄어들어, 2017년 처음으로 1000억원 대 이하로 떨어져 전년 보다 무려 700억원이나 줄어든 521억원이 되었다.

ESCO사업은 시장의 자율성을 기반으로 하는 제도이고 지금까지 시장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오랫동안 지원해 왔던 만큼 이제는 지원액을 줄이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이 있다. 또한, 자금 지원대상에서 대기업이 배제되고 시중금리가 낮아져 정부의 융자지원의 매력이 떨어지면서 전체 지원액이 줄어든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ESCO시장의 민간자금 규모는 2010년 이후 매년 200억원대 후반에 머물러 있어, ESCO시장을 활성화할 필요성은 아직도 있다(EE제이 2회 참고).

그리고, 중견·중소기업의 에너지 효율화 수준은 대기업에 비해서 현저히 부족한데다 스스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능력에 한계가 있다. 아울러 금융기관도 에너지효율화 투자에 대한 관심이 매우 부족해서 적극적으로 나서지는 않고 있다. 따라서, 정부가 에너지 효율화 투자 활성화를 위한 대안 없이 계속 지원 규모만을 축소해 가는 것이 적절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음으로 세액공제에 대해서 알아보자. ‘조세특례제한법’에 정한 에너지절약시설에 투자할 때 기업은 투자금액의 일정비율(대기업 1%, 중견기업 3%, 중소기업 6%)을 법인세에서 공제 받을 수 있다. 2010년 이후 대기업의 세액공제 비율이 10%→3%→1%로 계속 축소되어 인센티브가 줄어들고 있음에도 총 감면세액은 2000억원대를 유지하고 있다[표4 참조]. 세액공제 비율이 급격하게 낮아지는 상황에서도 감면세액, 즉 에너지절약시설 투자가 늘어난다는 것은 고무적인 상황이라고 해석해야 하는 걸까?

안타깝게도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세액공제는 절약설비 투자액 신고만으로 세금이 감면될 수 있다. 설비 투자로 인한 절약이나 효율화 효과는 공제율이나 공제액에 반영되지도 않고, 효율화 달성 여부에 대한 사후 평가도 제대로 되지 않는 것이다. 물론 이 문제는 각종 세액공제 제도가 갖는 공통적인 문제이기는 하다.

더 큰 문제는 세액공제 설비 투자대상이다. 엄밀한 의미에서 에너지절약시설이라고 보기 힘든 집단에너지시설, 열병합발전시설과 신·재생에너지 생산 시설이 세액공제 대상이 되는 시설에 포함되어 있다. 이들은 일반적인 에너지절약시설인 폐열 회수 설비, 터보블로워, 전동기, 변압기 등 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규모가 크다. 예를 들어 세액공제 대상인 폐기물 매립지의 매립가스 발전시설은 1기 설치비용이 약 100억원에 이른다. 태양광 발전시설 역시 1MW 설치에 15억원가량이 소요되는데, 대기업의 태양광발전시설은 이보다 훨씬 크다.

열병합발전소나 신·재생에너지 생산시설도 온실가스 감축설비이기는 하나, 에너지절약시설로 포함시키는 것은 분명 무리가 있다. 연간 약 2000억원대의 감면세액 중 발전시설을 제외한 에너지절약시설 설치로 인한 공제액은 얼마 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리고 실제로 절약·효율화 사업에 얼마의 금액이 투자되었고 어떤 효과를 거두었는지 파악하기도 힘들다. 이처럼 에너지절약시설보다 발전 시설의 세액공제 규모가 더 클 것으로 추측되는 현재의 ‘에너지절약시설 투자세액 공제’는 에너지효율화를 위한 적절한 인센티브라고 보기 어렵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확인할 인센티브는 2017년 3월부터 배출권거래제에 도입된 ‘내부감축사업 인정’이다. 그동안 배출권 거래제 대상 기업들은 ‘지금 온실가스 감축설비를 도입해도 될까?’, ‘감축기술에 투자한 노력은 어떻게 보상받을 수 있을까?’, ‘배출권이 모자라면 구매하는 방법밖에 없을까?’, ‘배출량을 줄였다가 혹여 차기 할당량이 줄어들면 손해가 아닌가?’ 라는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배출권의 할당, 조정 및 취소에 관한 지침’이 2017년 3월과 2018년 7월에 두차례 개정되면서 배출권 할당량을 산정할 때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온실가스 감축 설비·기술을 도입하여 줄인 온실가스 감축 실적을 반영하도록 하였다. 이전까지는 배출권거래제 대상이 되기 전에 도입한 감축실적이나 외부사업을 통한 감축실적만 할당량 산정에 반영되었는데, 이제는 할당 기간 중에 사업장 안에서 이뤄낸 감축실적도 차기할당량 산정 시 인정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예를 들어 배출권거래제 대상업체가 폐열회수 설비를 도입해 보일러 사용을 줄이면, 차기할당량 산정 시 이 노력이 반영되어 추가 할당을 받게 되는 것이다.

앞으로 배출권 거래제 대상 기업들은 배출권 구매와 감축시설 투자에 대한 장단점에 대해 비교·검토한 후 모자라는 배출권을 시장에서 구매할지 아니면 감축 설비에 투자해 할당을 더 받을 지에 대한 의사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다. 향후 할당 배출권의 양은 줄어들고, 유상할당의 비중이 높아지며, 거래시장에서 배출권이 적정한 가격과 수량으로 거래된다면 기업들은 감축설비와 기술 도입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생각된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내부 감축사업 인정’은 에너지 효율화와 온실가스 감축 동기를 부여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인센티브라는 명칭에 가장 어울리는 제도가 아닐까?

구민회 법률사무소 이이(EE, 怡怡) 변호사 gu@eelaw.kr

키워드
#EE제이 #구민회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