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분석-제3차 에너지기본계획 수립 현황 및 주요 쟁점
신재생 비중 25∼40%서 저울질, 실현가능성 검증 진행중


수요전망에서도 ‘수요관리 강화’ vs ‘치솟는 하절기피크 감안’ 대치

[이투뉴스] 당초 지난달 내놓겠다던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 워킹그룹 권고안이 계속 미뤄지고 있다. 현재 알려진 바로는 민간 워킹그룹에선 권고안 초안을 작성, 정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부가 해당 분야 실무·전문가로부터 기술적으로 가능한지 여부 등을 검증해야 한다며 조율이 늦어지는 것이 권고안이 지연되는 가장 큰 이유로 꼽히고 있다.

이와 관련 김진우 3차 에기본 총괄위원장은 4일 열린 에너지전환 컨퍼런스에서 “당초 이달 초에는 권고안을 확정지려 했지만, 기술적인 문제와 실현가능성 등에 대해 검증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아 계량적인 숫자는 이 자리에서 밝히기 어렵게 됐다”며 “권고안에 대한 검증이 진행되면 추후 정부가 다시 들여다보는 시간이 절약되는 만큼 이달 말에는 확정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이같은 발언은 권고안 확정이 지연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함과 동시에 워킹그룹 내부 및 정부와의 의견조율이 더 필요한 상황이라는 것을 방증한다. 3차 워킹그룹에 참여한 관계자에 따르면 1∼2차 때와는 달리 권고안을 만드는데 정부가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는 전언이다. 따라서 현재 워킹그룹이 만든 초안의 실행가능성 여부와 기술적·경제적 요인 등을 정부가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국정감사를 앞두고 굳이 권고안을 공개, 말썽을 일으킬 필요가 없다는 현실적 이유도 있다는 분석이다. 권고안 내용이 신재생에너지는 대폭 늘어나는 대신 원자력 비중이 낮아질 게 뻔 한 상황에서 야당의 반발을 당겨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온실가스 및 미세먼지 문제 등을 이유로 탈원전에 속도조절을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지만, 대세를 거스를 수준은 아니라는 중론이다.

▲지난 8월 열린 3차 에너지기본계획 중간설명회에서 김진우 총괄위원장(가운데) 등 위원들이 수립현황을 설명하고 있다.
▲지난 8월 열린 3차 에너지기본계획 중간설명회에서 김진우 총괄위원장(왼쪽 네번째) 등 워킹그룹 참여위원들이 수립현황을 설명하고 있다.

◆3차 에기본 주요 정책방향은 윤곽 드러나
워킹그룹은 3차 에기본의 핵심가치를 ‘지속가능한 번영을 위한 대한민국 에너지비전 2040’으로, 비전은 ‘안전하고 깨끗한 국민참여형 에너지시스템 구현’으로 정했다고 밝혔다. 더불어 에너지수요관리 혁신을 통한 고효율 에너지사회 실현과 재생에너지 중심의 통합 스마트에너지시스템 구축을 주요 정책방향으로 제시했다.

6대 정책방향도 사실상 확정단계로 확인됐다. 수요부문에선 에너지수요관리 혁신을 통한 고효율 에너지 사회를 구현하고, 공급부문은 재생에너지 중심의 통합 스마트 에너지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내용이다. 이어 산업부문은 새로운 시장과 일자리를 창출하는 미래 에너지산업 육성, 거버넌스는 국민참여·분권형 에너지 거버넌스 구현, 협력부문의 경우 에너지안보 제고를 위한 자원협력 강화, 인프라부문은 4차 산업혁명과 에너지전환시대에 걸맞는 인프라 확충 등이다.

세부 정책목표도 윤곽을 잡아가고 있다. 먼저 수요에너지수요관리 혁신을 위해 사회적비용과 시장가격을 반영한 중장기 가격·세제 정책방향을 제시하고, 에너지원간 최적의 믹스 구현을 위한 효율적 에너지 조세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또 지자체의 수요관리 권한과 의무를 강화하고 미활용 열에너지 활용 등을 담은 수요관리체계도 구축한다.

공급부문에서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통합 스마트에너지시스템이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소규모(재생) 분산에너지원을 기반으로 전기와 열, 가스를 생산, 최적으로 소비하는 것을 스마트에너지로 표현했다. 또 시장가치나 거래가치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저장(열, 가스, 전기)하는 방안도 모색해 나가기로 했다.

에너지전환 촉진을 위해 도매 전력시장제도 개선에도 나선다. 특히 예비력 가치와 함께?실시간 변동성이 반영될 수 있는 통합다중전력시장으로 개선해 재생에너지 수용성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또 유연성·분산형 에너지원에 대한 지원 강화, 재생에너지 활성화를 위한 공급예측력 제고와 계통연계 수용성 증대, 원활한 입지확보 방안도 내놓을 예정이다.

새로운 시장과 일자리를 창출하는 미래에너지산업 육성을 위해선 고부가가치 에너지 신서비스를 키우고, 전통에너지 산업의 경우 성공적인 산업 전환 및 고도화를 추진한다. 미래에너지산업 육성은 VPP(가상발전소), V2G(양방향 충전서비스), 국민DR, 플러스에너지빌딩, 에너지마켓 등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을 주목하고 있다.

국민참여형 에너지 거버번스는 주민참여·이익공유형 프로그램(신재생에너지법 및 사회적기업 관련법 활용)을 확산, 에너지정책 결정과정에 시민참여를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에너지 분권화는 시민사회와 지자체 역량을 강화해 나가고 중앙과 지방 정부의 권한·책임·이익 공유체계를 구축해 나가는 등 단계적으로 확대한다.

동북아 에너지협력기반을 시작으로 동북아 에너지연계를 구현하고, 장기적으로 동북 에너지 통합시장을 구축하는 내용의 에너지안보 제고를 위한 협력방안도 지속 추진한다. 구체적인 정책으로는 동북아 수퍼그리드 및 PNG(파이프라인 천연가스) 협력과 에너지전환 가속화를 위한 양자·다자 협력체계 강화, 전략자원의 안정적 확보 및 해외자원개발 혁신을 꼽았다.

4차 산업혁명과 에너지전환시대에 걸맞는 인프라를 위해 에너지 통계체계 선진화 및 빅데이터 활용기반 마련, 에너지정책 거버넌스 체계를 확립한다. 여기에 에너지복지 사각지대 해소 및 수요자 중심의 맞춤형 복지체계 구축, 에너지전환 이행력 제고에도 나설 예정이다.

◆어떤 쟁점이 남았고, 그 방향은?
정책방향 외에 3차 에기본에는 최종에너지 수요전망치, 에너지 원단위 개선방안(수요관리), 재생에너지·원전 등 전원별 발전비중, 에너지부문 온실가스 배출량 및 감축을 위한 조치 등을 정량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특히 이 과정에서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 및 국가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과의 정합성을 맞춰 나가는 것도 중요하다. 여기에 미세먼지 종합대책에 나온 다양한 정책과도 보조를 맞춰야 한다.

이중 핵심은 2040년까지의 에너지수요전망 및 수요관리 목표치, 재생에너지와 원전 비중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에 있다. 이중 에너지수요전망의 경우 시민단체들은 강력한 수요관리 목표를 세워 2차 에기본처럼 과대전망이 되어선 안 된다고 강조한다. 반면 업계와 학계는 수요관리 강화의 중요성과 필요성은 알지만, 에너지 수급상황을 오판하는 수준까지 가선 안 된다고 맞서고 있다. 여기에 매년 치솟고 있는 하절기 전력피크 동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도 집중 부각하고 있다. 따라서 결국 권고안에는 양측 주장의 중간지점에서 접점을 찾아 담길 수밖에 없을 것이란 진단이다.

재생에너지 비중은 아직 오리무중이다. 일단 워킹그룹은 2040년 기준 신재생에너지 비중(발전량기준)을 25∼40% 사이의 3가지 안을 제시하면서 40% 수준의 도전적인 목표를 세우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향을 비친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워킹그룹 내부에서도 현실성이 없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고, 정부에서도 정책실현성을 검증해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확정까지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원전 비중의 경우 재생에너지 비중 증가 및 신규원전 건설중단에 따라 연차적으로 축소가 불가피하지만, 이를 넘어설 정도의 급격한 축소는 없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미세먼지 등 환경문제로 석탄발전의 대대적인 축소가 예정된 상황에서 원전까지 가파른 속도로 줄여나가면 과도한 전기요금 상승을 불러온다는 이유에서다. 야당을 비롯한 원전산업계 반발도 완전 무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밖에 재생에너지 중심의 분산전원 활성화를 비롯해 미활용 열원 활용, 에너지 세제개편 방안 등도 담긴다. 에너지세제의 경우 교차보조가 심한 용도별 가스요금 조정 및 석탄 및 원자력 과세 강화 등이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온실가스 감축의 경우 환경당국이 감축부담을 발전·에너지 업종에 지나치게 떠넘긴다는 불만이 나오고는 있으나, 현실적으로 로드맵과의 정합성을 무시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압박도 점차 커질 것으로 보인다.

3차 에기본은 정부안을 확정되더라도 국회보고와 공청회, 녹생성장위원회 심의 등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일정이 빠듯한 상황이다. 따라서 정부가 워킹그룹과 충분히 사전조율을 거쳐 권고안을 확정, 이를 최대한 손대지 않는 수준에서 정부안을 정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이러한 과정을 거쳐 어렵게 3차 에기본이 확정되더라도 최상위 에너지 국가계획으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선 의문의 목소리도 들린다.

3차 에기본 워킹그룹에 참여하고 있는 유승훈 서울과기대 교수는 “에기본이 최상위 에너지계획이지만 원별 계획과 정합성도 맞춰야 해 깊이 있는 내용을 담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올해 3차 에기본이 확정돼도 당장 내년에 다시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짜야 하는 등 상위계획과 하위계획이 연도와 시기 등 체계가 맞지 않는 것도 개선과제”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향후 에기본은 국가 에너지 비전이나 방향성 등 큰 그림을 그리고, 원별 계획이 이를 따라 세부정책을 정비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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