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신한울 3,4호기를 당초 계획대로 짓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정감사에서 일부 야당 의원들이 산업부 장관이나 한수원 사장을 향해 핏대를 올렸다. 이를 원자력 산업계와 학계가 지켜보고 있고, 위정자 주변의 몇몇도 '그 정도는 양보할 수 있다'는 견해를 갖고 있단다. 이들의 주장은 “국가 에너지정책이 정권마다 손바닥 뒤집듯 하면 안된다”, “어렵게 일군 원자력산업 명맥을 이어야 한다” 등이다. 나름 수긍이 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쯤에서 신한울 3,4호기를 정리하고 가야할 이유는 차고 넘친다. 우선 이들 원전은 어디까지나 착공 이전 계획원전이다. 이제 부지매입을 시작한 단계다. 발전사업 허가를 받은 모든 발전소가 예정대로 완공되는 건 아니다. 정책 변화에 따라 유보, 또는 취소(백지화)된다. 그간 원자력을 정책 전원이라 칭한 것은 민간진입을 허용하지 않고 신규 건설·운영·폐지를 정부(공기업)가 전담해서다. 해외에선 완공을 앞둔 원전까지 포기한 사례도 있다. 밀실서 추진한 계획원전 취소를 뭐라할 게 아니다.

일각에선 원전설비 제조사가 이미 주기기 제작에 돌입했다며 이를 건설명분으로 제시한다. 하지만 원전설계 공기업(한국전력기술)과의 용역계약 외에 한수원과 설비 공급사가 정식계약을 맺었다는 얘기는 들은 바 없다. 그간 관행적으로 이뤄져 온 사전제작 통보·승인 절차에 따른 제작사 피해가 있다면, 법리검토를 거쳐 적절히 보상하면 된다.

사실 신한울 3,4호기 취소가 불가피한 이유는 따로 있다. 우선 애초 계획대로 2023~2024년 원전을 건설해도 여기서 생산된 전력을 수송할 여유 송전선로가 없다. 8차 송변전계획에 반영된 초고압직류송전선로(HVDC)로는 동해안 신규 석탄화력 전력수송도 빠듯하다. 그나마 이 노선은 제때 준공된다는 보장이 없다. 더욱이 HVDC 기술의 불안정성은 전문가 사이에서도 뜨거운 논쟁거리다.

여기에 한울 1,2호기와 한울 3,4호기, 한울 5,6호기, 신한울 1,2호기 등 기존 8기는 두기씩 발전기 타입이 모두 4종이다. 발전기 타입당 4개의 진동모드가 존재하니 모두 16종의 진동이 있는 셈이고, 이들 진동모드와 원전부지 인근에 들어설 컨버터제어기와의 상호작용에 의한 축진동 문제는 아직 검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전 세계적으로도 타입이 여러가지인 발전기와 HVDC 변환소가 인근에 있는 경우는 전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울진이 향후 고리, 월성 못지않은 초대형 발전단지가 된다는 건 또다른 문제다. 이미 우린 대만, 홋카이도 대정전에서 밀집한 발전원이 얼마나 재난에 취약한 지 목격했다. 기존 발전단지에 용량을 추가하는 것은 당장 수용성 측면에선 수월한 선택이지만, 깨지기 쉬운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는 행위나 다름없다. 발전원도 분산화는 기본이고, 이제 수요의 분산화까지 고민할 때가 됐다.

원전과 재생에너지 궁합이 상극이란 점도 고려해야 한다. 재생에너지3020 계획대로 태양광과 풍력이 늘면, 전력수요는 적고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많은 계절과 시간대에 공급-수요 균형이 무너질 수 있다. 원전은 가스발전이나 석탄과 달리 출력 증감발이 안되기 때문이다. 어느지점부터 경직성 전원인 원전이 재생에너지를 구축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태양광이 대거 보급된 이웃나라 일본에선 이미 이런 일들이 현실화 되고 있다.

지난 13일 일본 규슈전력은 태양광발전 430MW의 발전을 임의 제한했다(출력제한). 이 지역에 설치된 약 8000MW(설비용량 기준)의 태양광이 충분한 전력을 공급하는 가운데 규슈전력이 겐카이원전과 센다이 원전 등 4기를 재가동했기 때문이다. 21일에는 전력수요가 더 줄어 최대 930MW까지 태양광 제약량이 늘었다고 한다. 한국은 2030년이 되어도 20GW 이상의 원전이 운영된다. 태양광 보급이 현 추세로 늘면 일본사례가 머잖아 우리 이야기가 된다. 신한울 3,4호기 취소는 불가피한 선택이기도 하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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