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폭지역 내 안전인증 전자기기 6대중 1대꼴 불과

[이투뉴스] 발전소 및 연료저장탱크 등 화재폭발 위험지역이 상존하는 에너지공기업들이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해 방폭지역 내 안전인증을 받지 않은 전자기기를 무단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정유섭 의원이 14개 에너지공기업들로부터 제출받은 방폭지역 지정 및 무전기 보유 내역에 따르면 1326개 방폭지역 내에서 사용 중인 무전기 1828대 중 1543대가 산업안전보건법 상 방폭 안전인증을 받지 않은 채 불법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 제23조 및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311조에 따르면 사업자는 유류, 가스, 분진 등 폭발위험이 있는 지역을 지정·관리해야 하며 이들 지역 내에서 사용하는 전기 기계·기구는 증기나 가스, 분진에 대한 방폭 성능을 인증 받아야 한다.

방폭지역에서 사용하는 전기 기계·기구는 산업안전보건공단 및 산업기술시험원, 한국가스안전공사의 안전인증시험을 통과해 KCs 방폭인증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최근 고양저유소 화재사고에서도 기름탱크 내 빈 공간을 메운 안개형태의 기름방울인 유증기가 발화원인으로 조사됐고, 지난해 발생한 STX조선 화재(4명사망) 2008년 이천냉동창고 화재(40명 사망) 등에서도 유증기는 전자기계의 작은 정전기에도 화재나 폭발로 이어지면서 대형 피해를 발생시켰다.

현재 발전소 내 가스 및 유류 저장 및 사용 시설이 있는 14개 에너지공기업은 폭발위험 정도에 따라 0~2, 20~22종으로 분류해 방폭지역을 지정 관리하는데 10월 현재 1326개소에 달한다.

이들 방폭지역에서는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상 재난발생 시 통신두절 상황에서 필요한 무전기를 보유해야 하지만 440개 지역에서만 1828대를 보유하고 있고 나머지 886개 지역에서는 무전기가 비치돼 있지 않다.

중부·동서·서부 등 3개 발전사를 비롯해 한국수력원자력, 석유관리원, 한전원자력연료 등 6개 공기업은 석유 및 가스 등 연료 저장·사용 시설이 있는 방폭지역 내에 무전기를 아예 보유하고 있지 않다.

방폭지역 내 사용하는 1828대의 무전기 중 KCs 방폭인증을 받은 것은 285대에 불과했고, 나머지는 인증을 아예 받지 않거나 국내에서 인정되지 않는 인증마크를 부착한 제품인 것으로 드러났다.

남동발전은 57개 방폭지역에서 800대의 무전기를 보유하고 있지만 방폭인증을 아예 받지 않은 제품을 사용하고 있고, 한국가스공사는 401개 방폭 지역 중 108개 지역에서만 228대의 무전기를 보유하고 있지만 값싼 생활용 무전기를 사용하거나 국내에서 인정되지 않는 인증마크를 부착한 제품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에너지공기업 중 유일하게 한국석유공사만 방폭 안전인증을 받은 281대의 방폭 무전기를 사용해 관련법을 준수하고 있다.

정유섭 의원은 잇따른 화재폭발사고에도 불구하고 에너지공기업들의 안전불감증이 도를 넘어섰다조속히 방폭지역 내 방폭무전기로 비치하거나 교체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채제용 기자 top27@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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