⑭ 산업부문의 에너지효율을 높이기 위한 정책 제안 - 규제
⑬ 인센티브 제안 – 효율화 성과 세액공제 제도

[이투뉴스] 구민회의 EE제이, 이제 마지막인 15회다. EE제이 덕분인지 모르겠지만 에너지효율을 둘러싼 상황이 변하고 있다. 국정감사 기간 동안 여러 국회의원들이 에너지효율을 무게 있게 다뤘고, 언론에도 비중 있게 실렸다. 산업부에서는 국가 에너지 효율 혁신전략(KIEE)을 만들고 있고, 어느 토론회에 참여한 산업부 공무원은 ‘우리나라의 에너지효율이 매우 낮은 수준’이라고 인정하며 에너지효율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처럼 에너지효율에 대한 논의가 예전보다 많아진 것 같아서 고무적이다. 이러한 논의들이 결과로 이어지기 위해서 앞으로 달라지기 바라는 몇 가지에 대해 생각해 보면서 EE제이 연재를 마치고자 한다.

첫째, 계획보다는 행동이 중요하다. 올해 말부터 2019년까지 국가에너지기본계획, 국가 에너지효율 혁신전략, 에너지이용합리화 기본계획, 지역에너지계획, 에너지이용합리화 실시계획 등 에너지효율을 다루게 될 여러 계획들이 쏟아진다. 그런데, 과거 계획들의 이행과정을 살펴보면 이행하려는 의지가 부족하고, 올바르게 이행해서 계획한 목표를 달성해 나아가고 있는지에 대한 관찰과 평가도 거의 없었다. 새롭게 계획을 세울 때쯤 되어서야 지난 계획 내용을 다시 찾아볼 뿐, 매년 달성하기로 계획한 목표(에너지절감량이나 온실가스감축량)를 맞추어 가고 있는지, 목표와 실제가 얼마나 차이가 나고 있는지는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에너지 수요관리가 목표라면 그리고 에너지 효율을 높여 에너지소비량을 줄이고 이를 통해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것을 원한다면, 실행이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과거의 실행 과정을 꼼꼼히 훑어보고, 미비했던 점을 반성하는 과정을 거쳐야 앞으로 실행할 수 있는 계획을 수립할 수 있다. 또한 계획의 수립 이후에 이행에 총력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이행 과정을 면밀하고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우리나라의 과거 이행 실태와 현황을 철두철미하게 파악한 후 계획의 기본틀과 방법론은 에너지효율 선진국의 것을 이용하되, 우리나라 사정에 맞게 수정이 필요하다면 이를 외부기관에 용역을 주면 어떨까? 정부는 계획 작성에 많은 힘을 쏟기 보다, 계획을 달성하게 독려하고, 계획을 잘 달성하고 있는지 평가하는 데에 에너지를 쏟으면 되지 않을까?

독일의 사례를 살펴보면, 독일 연방 산업협회가 민간 용역회사인 보스턴컨설팅과 함께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Climate Paths for Germany’라는 보고서를 만들었다(2018년 1월). 독일의 환경부 기후정책국장은 우리나라에 방문해서 이 보고서의 내용을 아주 적극적으로 소개했다(2018년 6월 29일). 외부기관에서 실행계획을 체계적으로 제시하고, 정부 담당자는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점에서 필자의 주장이 너무 앞서 나간 것 같지는 않다.

둘째, 에너지에 대해 서로 많이 의견을 나누자. 다음과 같은 주제에 대해서 독자 여러분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가? ‘에너지를 계속 아무런 부담없이 써도 되는 것일까?’, ‘지금처럼 그냥 이대로 온실가스를 배출해도 괜찮은 것일까?’, ‘만약 이 상황이 부담이 되고, 전혀 괜찮은 것이 아니라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등 에너지와 삶의 가치, 미래의 방향성, 현재 사회의 지속가능성에 대해 서로의 생각을 나누었으면 한다.

서로의 생각을 나누기 위해서는 국민들이 고민할 수 있어야 한다. 고민하고, 고민을 나누고 의견을 주고받고, 합의해 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시간 제약을 두지 않고 정부는 방관하지 않는 공론화는 이런 ‘가치 문제’에 대해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 과정에서 언론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두 말할 필요가 없다.

마지막으로 에너지 효율에 관한 일자리가 많이 생기면 좋겠다. 2018년 9월 발표된 ‘Energy Efficiency Jobs in America’에 의하면 에너지 효율 산업이 미국 에너지 관련 산업 전체에서 가장 많은 일자리를 창출했다. 2017년을 기준으로 약 225만명이 고효율 냉난방 및 환기(HVAC) 제품을 만들고 고효율 가전제품을 제조하거나 신소재 개발, 절연 처리, 고효율 전구 제품 제조 및 설치, 에너지 진단, 에너지 컨설팅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 <아래 표 참조>

▲출처 = E2 & E4TheFuture, Energy Efficiency Jobs In America, 2018.9
▲출처 = E2 & E4TheFuture, Energy Efficiency Jobs In America, 2018.9

이 보고서에 의하면, 에너지 효율과 관련한 산업은 제조, 판매와 공급, 건설, 전문직(금융, 건축, 엔지니어링, 연구개발), 기타 유지보수 및 공익법인까지 다양하게 펼쳐져 있다고 한다. 이는 아래 IEA가 제시한 에너지효율시장의 모습과 일맥상통하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에너지효율시장을 에너지절약전문기업(ESCO)에 국한해서 바라보지만, 에너지효율시장은 은행·보험·보증 등 금융기관, 제조·건설 등 하드웨어, 설계·연구개발 등 소프트웨어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여러 플레이어들이 활약할 수 있는 공간이다.

ESCO 산업이 끝없이 침체되고, 효율화 시장은 오로지 정부 지원에만 매달려 있는 현실에서 에너지효율시장이 활성화되길 바라는 것은 너무 허황된 이야기일까? 그렇지 않다. 필자는 지역에서 희망과 가능성을 보고 있다.

지역의 에너지문제를 제대로 해결해 보고자 하는 여러 지방정부에서 지역에너지센터를 만들고 있다. 아직 초창기이긴 하지만 지역에너지센터는 ①에너지 사용 현황 파악과 최적화 ②지속가능한 에너지공급 ③주민과 함께 하는 에너지전환 등 지역 에너지에서 핵심적이고 중요한 업무를 맡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경기도에너지센터의 경우는 아직까지는 충분하지 않은 예산과 인력이지만 에너지 진단과 개선사업 지원 등을 통해 도내 여러 중소산업체의 에너지효율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이 지역에너지센터가 활성화되고 제 기능을 하며, 충분한 예산과 지원이 뒷받침된다면 지역이 원하는 양질의 에너지 관련 일자리를 지역 내에서 많이 만들어 낼 수 있다.

▲출처 = IEA(2013), Energy Efficiency Market Report 2013
▲출처 = IEA(2013), Energy Efficiency Market Report 2013

장년층과 청년층의 협업도 가능하다. 지역 내 공단의 기업에서 에너지업무를 담당하다가 은퇴한 베테랑들이 많이 있고, 지역 소재 대학에서 배출된 많은 청년들이 있다. 이들이 함께 지역에너지센터를 매개로 지역 내 산업체와 건물의 에너지효율화 사업을 수행할 수 있다. 지역 내 산업용 보일러 및 전동기의 현황 파악, 에너지 사용 측정·보고·검증 활동부터 시작해서 복잡한 에너지 컨설팅까지 이들의 손길이 필요한 곳은 정말 많다. 은퇴한 베테랑들의 경험과 지식에 청년들의 열정과 IT능력 그리고 얽매이지 않는 신선한 시각이 체계적이고 충분한 지원과 결합한다면 엄청난 시너지 효과가 일어나리라 본다.

산업단지에서도 에너지효율 개선 서비스가 절실히 필요하다. 에너지 사용이 최적화되어 있고 단지 내 공장 간 에너지 교류가 잘 이루어지는 산업단지는 많지 않고, 단지 전체를 관할하는 에너지담당팀이 있는 산업단지도 거의 없다. 지역에너지센터는 지역에 소재한 산업단지와 함께 지역 전체의 에너지 사용에 대해 고민할 임무가 있다. 이 과정에서 많은 일자리가 생겨날 수 있고, 그렇게 되리라 본다. 

일자리에 관해서 한 가지 덧붙이고 싶은 것은 양질의 일자리는 그 일의 가치가 제대로 평가될 때에만 만들어 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제공받는 서비스는 지불한 비용에 비례한다’는 사실은 자주 외면된다. 그러다 보니 열정페이가 강요되고, 지식노동에 대해 값을 잘 쳐주지 않는 관행이 판을 치고 있다. 우수한 결과물엔 그에 걸맞은 대가가 지불되어야 한다. 지역에너지센터가 만드는 일자리는 일하는 사람들이 제대로 대접받는 곳이어야 한다.

15회를 연재하는 동안 제일 많이 썼던 수식어는 아마도 ‘제대로’라는 단어일 것이다. ‘제대로’는 ①제 격식대로 또는 있는 대로 ②마음먹은 대로, 그리고 ③알맞은 정도로 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그동안 필자는 세 번째의 의미에 가깝게 써 왔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강조해 본다. 에너지를 많이 쓰는 것에 맞게 알맞은 정도로, 시대와 환경에 어울리게, 에너지효율을 제대로 이행하자.

구민회 법률사무소 이이(EE, 怡怡) 변호사 gu@eelaw.kr 

※ 1~15회 연재를 관심있게 읽어주신 독자 여러분 정말 고맙습니다. 산업부문의 에너지효율을 높여야 한다는 사실을 널리 알릴 기회를 마련한 이투뉴스에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에너지효율 관련 정보는 eelaw.kr에서 계속 만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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