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사업자 대다수 적자…기준사업자 및 연료비 정산이 문제
한난도 최근 흔들, 열요금시스템 정비 및 구조조정만이 해법

[이투뉴스] 지난달 12일 열린 열병합발전(CHP) 연구회 공개보고회. 이 자리에선 집단에너지용 열병합발전이 에너지 절감 및 온실가스 저감, 대기오염 개선효과 등을 통해 제공하는 사회적 편익이 연간 1조원이 넘는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아울러 분산형 전원의 편익이 송전(8.5∼15.0원), 배전(9.8∼17.4원), 손실절감(5.7∼7.3원), 혼잡비용(5.6원), 환경편익(1.5∼14.1원) 등 전체적으로 kWh당 31.1∼59.4원에 달한다는 내용도 공개됐다. 여기에 수요지 인근에 위치한 분산전원은 수도권 고장전류 저감과 과도안정도 측면에서 이점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 즉 열병합발전소는 종합효율(82.7%)이 높아 ‘가스복합+가스보일러’ 조합에 비해 에너지이용효율 제고 및 환경오염물질 저감, 분산전원 효과 등 국가적으로 큰 편익을 제공하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날 이러한 열병합발전소 장점에 대한 발표에선 그다지 감흥을 불러일으키지 못했다. 이미 수차례 비슷한 내용이 공표된 것은 물론 사업자들 역시 대부분 아는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같은 편익에 따라 어떤 형태로 보상을 할 것인지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특히 열병합발전이 다양한 사회적 편익을 제공하는 만큼 재생에너지와 동일하게 REC를 부여하거나. 에너지효율공급의무화제도(EERC) 등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에 귀를 기울였다.

무엇보다 이날 많은 사람의 공감을 얻은 것은 한 사업자의 발언이었다. 그는 “정부가 대표적인 분산전원인 열병합발전이 보상을 강화한다고 수차례 약속했으나, CHP 기동비 50% 보상한 것을 제외하고는 정책개선이 이뤄진 게 하나도 없다. 백날 우리끼리 떠들어봐야 무슨 소용이 있느냐. 산업부는 집단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전혀 없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한 마디로 열병합발전과 집단에너지가 어느 정도의 편익을 제공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편익을 바라보는 정부의 태도와 정책방향이 달라져야 한다는 것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국내 지역난방부문 집단에너지사업의 경영난이 장기화되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국내 지역난방부문 집단에너지사업의 경영난이 장기화되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지역난방 분야 경영난은 이제 일상
집단에너지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은 이제 더 이상 뉴스가 아닐 정도의 일상이 됐다. 최근 5년 동안의 경영실적을 보면 사업자 10곳 중 6곳 가량이 적자를 기록하는 등 경영난은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 비율로만 봐서는 그래도 40% 정도는 흑자가 난다고 볼 수 있겠지만, 대기업이나 도시가스사의 사업부서 형태로 운영되는 곳과 한난, GS파워를 제외하면 일반 기업은 대다수가 적자수렁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열병합발전을 포함한 집단에너지가 높은 에너지이용효율은 물론 친환경, 분산전원 등의 다양한 효용을 제공하고 있다는 것과는 완전 딴판이다.

올 상반기에도 국내 지역난방부문 집단에너지 35개 사업자 중 20곳 이상이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단순 숫자상의 변화보다 더 큰 문제는 적자를 보고 있는 대부분의 업체가 창사 이래 단 한 번도 당기순이익을 달성하지 못하는 등 경영난이 장기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적자 누적으로 사실상 자본금이 완전 잠식된 곳도 10여 곳에 육박한다. 민간 집단에너지사업자들이 살려달라고 아우성 치는 것도 이 때문이다.

2018년 성적은 더 부진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실제 전반기까지 흑자를 유지하던 한국지역난방공사마저 3/4분기에 적자로 돌아섰다. 매출액이 무려 40% 늘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연료비는 급증하고 있지만, 이를 즉각적으로 열요금에 반영할 수 없는 구조적인 문제가 원인이다. 국내 최고의 사업구조를 가진 한난의 적자 전환에서 알 수 있듯이 2018년 국내 지역난방사업자들의 경영난은 최고조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온실가스 배출권을 팔아 겨우 버틴 곳도 이제 더 이상 팔 배출권이 없어지고 있다는 하소연이다.

지난 12월 고양 백석역에서 발생한 열수송관 파열사고는 집단에너지업계의 고민이 그대로 묻어나는 참사였다. 물론 열배관이 터져도 인명사고로 이어지지 않는 만큼 즉각적인 조치를 취해 공급중단을 최소화시키면 된다는 안일한 태도는 따끔하게 지적받을 일이다. 하지만 매년 이어지는 경영난 속에서 노후 배관에 대한 선제적인 교체와 안전점검 강화 등을 기대하는 것도 쉽지 않다. 당장 노후배관이 많은 서울에너지공사, 한난, GS파워 등의 경우 관련 부담이 대폭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다행히 대형 선발업체들에 비해 더 경영난에 시달리는 민간 사업자의 경우 상대적으로 지역난방 공급연수가 짧아 아직은 여유가 있는 편이다. 그러나 상당수 업체가 공급한 지 10년을 넘어 20년이 다 되어가고 있다는 측면에서 머잖아 닥칠 것은 분명하다. 백석역 사고로 인해 산업부가 안전점검 강화와 배관개선 등에 대한 제도개선을 단행하면 그 이전이라도 비용증가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 뻔하다. 결국 노후배관 문제는 많은 비용증가 요인으로 작용하는 등 중장기적으로 집단에너지업계 전체에 상당한 악영향을 끼칠 것이란 분석이다.

▲노후 지역난방 수송관 파열사고로 향후 열배관 유지보수 및 안전관리 비용이 크게 증가할 전망이다. 사진은 황창화 한난 사장이 노후 열수송관을 점검하는 모습.
▲노후 지역난방 수송관 파열사고로 향후 열배관 유지보수 및 안전관리 비용이 크게 증가할 전망이다. 사진은 황창화 한난 사장이 노후 열수송관을 점검하는 모습.

◆ 연료비 정산이 문제, 제도개선도 재추진 
민간 집단에너지사업자들은 국내 지역난방 요금제도의 문제점으로 가장 먼저 한난을 기준사업자로 설정, 한난을 기준으로 모든 요금이 움직이고 있다는 점을 꼽는다. 경쟁력을 갖춘 자체 열병합발전소는 물론 높은 소각열 확보비율, 사업지구 대부분을 연결해 효율적 운영이 가능한 네트워크 등 원가 비교가 불가능한 한난이 기준이 돼선 나머지 사업자들이 어려움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제도개선으로 요금상한을 한난보다 10% 더 받을 수 있도록 끌어 올렸지만, 이어지는 연료비 정산으로 실제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실제 최근 3년 간 한난을 기준으로 한 연료비 정산으로 열요금이 15% 가깝게 내려갔으며, 3년 분할 적용으로 앞으로 2∼3년은 계속해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민간 관계자는 “사업자들마다 원가구조가 다 다른데도 가장 좋은 한난을 기준사업자로 해서는 후발업체는 사업하지 말라는 얘기나 같다. 특히 연료비는 CHP 및 소각열 비율이 전혀 다른데도 한난 정산분을 업계 전체에 적용하는 구조다. 이렇게 할 바에는 한난이 다른 업체를 모두 인수해 운영하도록 하는 것이 낫다고 본다”고 말했다.

산업부와 한국에너지공단은 이같은 후발사업자들의 어려움을 고려해 2017년 기준요금을 총괄원가 가중평균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추진했었다. 하지만 기획재정부 반대로 틀어진 이후 현재는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다. 이후 연료비 배부기준을 ‘10년 매출액 평균’에서 ‘10년 매출액 선형가중평균’으로 개정해 최근연도일수록 열요금에 반영되는 비중을 높였다. 이 조치로 인해 열요금 정산분이 사업자가 유리한 쪽으로 일부 개선되기는 했으나, 피부와 와닿을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 업계의 대체적인 평가다.

최근 산업부와 에너지공단은 열요금 부문에서 사업자 요구를 수용하기 위해 열거래 등에 대한 인센티브를 사업자에게도 부여하는 방안을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먼저 사업자들이 저가열원 개발 및 열거래를 통해 비용을 낮추면 오히려 원가인하요인으로 작용하는 문제점을 해소하겠다고 나섰다. 여기에 열요금을 정산할 때 한난 외에 서울에너지공사와 LH 등 공공사업자를 포함해 시장기준사업자의 요금기저를 올리는 방안에 대해서도 검토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만족할 수 없는 민간사업자, 해법은
열요금 제도개선은 국내 집단에너지사업의 아킬레스건이다. 민간사업자들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선 일부 조정이 필요하지만, 과하게 반영할 경우 결국 지역난방요금을 올려, 전체 경쟁력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느 수준까지 개선할 것이냐에 대한 판단이 아주 중요하다. 하지만 정부와 공단은 이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회피하고 있다. 가장 좋은 방안은 열병합발전과 집단에너지 편익을 전력부문에서 제대로 보상해 주면 되지만, 꿈쩍도 하지 않으면서 열요금 문제만 화두다.

더불어 열요금이나 전력부문 제도개선을 하면 할수록 한난이 더 혜택을 받는  문제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현재 검토하고 있는 열거래 시 인센티브 제공이나 기준요금 기저를 올리면 한난의 영업이익은 필연적으로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전력생산 역시 가장 많은 만큼 보상이 커지면 이익도 가장 많이 늘어난다. 그러나 한난 수익성이 올라가면 정산 등을 통해 다시 집단에너지업계에는 열요금 인하요인으로 작용하는 등 돌고 돌아 결국은 마이너스라는 것이다.

따라서 민간사업자 상당수는 장기적으로는 요금자유화로 가야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만큼 열요금 다원화가 하나의 대안이라고 말한다. 전국을 단일체계로 볼 것이 아니라 한난 및 준용그룹은 아예 별도로 떼어내고, 나머지 사업자에 대해선 원가별 또는 지역별로 묶어 관리하는 방안이다. 다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기간에만 일시적·한정적으로 요금을 조정하도록 제한함으로써 지역난방 가격경쟁력이 도시가스 등 타에너지에 비해 지나치게 오르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의견이다.

열요금 제도개선이 중장기적으로 집단에너지사업의 구조조정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틀을 짜야 한다는 주장도 많다. 규모의 경제에 도달하지 못할뿐더러 사업성 개선노력을 사실상 포기한 업체들까지 모두 살릴 수는 없다는 이유에서다. 사업자들 간 인수·합병 시 일정기간 추가요금상한을 허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때까지 도와주는 형태다. 정부가 집단에너지 산업구조 개편에 직접 나서기 힘든 만큼 열요금 제도를 통해 구조조정을 촉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한 집단에너지 전문가는 “열요금 제도개선을 함에 있어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가이드라인이 우선해서 설정돼야 한다.
한 마디로 모든 사업자를 대상으로 할 것이 아니라 어느 업체까지 살려서 가야할지 정해야 한다는 얘기다. 집단에너지 전체의 경쟁력까지 고려해 살려야 할 마지노선(업체)을 정하고, 그 이하는 구조조정에 나설 수밖에 없도록 요금구조를 새로 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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