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줄여야 할때 오히려 늘리는 잘못 우려

[이투뉴스] 호주 법원이 사상 처음으로 기후변화를 이유로 탄광개발을 불허했다고 AFP·로이터통신 등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뉴사우스웨일스(NSW)주 토지환경법원은 이날 광산개발업체 '글로스터 리소스즈'(Gloucester Resources)가 추진해온 헌터밸리 지역 탄광 개발 프로젝트를 허가하지 않았다.

이 업체는 2017년 주 정부가 해당 사업을 승인하지 않자 법원에 소를 제기했다.

해당 법원의 브라이언 프레스턴 수석재판관은 해당 프로젝트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증가시켜 기후변화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결정 배경을 설명했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온실가스를 획기적으로 줄여야 할 시점에 오히려 온실가스 총량을 높이는 잘못을 범할 수 있다는 것이다.

프레스턴 수석재판관은 "이 프로젝트는 '잘못된 시점에, 잘못된 장소'에서 추진됐다"면서 "탄광 개발에 따른 심각한 결과를 방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은 탄광 개발이 주변 지역에 미치는 영향뿐만 아니라 석탄 사용에 따른 기후변화 효과를 언급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고 AFP는 전했다.

로이터도 탄광의 환경 영향에 대한 호주 최초의 법적 검토 결과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글로벌 로펌인 '베이커 앤 매켄지'에서 기후법 분야를 총괄하는 마팅 와일더는 "이번 결정이 화석 연료와 기후변화 간 인과 관계를 인정하는 세계적인 법적 판단 추세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후변화 활동가들도 이번 법원의 판단을 '중대한 결정'이라고 강조하면서 차후 판례로 확립될 필요가 있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이번 프로젝트에 반대하는 지역 주민들을 대변한 데이비드 모리스 변호사는 "내가 아는 한 호주에서 화석연료 프로젝트를 불허하는 근거로 기후변화가 언급된 최초의 법원 결정"이라면서 "이는 기후변화 소송이 시작됐음을 예고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로스터 리소스즈는 성명을 통해 법원 결정의 의미를 검토한 뒤 후속 조치를 밟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법원에 상고할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호주는 세계 최대 석탄 자원 생산국이자 수출국 가운데 하나다. 한국을 포함해 일본, 중국, 인도 등 여러 나라가 호주에서 수입한 석탄으로 화력발전소를 운영하고 있다.

조민영 기자 myjo@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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