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부터 건물에너지 단열 및 저탄소에너지 전환 촉구

[이투뉴스] 영국 정부 자문기관인 기후변화위원회(CCC)가 앞으로 6년 내에 신규 주택에는 가스레인지와 가스보일러를 설치하지 못하도록 정부 규제를 해야한다고 권고했다.  

위원회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는, 아무리 늦어도 2025년부터 신형 주택에 가스배관 연결을 막고 대신 난방과 요리를 위해 저탄소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정부가 고효율 주택과 아파트 건설규제에 나서도록 주문했다.

보고서는 현존 영국 주택 건물 대부분이 정부의 온실가스 저감노력에 부합하지 않으며, 홍수나 고온, 가뭄으로 인한 물부족 등 기상 이변 현상에 취약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위원회는 주택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 저감을 위한 정부의 강경한 대책을 요구하는 동시에 주택 주민들이 기후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에너지효율 재정비를 위한 자금을 정부가 대도록 촉구했다. 

현재 신규 주택 건설과 기존 건물들의 에너지효율 보강 방법들은 대부분 환경 설계 기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 결과 소비자들은 잘 알지도 못한 채 주택 구입 후 나중에 주택 개조비용을 부담하고 있다고 밝혔다. 

CCC의 바로네스 브라운 분과 위원장은 “주택 구매자들은 최강 단열에 지속가능한 집이라고 속임을 당하고 있는 셈이다. 이 주택들은 실제로 그렇게 좋지 않다”면서 “개인적으로 이는 폭스바겐 스캔들이나 마찬가지”라고 폭로했다. 

주택 설계 기준과 실제 건설 결과물 사이의 격차를 줄일 경우 에너지비용으로 연간 약 70파운드~260파운드(한화 약 10만3000원~22만원)까지 절약할 수 있다고 보고서는 추산했다. 

이에 따라 건물 효율 기준을 강화하고, 이에 불응 시 강경한 벌금 또는 처벌 기준이 필요하다고 보고서는 강조했다. 

CCC 위원회는 영국 재무부가 히트 펌프, 지붕과 벽에 단열 등 저탄소 난방과 홍수로부터 건물 보호 시설을 설치하도록 자금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저탄소 기술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녹색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서 건축 설계사와 건축업자들, 친환경 기술 설치업자들을 교육하기 위한 지원도 요구됐다. 

브라운 위원장은 “영국에는 약 3000만채의 주택이 있다”며 “안타까운 점은 대부분의 주택 건물들이 기후 변화에 따라 우리를 편안하게 지켜줄 상태가 안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주택 건물들이 많은 문제들을 갖고 있다”며 “주택의 에너지 소비는 온실가스 배출의 5분의 1을 차지하며, 난방과 온수에 필요한 가스와 석유 연소로 상당한 온실가스 배출이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은 법적 구속력이 있는 기후 목표에 달성하기 위해서 2030년까지 배출을 1990년대 기준 24% 삭감해야 한다. 2017년까지 13% 삭감했어야 했지만, 실제는 9%에 불과했다. 심지어 주택 부문 배출은 2017년 1% 상승했다. 

CCC 위원회는 정부가 발전 부문의 배출 저감에 으쓱해 교통과 건물 부문 배출에 무관심했다고 비판했다. 

브라운 위원장은 영국 정부가 연간 30만 채 신규 주택 건설에 더 엄격한 환경 건설 기준을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추후에 보강하는 것보다 처음 지을 때부터 높은 기준에 맞춰야 돈을 절약할 수 있다고 그는 강조했다. 

그동안 주택 배출 저감 정책은 약화되거나 철회된 것으로 드러났다. 대표적으로 제로 카본 홈스(Zero Carbon Homes)와 지속가능한 주택을 위한 기준은 모두 2015년 폐지됐다. 

CCC는 2018년 완공된 신규 주택의 1%만이 가장 높은 수준의 에너지 퍼포먼스 증명서(EPC) 밴드 A에 준수해 건설됐다고 지적했다. 영국 정부 대변인은 정부가 CCC의 권고사항을 세심하게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그는 “영국은 G7국가들 가운데 가장 빠르게 배출량을 줄여왔으며, 경제 성장을 지속하면서 더 청정한 녹색 경제로 이동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변인은 “향후 10년간 영국 정부는 저소득층과 취약 가정에 에너지 효율 증진을 위해 60억 파운드 투입을 약속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영국의 주택 건설업자 연맹은 가스 보일러가 더 값싸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좋아했는데, 이 보고서가 주택을 팔기 더 어렵게 만들 것이라며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시애틀=조민영 기자 myjo@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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