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봉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

▲조성봉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
조성봉
숭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이투뉴스 칼럼 / 조성봉] 최근 우리 국민들은 과거보다 냉방과 난방 중 어느 것을 더 많이 쓰려고 하는가? 답은 냉방이다. 국민들의 요금에 대한 저항감도 냉방용 전기요금이 대부분이지, 난방용 가스요금이나 지역난방요금은 아닌 듯싶다. 2016년의 폭서로 인하여 집집마다 전기요금 폭탄을 맞게 되자 국민들의 엄청난 저항으로 누진제가 6단계에서 3단계로 완화되었건만 작년 여름에 이런 문제가 또 다시 불거졌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그 중에서도 특히 수도권의 높은 공동주택 비율이 난방효율을 높여주는 것이 난방에 대한 불안을 많이 잠재우는 요인인 것 같다. 통계청의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인천·경기·서울지역으로 대변되고 인구의 50% 정도가 거주하는 수도권의 공동주택 비율은 85%를 넘어섰다. 아파트·연립주택·다세대주택과 같은 공동주택은 난방의 효율성을 크게 향상 시킨다. 일례로 위, 아래와 좌우는 물론 대각선까지 모두 다른 집으로 둘러싸인 아파트는 겨울철 난방비가 많이 절감된다.

이처럼 겨울철에 난방비 때문에 걱정하는 국민은 여름철에 냉방비 때문에 노심초사하는 국민들보다는 훨씬 적다. 여러 사람들에게 문의도 해보고 조사도 해 보았지만 겨울철에 두꺼운 스웨터를 입고 실내에서 지내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대부분 겨울철에도 가볍게 셔츠 한 장 정도 걸치고 있고 심지어는 속옷이나 반바지 차림으로 지내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그러나 우리나라 말고 다른 나라에서 이렇게 난방을 여유 있게 쓴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보지 못했다. 필자가 십여 년 전 미국에서 교환교수로 지냈을 때에도 겨울철 실내에서는 두껍게 스웨터를 입고 지냈던 것으로 기억한다. 천연가스 값이 그리 비싸지 않은 미국에서도 난방을 생각보다 아껴 쓸 수밖에 없었다. 가옥이 크고 단독주택이어서 난방비가 적지 않게 나오기 때문이다. 

이처럼 공동주택은 난방비를 꽤 아껴주는 효자노릇을 한다. 필자는 수도권의 높은 공동주택 비율이 다른 나라와는 달리 우리나라에서 집단에너지 네트워크가 대단위로 연결될 수 있는 배경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동일한 밀집효과가 냉방에서는 잘 나타나지 않는다. 아파트에서 주위의 집들이 냉방을 하고 있다고 해서 우리 집이 더 시원해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이웃의 냉방 때문에 바깥 공기가 더 뜨거워져서 문을 열어 놓을 수 없으므로 할 수 없이 에어컨을 켜는 경우가 많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역시 요금이다. 3단계로 줄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전기요금 누진제로 인하여 여름철에 마음 놓고 에어컨을 켜지 못하는 국민들이 대다수이다. 그러나 선진국의 더운 지역에서는 거의 하루 종일 에어컨을 가동하는 경우도 많다. 홍콩이나 싱가포르 같이 아시아 경제를 선도하는 지역은 냉방이 없었다면 탄생할 수 없었을 것이다. 미국도 최근 디트로이트, 클리블랜드, 피츠버그와 같이 추운 러스트 벨트를 벗어나 애틀랜타, 마이애미, 휴스턴, 피닉스, 댈러스 등과 같은 더운 선벨트 지역으로 인구가 이동하고 있다. 이와 같은 인구 이동의 전제조건은 에어컨을 마음 놓고 켤 수 있을 정도로 전기요금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난방비가 싸고 냉방비가 비싸다는 셈인데, 그 궁극적 원인은 무엇이겠는가? 
결국 천연가스의 용도별 가격차이 때문에 나타나는 문제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발전용 천연가스 가격이 가장 높은 나라이다. 그리고 이 높은 발전용 천연가스 가격이 전력시장에서 SMP 수준을 올리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한다. 결국 높은 전기요금의 주요인이다. 반면 천연가스 산지에서 멀리 떨어져 있고 LNG 형태로 수입하여 액화·수송·저장·기화비용 등이 단계적으로 추가됨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도시가스 요금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그 다지 비싸지 않고 오히려 싼 편이다. 도시가스 요금과 이에 연동되는 지역난방요금이 저렴하니 난방비가 많이 들지 않는 것이다. 한 마디로 전력에서 도시가스로의 교차보조가 난방 과잉과 냉방 절약의 가장 중요한 요인인 것이다. 소득이 높아지고 사람들의 에너지 사용패턴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이제는 난방비보다 냉방비를 더 내려야 할 때다. 하루빨리 천연가스 요금의 용도별 교차보조를 개선하기 위해 발전용 천연가스 가격을 낮춰 전기요금 수준은 인하하고 도시가스 요금은 인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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