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율은 별도 에너지원…효율화사업 재건에 기관장 역량 발휘할 것
신재생 안하면 기술 갈라파고스 우려, 보급과 산업육성 연계 필요

▲김창섭 한국에너지공단 이사장.
▲김창섭 한국에너지공단 이사장.

[이투뉴스] “원자력이 서서히 무너지고 있다는 일부의 문제제기가 있는데 사실 가장 망가진 것은 에너지효율 분야다. 에너지효율은 또 하나의 에너지원이다. 에너지효율사업 정상화가 국가적인 어젠다가 되어야 한다”

한국에너지공단 수장을 맡은 지 4개월째가 되어가는 김창섭 이사장은 취임 후 처음 기자들과 만나 에너지효율의 중요성을 수차례 강조했다. 이사장으로 가장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로 에너지효율화사업 정상화를 꼽았을 정도다. 원자력과 석유, 가스처럼 에너지효율 역시 또 하나의 에너지원이라는 이유에서다. 에너지수급과 안보측면에서 봤을 때 1차에너지는 공급측면에서, 효율은 수요측면에서 중요한 옵션이라는 것이다.  

“취임할 때 주변에서 효율사업이 너무 위축됐다며 효율분야 재건을 이사장으로서 첫 번째 해야 할 일로 주문했다. 나 역시 효율정책 정상화를 중요한 임무 중 하나로 생각하고 있다. 더욱이 신임 장관께서도 소비구조 혁신을 제1의 가치로 삼겠다고 얘기한 상황이다. 현재 산업부 공무원과 우수한 공단 간부들이 힘을 모아 에너지효율 혁신전략을 만들고 있는 만큼 확정되면 공단이 잘 집행해 나갈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하고 있다. 기관장으로서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겠다”

에너지효율 정책은 결국 집행의 문제라는 말도 꺼냈다. 에너지효율화 사업은 ‘무엇을 할 것이냐’도 중요하지만 “어떤 강도로, 어떤 의지로 할 것인지”가 중요하다는 말이다. 이를 위해 규제수단과 진흥수단을 정확히 인식, 그중 어떤 수단을 활용해 효율부문을 활성화할 것인지 정비하고 있다. 특히 시장과의 마찰가능성을 최소화하면서 어떻게 매끄럽게 시장전환을 하느냐에 대해 공단 역량을 집중시키겠다고 덧붙였다.

김 이사장은 에너지공단 출신의 첫 수장이다.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후 에너지공단에 입사해 11년간 근무했다. 그 후 학계로 떠나 15년을 지내다 다시 이사장으로 금의환향했다. 그가 이사장으로 확정되자 에너지업계에서는 공단에 대대적인 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했다. 업무를 잘 알고 있는 OB출신으로 조직장악력을 위해선 불가피한 조치라는 이유를 댔다.

“공단에 오는 것으로 확정되자 주변에서 업무파악과 조직장악 등에 대해 자문을 해주더라. 부담도 있었다. 15년의 간극이 있는 동안 외부에서 공단 직원을 잘 보질 못했다. 공단이 에너지정책 수행과정에서 잘 하고 있는지, 정책트렌드 감은 부족하지 않을지 걱정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업무보고 받는데 많은 부분이 기우였다. 진단역량은 국제사회로부터 인정받는 수준에 도달했고, 세계은행이랑 같이 일할 정도로 글로벌 비즈니스 역량도 늘었다. 실무역량 측면뿐만 아니라 다들 동료이자 후배들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편안해졌다. 조직장악을 할 필요가 없었다”

정부가 에너지전환을 추진하면서 원자력계의 반발이 거세다. 신재생과 원자력으로 갈라지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업무연관성은 크지 않지만 김창섭 이사장 역시 이 질문을 피해갈 수 없었다. 하지만 그는 피하지 않고 에너지효율로 맞받아쳤다. 가장 망가진 것은 에너지효율인 만큼 지금 원자력 걱정할 때가 아니라는 것이다. 공단 이사장 업무는 에너지절약과 효율화 잘해서 발전소 건설수요를 없애는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에너지원은 석탄-가스-신재생-원자력-효율화가 있다. 나는 이사장으로 오기 전부터 ‘N분의 1 전략(에너지원별 적정비중으로 분산)’ 지지자였다. 원자력이 무너지고 있다고 하는데 실제로 가장 무너진 분야가 에너지효율이다. 격렬하게 떠드는 이해관계자가 없어서 조용하지, ESCO시장이 1000억원도 안된다. 가장 취약해진 분야를 살리기 위해 더 많은 고민을 해야 하는데 우리사회가 너무 무심했다”

김 이사장은 신재생에너지에 대해선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신재생에 대한 여러 가지 우려가 많다는 것은 알지만, 세계적인 추세를 볼 때 우리만 하지 않으면 자칫 전력시스템 등에 있어 ‘갈라파고스(기술고립)’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여기에 아직은 민간 중심으로 진행되는 RE100이 국가적인 규제로 전환될 경우 자칫 우리나라 산업에 치명적일 수 있는 만큼 꾸준하게 늘려가야 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전력망이나 계통에 대한 걱정은 중간고사에 비유했다. 당장 눈앞에 닥친 중간고사 준비에 집중해야지, 전체 순위는 아직 신경 쓸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2차 에기본에서는 신재생을 주력옵션으로 보지 않았으나 상황이 바뀌었다. 전 세계가 신재생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문제는 그렇게 가면 나머지 전력시스템도 다 옮겨 간다는 것이다. 신재생으로 에너지 및 전력 운영시스템이 다 바뀌어 ‘기술 스탠다드’가 변하는 것이다. 우리만 안하면 갈라파고스가 된다. 기술 흐름이 바뀔 때 흐름에 뒤쳐져선 안된다. 우리나라 신재생 비중이 너무 낮다. 늘어날 경우 여러 문제가 생길 것이란 걱정은 이해되지만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이다. 아직 갈 길이 멀다”

김 이사장은 지역에너지전환도 공단의 중요한 역할로 꼽았다. 아울러 3차 에기본에서 거론되는 분산화와 분권화에 대해선 신중하게 접근했다. 분산화는 망포화 등으로 갈 수밖에 없지만 분권화는 중앙-지방정부간 역할과 권한의 배분은 물론 자치단체의 역량강화 등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다는 이유에서다. 앞으로 중앙-광역-기초 간 협력구조를 어떻게 만들어 나갈 것인지와 이 과정에서 공단이 실질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에너지분권화는 에너지전환과정에서 기초지자체가 새로운 역할을 모색하면서 필연적으로 나올 수밖에 없다. 아직 분권화에 대한 법적 의미와 세부적인 권한 이양 등 정비할 부분이 많지만, 장기적으로 갈 수밖에 없다. 에너지효율개선이나 신재생 보급확대의 경우 기초단체가 더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주민수용성 등의 갈등 역시 자치단체 할 일이 많다. 다만 분권화가 중앙의 권한을 뺏어 기초에 준다는 의미는 아니다. 책임과 권한에 대해 균형 있게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기초자치단체가 일을 하기 위해선 의욕만으로는 안되고 역량과 제도를 갖춰야 한다”

김창섭 이사장은 마지막으로 산업부와의 긴밀한 협조도 강조했다. 현재 개인적인 철학과 산업부 정책방향이 잘 맞아 떨어지고 있다는 립서비스도 내놨다. 여기에 신재생에너지의 경우 정책기조는 3020으로 가겠지만, 앞으로는 보급만 보는 것이 아니라 산업적 관점과 보급을 연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보조금만으로는 목표달성에 한계가 있는 만큼 산업육성 및 에너지복지와의 연계 등 추가적인 가치창출을 통해 업그레이드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