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유 값 40% 올리면 산업활동 위축 GDP 0.2%↓
사실상 서민증세인 경유세 인상 신중한 검토 필요

▲주제발표에 이어 토론자들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주제발표에 이어 토론자들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이투뉴스] 정부가 미세먼지 대책의 일환으로 경유세를 올려도 저감 효과는 미미한데, 서민부담만 늘어나는 것은 물론 산업활동 위축으로 인한 손실이 더 크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유류세는 세금을 올려도 소비는 별로 줄지 않는 역진세 성격이 커 미세먼지 감축을 목적으로 하는 경유세 인상은 신중하게 검토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세먼지 해소를 명분으로 한 경유세의 급격한 인상은 금연효과가 전무한 것으로 나타난 2015년 담뱃세 인상의 전철을 밟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최근 대통령 직속 재정개혁특별위원회는 경유세를 인상하는 방향으로 휘발유·경유 간 가격차를 줄이는 방안을 권고한 바 있다. 또한 이호승 기획재정부 제1차관이 지난 6경유세 인상은 미세먼지 문제와 관련해 검토할 대상이라고 밝혀 정책 방향이 경유세 인상으로 가닥을 잡아가는 듯한 분위기를 시사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회 정책토론회를 통해 경유세를 인상해도 실익이 크지 않다는 주장이 제기돼 또 다시 논쟁이 가열되는 양상이다. 그동안 정유업계가 주장해 온 논리가 국회 정책토론회를 통해 공론화되는 모양새다.

조세정책학회와 바른 미래당 김삼화 의원실은 21일 국회에서 미세먼지 해소, 경유세 인상이 해법인가?’를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주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선 김갑순 동국대 교수는 경유 가격을 40% 올려도 미세먼지는 1.3% 감소하는 데 그치고, 경제활동이 위축돼 GDP0.2% 감소할 것이라면서 미세먼지 해소 방안으로 경유세를 인상하는 것은 하책 중의 하책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김 교수는 또 경유세를 10% 인상할 경우 중소·영세 운송업자의 22%는 적자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경유세 인상의 직접 영향을 받는 육상 운송업체 18만여개 중 98%가 중소·영세사업체인데 경유세 인상의 직·간접적 영향을 감안하면 영세 운송업자 57만여명의 경영상황이 악화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유가보조금을 받는 운수사업용 화물차와 달리 본인 사업용 및 경유 승용차 운전자는 세금 인상 영향이 크다.

김 교수는 미세먼지 배출원별 배출량 및 기여율 자료를 근거로 파악해 볼 때 도로이동오염원보다도 제조업 연소 및 비산먼지, 건설기계 문제 해결이 급선무라고 강조하고 정부가 규제가 쉬운 석탄발전소와 경유차에만 그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토론자로 나선 이동규 서울시립대 교수도 경유세 인상을 통한 미세먼지 저감 효과는 크지 않다고 밝혔다. 경유차가 내뿜는 미세먼지가 국내 미세먼지 배출의 9%를 차지한다는 점에서 결과적으로 전체 배출은 약 1.5% 정도 줄어드는데 그친다는 설명이다.

홍기용 인천대 교수는 경유세 인상은 미세먼지 저감효과는 거의 보지 못하면서 증세효과만 나타나 비용 상승으로 인한 국가경쟁력 저해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밝혔다. 그는 세금 등 가격적인 규제보다는 노후화물자동차의 공해방지장치지원 등 물리적 통제가 더 유효할 수 있다고 밝혔다.

경유세 인상에만 초점을 맞출 게 아니라 기술개발 지원 등 다양한 정책을 추진해야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배충식 KAIST 교수는 “2014년과 2015년 경유차 등록대수가 각각 9%씩 증가했지만 도로이동오염원에 의한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배출량은 오히려 5%씩 감소했다면서 기술 개발을 통한 미세먼지 저감이 실질적으로 가능하다고 말했다. 배 교수는 경유 품질 개선과 신규 경유차 개발을 통한 노후 경유차 대체 등으로 2040년까지 수송 부문의 미세먼지 배출량을 현재의 10% 이하로 저감할 수 있다디젤 연료의 규제와 제재보다는 연구개발과 기술개발, 신규 차량 보급 정책이 실질적 해결책이라고 강조했다.

LPG차 사용제한 규제가 전면폐지된 상황에서 경유세 인상 논쟁이 또 다시 수면위로 떠오르면서 경유세 조정에 대한 정부의 최종 정책 결정이 주목된다.

채제용 기자 top27@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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