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석 에너지경제연구원 위촉연구위원

▲노동석 에너지경제연구원 위촉연구위원(박사)
노동석
에너지경제연구원
위촉연구위원

[이투뉴스 칼럼 / 노동석] 독일의 주택용 전기요금이 덴마크를 젖히고 세계 최고가 되었다. 왜 그토록 비싼지 우리의 주택용 전기요금과 비교하여 궁금증을 해소해 보자. 독일 에너지·물산업협회(BDEW)는 요소별로 구분하여 전기요금의 상세한 내역을 매년 발표한다. 우리는 정보공개가 충분히 않아 두 나라의 전기요금을 비교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하게 추정과정이 필요하고, 비교항목을 정확하게 일치시키지 못하는 한계점이 있다.

우선 우리 전기요금에 대한 사실을 한두 가지 확인하고 가자. 우리의 전체적인 전기요금 수준은 OECD국들 중에 싼 편에 속한다. 주택용 전기요금은 아주 싼 편이지만, 산업용 전기요금은 OECD국들 가운데 중간 정도다. 달리 말하면 우리는 주택용과 산업용의 차이가 거의 없는데, 다른 나라들은 산업용의 전기요금이 주택용에 비해 많이 싸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도 예전의 요금구조는 어느 정도 그랬었다. 한 때 우리는 ‘주택용 전기소비자들이 돈을 모아 ○○전자를 지원하고 있다’는 말에 현혹된 적이 있었다. 선동적 가짜뉴스와 여론에 뭇 매를 맞은 전력당국은 2011년 9.15 순환단전 전후 5번의 전기요금 인상 과정에서 산업용 요금을 집중적으로 인상했다. 또 2016년 폭염은 주택용 누진제를 대폭 완화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 결과 우리는 주택용과 산업용 전기요금이 거의 같아지는 기이한 요금구조를 가지게 되었다. 공급원가를 생각해보면 지금은 산업용 전기소비자가 주택용 소비자를 지원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독일과 우리의 주택용 전기요금 비교 기준년도는 2017년도이다. 2017년도는 적자가 발생한 작년과 달리 한전의 영업이익 5조, 순이익 1.4조가 발생한 해여서 비교년도로서 적절하다. 표의 독일 전기요금은 비교가 쉽도록 원화로 환산했다. 독일의 주택용 전기요금은 kWh당 371원으로 123원인 우리의 3배다. 그 이유를 요소별로 살펴보자. 

먼저 전력시장 가격. 우리의 정산가격은 에너지정산금, 용량요금, 계통운영서비스 정산금, RPS 의무이행비용을 포함하여 86원/kWh이다. 여기에서 RPS 의무이행비용과 계통운영서비스 정산금을 빼면 80.8원이다. 이에 대응하는 독일의 전력시장가격은 71.7원이다. 우리가 더 비싸다는 것이 얼핏 이해되지 않을 수 있다. 발전비용이 싼 원자력과 석탄의 2017년도 발전비중이 우리는 70%, 독일은 50%인데도 말이다. 이것은 독일의 전력시장제도가 ‘energy only market’이고(운전예비력에 대해서는 별도의 정산제도가 있다), 변동비가 ‘0’인 재생에너지의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재생에너지 비중이 12% 수준이던 2010년 독일 전력시장가격은 103.9원으로 2018년 보다 32원 정도가 비쌌다. 당시 독일은 원전 폐지결정 이전이었고 원전과 석탄의 발전비중은 전체의 75% 수준이었다. 그럼에도 주택용 전기요금은 301.6원으로 2017년 보다 약 70원이 낮았다. 원전 발전량은 줄었고, 재생에너지 비중은 20% 이상 증가했는데 전기요금 역시 20% 이상 올랐다. 무슨 뜻인가. 결국 재생에너지로 원자력을 대체한 결과 전기요금이 올랐다는 말이다. 

독일의 망비용은 우리의 송배전판매비에 비해 4.6배 이상 높다. 망비용은 독일 전기요금 중 31%로 비중이 가장 높다. 이것은 우리의 망효율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의 기술이나 운영능력도 훌륭하지만 우리가 독일에 비해 좁은 국토에 많은 사람이 모여 사는 것이 근본적 원인이다. 독일의 인구와 면적은 8,100만명, 35.7만㎢, 우리는 5,100만명, 10.0만㎢이다. 독일도 인구밀도가 높은 국가 중 하나지만 면적당 인구는 우리가 2.4배다. 여기에 수도권 거주자의 85%, 전국적으로 65%가 공동주택에 사는 주거형태도 망효율성에 영향을 미친다. 흔히 망 효율은 송배전손실률로 대변되고 우리는 송배전손실률이 세계 최저치로 마치 우리의 기술이나 운영능력이 대단한 것으로 홍보되기도 하지만 이 역시 과장된 것이다. 

가장 큰 차이는 재생에너지 보조금이다. 우리는 kWh당 2.5원에 불과하지만 독일은 87.6원이다. 독일은 전기요금의 대략 4분의 1을 차지한다. 우리의 재생에너지 보조금은 2017년 REC 이행비용 1.5조원을 주택용 소비량에 기초하여 추정한 것이다. 우리는 재생에너지 보조금을 용도 구분없이 공평하게 부과하지만 독일은 보조금의 많은 부분을 주택용에 부과한다. 이것이 독일 전기요금 중 주택용과 산업용의 차이가 발생하는 요인 중 하나다. 참고로 독일의 재생에너지 보조금 총액은 약 31조원에 달한다. 같은 해 한전의 총매출이 56조원 정도이니 독일 재생에너지 보조금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독일의 2017년도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이 35% 내외인 점을 생각하면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추진 중인 우리도 전기요금 중 재생에너지 보조금 비중도 대폭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독일의 전기세와 부가세를 합한 전기요금 중 세금은 85.4원으로 요금 중 비중은 4분의 1이다. 우리는 부가세 10.9원만 부과한다.  

놀랍게도 세계 최고의 요금을 내면서도 대부분의 독일 사람들은 전기요금으로 얼마를 지출하는지 잘 모른다. 독일 연방 정보통신산업협회(Bitkom)가 실시한 2017년 조사에서 응답자의 거의 절반(49%)은 소비전력량을 모른다고 응답했으며, 37%는 전기요금으로 얼마를 지불했는지 전혀 모른다고 답변했다. 이것은 소득이 높아 가구당 가처분소득 중 차지하는 비중(2% 내외)이 그리 크지 않기 때문으로 설명되기도 한다. 우리는 어떨까? 

양국의 전기요금에서 세금을 동일하게 부과하면 어떻게 될까? 양국의 전기요금 배수는 3.0배에서 2.5배로 축소된다. 여기에 인구밀도가 같고 독일의 주거형태가 우리와 같아서 망비용과 판매비용이 같아진다면 전기요금 배수는 다시 1.7배로 축소된다. 재생에너지 보급도 비슷해서 재생에너지 보조금이 우리와 같아지면, 이 경우 독일 발전비용의 증가를 감안해도 배수는 1.3배로 배수는 대폭 축소되고 만다. 이렇게 요소별로 비교해 보면 독일의 전기요금이 왜 그토록 비싼지 보다 선명해 진다. 

이제 결론. 첫째 독일의 전기요금이 비싼 이유는 불가항력 요소인 망비용을 차치하면 높은 세금과 재생에너지 보조금 때문이다. 세금조정과 재생에너지 보조금 확대에 따라 우리의 전기요금도 앞으로 많이 오를 가능성이 있다. 둘째 전기소비자의 대부분은 전기요금 수준에 민감하지 않을 수 있다. 전기요금으로 얼마를 내는지 모르는 소비자는 가격변동에 반응할 수 없기 때문이다. 셋째 우리의 주택용 전기요금은 독일의 3분의 1 수준으로 많이 싸다. 그렇지만 전체적으로 평균 전기요금이 원가를 회수하지 못할 정도로 엄청나게 싼 것이 아니다. 전기요금은 전기사업법에 의해 ‘적정 원가에 적정 이윤을 더한 것일 것’으로 결정된다. 빈번한 요금조정이 어렵다보니 한전은 이윤이 나기도 하고 적자를 보기도 한다. 지금의 적자는 에너지가격의 하락 등 다른 요인에 의해 복구되거나 가까운 장래 전기소비자들이 부담해야 한다. 결코 세금으로 메워주지 않는다. 빵값이 밀가루값보다 쌀 수 없듯이 두부값이 콩값보다 쌀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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