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가스안전公, 보일러 안전점검·시공업자 보수 등 개정
도시가스사·시공업계 “불합리하고 분쟁 야기, 책임만 부과”

[이투뉴스] 지난해 말 발생한 강릉 펜션 가스보일러 CO중독사고의 여파가 여전하다. 사상자를 내며 안전불감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회에 경종을 울린 사고의 대책과 책임을 둘러싸고 그 유탄이 관련업계에 튀고 있는 것이다.

유사한 사고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는 공감대는 형성됐으나, 일각에서 우려했던 대로 구조적 원인과 그에 따른 근본적 개선방안에 초점이 맞춰지기보다 마찰이 빚어지는 양상이다.

산업부와 한국가스안전공사가 올해 1월 유관단체를 통해 가스업계에 전국의 10년 이상된 가정용 보일러 526만대 일제점검을 한달 내 마칠 것을 요구해 비난을 받더니, 이번에는 개정을 추진하는 일반도시가스사업자 표준안전관리규정이 도마 위에 올랐다.

개정안이 현행 법규와 상충되는 등 불합리한데다, 이해당사자 간 민원과 분쟁을 야기시키고 공급사업자에게 그 책임을 떠넘기는 조치라는 빈축을 사고 있는 것이다. 무자격시공과 부실시공, 관리·감독 미흡 등 사고의 근본적 원인에 대한 처방이 아니라 행정적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안전관리규정 개정을 통해 책임을 전가한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크다. 일반도시가스사업자 표준안전관리규정은 도시가스사업자가 보일러 등 가스사용시설을 점검할 때 준수해야하는 규정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제36시설 안전점검의 경우 기존의 보일러실의 급·배기구 상태를 확인하도록 한 규정에 배기통 구조 및 재료 적정 여부, 보일러와 배기통 연결부 정상체결 여부, 배기통 벽 통과부 방화조치 및 배기가스가 유입되지 아니하도록 조치 여부, 보일러 설치장소 적정 여부 등을 추가했다. 가스보일러 점검항목을 구체화하고 명확화하겠다는 의도다.

이와 함께 가스사용시설의 안전점검 결과에 대한 이행조치와 관련해 도시가스사업자는 점검결과 부적합 사항에 대해 가스시설 시공업 자격을 가진 자에게 수리·보수조치토록 가스사용자에게 안내하고, 개선완료 시 재방문해 개선여부를 확인토록 규정했다. 다만 가스보일러 부적합 사항에 대한 가스시설 시공업 자격을 가진 자의 보수가 곤란한 경우에는 일정범위 내에서 가스사용자가 가스사용시설 안전관리업무대행자에게 의뢰해 보수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가스사용시설 안전관리업무 대행자조항에 보일러와 배기통 연결부 내열실리콘 마감 조치, 배기통 벽통과부 배기가스 유입방지 조치, 보일러와 배기통 연결부 고정 조치 등 가스보일러 배기통에 대한 경미한 보수조치가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을 신설했다.

또 가스사고 조사 및 사후관리와 관련해 기존의 모든 가스사고는 발생 즉시 지휘계통 및 보고체계에 따라 처리한다는 규정을 모든 가스사고는 발생 즉시 한국가스안전공사 및 관할 행정관청에 보고하고 사내 지휘계통 및 보고체계에 따라 처리한다로 개정했다. 201711월 발생한 인천LNG기지 저장탱크 누출사고, 지난해 12월 발생한 해운대구 도시가스배관 손상사고로 지자체가 요구한 사항을 반영한 조치다.

관련업계 현실성 없는 무리한 규정반발

이 같은 개정안에 대해 이해당사자인 도시가스업계와 열관리시공사업자, 보일러설비사업자 등 관련업계는 합리적이지 못하며 현실성 없고, 오해의 소지가 큰 무리한 규정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강릉 펜션 보일러 CO중독사고는 무자격자에 의한 부실 및 불법시공 등이 원인임에도 초점이 잘못 맞춰졌다는 것이다. 원인과는 다른 대책으로 합리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도시가스사 관계자는 배기통의 구조 및 재료의 적정여부 등은 공급 전 안전점검 과정에서의 확인사항으로, 사용시설점검원이 반복적으로 정기안전점검에서 확인토록 규제하는 것은 불합리하다사용시설점검원이 배기통의 구조나 재료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수준의 전문성이 없어 현실적으로 이뤄질 수 없다고 못 박았다. 또 사용시설점검원에게 모든 책임을 부과하는 과도한 규제로 작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원청의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으로 산업안전보건법이 올해 1월 개정됨에 따라 법률에서 위임하지 않고 강제할 수 없는 사항을 최하위 안전관리규정에 포함시켜 시행하는 게 불합리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일러 부적합사항 확인 및 개선절차도 빈축을 사고 있다. 가뜩이나 사용시설점검원의 업무가 과중하다며 불만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부적합사항의 개선완료 여부를 재방문을 통해 확인토록 규제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모바일을 통한 사진 전송 등으로 확인 가능한 사항으로, 가스사용자가 부적합시설 개선을 스스로 책임지고 할 수 있도록 하는 안전문화 정착에 더 힘을 쏟아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보일러시공 중 경미한 보수공사를 안전관리업무대행자에게 의뢰해 조치할 수 있도록 한 규정에 대해 도시가스업계와 시공업계 모두 법체계에 어긋나는 것은 물론 관련업계 간 마찰이 우려된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또 다른 도시가스업계 관계자는 가스시설 시공업 자격을 보유한 자가 보수를 할 수 없는 것을 안전관리업무대행자에게 의뢰해 조치토록 하는 것은 모든 책임을 공급자에게 지우려는 것으로 밖에 해석되지 않는다고 따졌다. 시공자격이 있음에도 보수를 하지 못하는 경우라면 안전관리업무대행자도 보수를 할 수 없는 사항이며, 보일러 시공업계의 반발과 분쟁의 소지가 다분하다는 설명이다.

보일러 시공업무를 수행하는 한 사업자도 안전관리업무대행자의 보일러 보수공사 허용은 도시가스사업자(안전관리대행업자)의 보일러시공을 금지한 도시가스사업법 제28조 제2항에 배치되는 규정이라며 수용할 수 없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논의과정에서 조율이 이뤄진다 해도 분명한 온도차가 확인되는 대목이다.

가스사고가 발생했을 때 보고체계에 대해서도 견해차가 크다. 현행 법률이 산업부 및 행정관청의 권한을 한국가스안전공사에 위탁하고 있고 있는데, 개정안은 법률과 충돌한다는 것이다.

현행대로 권한을 위탁받은 한국가스안전공사가 관할 행정관청에 사고내용을 보고하는 체계가 타당하고, 도시가스사는 사고복구를 위한 인력 운용 등 신속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판단이다.

소 잃고 외양간이라도 고치려는 안전관리 정책은 전향적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현장을 기반으로 하지 않는 합리적이지 못한 행보는 갈등만을 초래할 뿐 기대만큼의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 책임의 주체가 돼 실효적인 안전관리대책을 수립하려는 정책 의지가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채제용 기자 top27@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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