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진소재ㆍ용현BM] 연 2조시장 선점 경쟁 … 초대형 설비 강점

 

단조란 금속재료를 가공하기 쉬운 상태에서 압축이나 충격을 가해 성형하는 공법을 뜻한다. 워낙 크기가 커 금형 제작이 어려운 대형 부품을 만들 때 쓰는 공법이다.

 

1978년 설립돼 중견기업을 성장한 현진소재(대표이사 이창규)는 풍력발전기의 핵심 부품인 메인 샤프트와 베어링, 선박 크랭크 샤프트 등을 단조로 만드는 회사다.

 

자회사 용현BM은 2002년 기업분할을 통해 설립됐으며 현진소재는 2002년, 용현BM은 2006년에 각각 코스닥에 상장했다.

 

조선, 플랜트 설비, 기타 단조품이 주종인 이들 기업을 아직 풍력 전문기업으로 부르기는 이르다. 그러나 국산 기술로 풍력 핵심부품을 생산하는 기업이 전무하다는 점에서 의미는 남다르다.

 

풍력발전 대형화 추세를 따라 풍력 종합 부품업체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는 두 기업의 비전을 들여다봤다.

 

▼ 현진소재, 세계 풍력산업 공략 = 단조 사업은 소위 '돈이 많이 드는' 사업이다. 초기 설비투자 금액이 커 중소기업 진출이 쉽지 않다. 또 기술력과 인력이 필요한 주문생산 방식이라 대기업 진출도 제약이 따른다.

 

그래서 현진소재의 단조사업은 시장 경쟁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다.

 

이 회사는 현재 세계 9개 선급협회로부터 공장 인증을 받아 국내외 조선소와 산업설비 제작업체에 제품을 납품하고 있다. 특히 선박엔진의 주요 부품인 크랭크샤프트 단조기술은 독보적이다.

 

크랭크샤프트는 엔진으로부터 온 힘을 주요 동력기기로 전달하는 부품으로, 소재 자체가 매우 강해야 하며 높은 정밀도를 요구한다. 현진소재가 풍력발전기 부품 시장을 선점하게 된 것도 선박기술에서 다년간 쌓은 노하우 덕분이다.

 

풍력발전기 핵심 부품인 메인 샤프트는 날개에 연결돼 회전자의 운동에너지를 발전기로 직접 전달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선박 크랭크샤프트 수준의 내구성을 요구한다.

 

이들 제품을 단조하려면 대규모 프레스 장비가 필요한데, 5000톤급 프레스와 대형 단조기를 확보한 곳은 현진소재와 용현BM(대표이사 이태희)이 국내에서 유일하다.

 

주요 납품처는 베즈타스, 지멘스, GE윈드 등의 세계적 풍력기업 들이다. 지난해 수주 물량만 3200억원에 달하고 지난 1월에도 인도 베스타즈와 35억원 규모의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 용현BM, 풍력부문 강화 = 용현BM은 현진소재의 외연 확대 차원에서 2002년 설립된 단조부품 회사다. 현대중공업, STX, 두산엔진 등의 협력사로 중ㆍ소형 엔진부품을 납품하고 있으나 향후 풍력발전을 주요사업으로 성장시키겠다는 구상이다.

 

용현BM은 지난해 증자를 통해 유입된 자금으로 400억원 설비투자를 단행했다. 올해도 250억원 정도를 양산공장 풍력발전 설비에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축적된 단조기술로 대형 풍력발전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의지다.

 

매출구조도 엔진용 단조부품에서 풍력용 단조부품으로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현재 조선 및 선박엔진 부품이 전체 사업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85%다. 회사 측은 오는 2010년까지 풍력발전설비 부문의 비중이 35%로 늘어나고, 대신 조선 부품은 30%로 축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

 

용현BM은 조선업, 플랜트, 대체에너지 등의 전방산업 성장에 따라 지속적인 성장을 낙관하고 있다. 지난해 533억원의 매출을 2010년 1300억원으로 늘리고, 생산능력은 6만톤 규모로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용현BM 관계자는 "세계 풍력시장이 연평균 14.2%씩 성장하고 있고 향후 5년간 75.7GW의 풍력발전기가 추가로 설치될 전망이어서 향후 사업전망이 매우 밝다"고 설명했다.

 

▼ 2010년 2조원 시장 형성 = 현진소재와 용현BM은 선박과 풍력이란 두가지 호황 산업을 동시에 끌어안고 있어 성장성이 높다. 선박 건조가 한창이어서 부품 부족현상이 가속화되고 있고, 풍력시장 역시 수요 급증에 따라 부품난이 가중되고 있다.

 

2007년 6700억원 규모인 풍력 단조부품 시장은 올해 1조2000억원으로 크게 늘어난 뒤 오는 2010년 2조원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현진소재는 1~2.5MW 풍력샤프트 생산실적을 바탕으로 국내외 풍력 부품시장의 선두주자로 입지를 굳힌다는 전략이다.

 

또 용현BM은 꾸준히 생산 능력을 키워 타워플랜지 등 원형 타입의 풍력 단조품까지 생산 영역을 확대한 뒤 매출의 70%를 풍력 시장에서 거두겠다는 계획이다.
 
이같은 호재에도 불구, 세계적인 원자재난으로 폭등한 원재료값은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단조 제품은 잉고트(쇳덩어리)라는 원재료로 만들어지는데, 최근 잉코트 가격이 30~40%까지 올랐기 때문이다.

 

현진소재 관계자는 "수익성 악화를 방지하기 위해 판매단가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며 "지난 1월 지멘스와 15% 단가 인상에 성공한 데 이어 최근 국내 엔진업체와 25% 단가 인상을 합의했다"고 전했다.

 

증권가에서 전망하고 있는 현진소재의 올해 매출은 3758억원이다. 용현BM은 기존 선박사업에서 이미 3년치 이상 수주 물량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 풍력 단조부품은 어떻게 만드나 …

 

풍력 단조부품은 크게 원소재 투입-절단-가열-단조-열처리-가공-검사 등의 7개 공정을 거친다. 복잡해 보이지만 옛 대장간의 공정과 다를 것이 없다.

 

우선 고객의 주문에 맞춰 철강회사로부터 잉고트가 입고된다. 이를 적당한 크기로 자른 뒤 제품의 특성에 맞게 가열로에 넣어 온도를 높인다.

 

시뻘겋게 달아 오른 쇳덩어리는 제품 크기에 따라 1000~5000톤의 프레스로 성형하는 단조 공정을 거친다. 대장간으로 치면 '메질'에 해당한다.

 

어느 정도 모양이 잡힌 제품은 조직 균일화를 위해 다시 한번 열처리 과정을 거친다. 강도가 한결 높아진 제품은 마지막으로 모양과 기능에 맞게 절삭공정을 거쳐 하나의 부품으로 탄생한다.

 

이 공정을 거쳤다고 해도 치수검사ㆍ비파괴검사 등을 통과해야 납품된다.

 


■ 풍력발전 시장 전망 …

 

풍력은 태양광에 이어 신재생에너지 중 가장 각광받는 에너지원이다. 발전량이 많아 상대적인 경제성도 높다. 통계에 따르면 2007년 현재 전 세계에 설치된 풍력발전기는 94.8GW로, 지난 한 해에만 20.7GW가 늘어났다. 이 추세대로라면 2010년경 150GW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현재 발전단가는 일반 석탄화력 발전보다 낮은 MWh당 54유로 수준이나 해상풍력의 경우 건설비가 다소 높게 드는 단점이 있다. 풍력시장은 전체의 85.2%가 독일, 스페인, 미국, 인도 등의 나라에 몰려있다. 향후 유럽시장은 비중이 줄고 북미와 아시아 시장의 비중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의 가치사슬은 부품-기자재-발전기-설치ㆍ시공-발전 서비스 등으로 이뤄져 있으나 선도기업의 통합화 추진 추세에 따라 산업구조가 단순화되고 있다. 지금은 2~3MW급 발전기가 주력제품이지만 이미 로터 직경이 124m에 이르는 5MW급 발전기가 실증 테스트 중에 있다.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