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성환 에너지러시 대표

[이투뉴스] 최근 석유업계에서는 이색적인 도전이 시도되고 있다. 고객이 구매한 석유제품을 픽업해 차량에 배송 및 주유 서비스를 제공하는 '배달 주유 서비스'가 그것이다. 주유소보다 조금 더 비싼 가격에 자동차 연료를 공급하는 대신 사용자가 바라는 곳까지 찾아오는 배달 주유 서비스, 새로운 서비스를 한국에서 시도하는 ‘에너지러시’의 표성환 대표를 만나봤다.

▲표성환 에너지러시 대표(오른쪽)와 김한준 운영총괄(왼쪽).
▲표성환 에너지러시 대표(오른쪽)와 김한준 운영총괄(왼쪽).

◆타겟은 시간가치를 중요시하는 사람

본래 음료사 영업직이었던 표성환 대표는 물류센터 내의 주차된 차량에 직접 주유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더 효율적인 운용이 가능할 것이라는 구상을 확장한 것이 에너지러시의 주유서비스 ‘풀업(Fuel Up)’이라고 설명했다.

풀업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장소로 찾아오는 주유서비스’를 표방하고 있다. 고객이 스마트폰용앱을 이용해 주문하면, 계약된 장소에 찾아가 서비스를 제공해 소중한 시간을 아낄 수 있게 되는 것이 요지이다.

표 대표는 가격에 대한 부담도 크지 않다며 “서비스 요금이란 어떤 사람에겐 높고 어떤 사람에겐 낮은 것”이라며 상대적이라고 말했다.

표 대표는 “근무환경은 변하지 않았는데 주52시간 근무제가 도입되는 등 업무시간은 줄어들고 있다. 우리가 고객으로 삼으려는 것은 업무시간 내에 모든 일을 한다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생각에 시간의 가치를 중요시하는 사람들이다”라고 풀업의 목표를 설명했다.

표 대표는 먼저 개인이 아니라 경유차를 많이 사용하는 택배업체 등과의 BtoB 연계로 안정성부터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일반 사용자에게 서비스하는 BtoC는 그 다음이다.

◆풀업서비스 활성화로 Co2 배출 5만톤 감소

표 대표는 경유차를 대상으로 한 서비스를 구상하고 있지만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정부가 벌이고 있는 경유차 폐차지원 정책이 걸림돌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풀업 서비스가 활성화되면 미세먼지가 저감된다는 입장을 내놨다.

표 대표는 “경유차량의 운행시간과 운행거리를 줄이는 방법이 바로 풀업”이라고 말했다. ‘2013년 국토교통부 자동차 이용실태조사’에 따르면 경유차 한 대는 일주일에 약 3.9회 주유한다. 이를 바탕으로 시뮬레이트한 결과 주유를 위해서 일주일 동안 달려야 하는 거리는 3km, 시간은 16분 정도 소요된다.

1km당 경유가 100g 소모된다고 가정했을 때, 풀업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연 24시간의 시간 절감, 57만3000원의 비용 감소효과를 볼 수 있다. 또한 차량 1대당 152km을 덜 달리게 돼 연간 5만여톤의 Co2를 절감할 수 있다.

서비스 대상에 대해서도 사전에 준비를 해둔 상태였다. 동석한 김한준 운영총괄은 현재 풀업 서비스를 물류센터에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김 총괄은 “한국의 물류업은 이미 세계적으로 거대한 시장을 갖고있다. 소비자, 회사 입장에서도 충분한 이득을 얻을 수 있는 풀업이라면 이 시장을 뚫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풀업은 고객이 스마트폰용앱을 이용해 주문하면, 계약된 지정 장소에 주차된 시간 찾아가 서비스를 제공한다.
▲풀업은 고객이 스마트폰용앱을 이용해 주문하면, 계약된 지정 장소에 주차된 시간 찾아가 서비스를 제공한다.

◆“안전 문제, 소량만 배송하면 되는 것”

다만 문제는 안전이다. 석유업계 일각에서는 이같은 이동식주유서비스가 불법으로 이동판매차량을 이용해 주유하는 것과 뭐가 다르냐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위험물 안전관리 문제부터 토양오염문제, 유증기 회수문제, 안전관리자 상주 등 안전에 대해 따지고 들면 수없이 많은 문제가 있다.

현행법에 따르면 이동식 주유기가 부착된 홈로리로 차량에 주유하는 것은 금지돼 있다.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사업법은 주유소를 ‘고정된 주유설비를 이용해 다른 주유소, 일반판매소, 실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소매업자인 석유판매업자’로 못 박아두고 있다.

규제에 예외사항이 있다면 천재지변이나 그 밖에 준하는 사태가 발생해 이동판매가 국민생활의 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일이라고 인정됐을 경우 뿐이다.

김 총괄은 “요컨대 위험물안전관리법에 따른 지정수량 미만의 경유를 운반하고, 최대한의 안전장비를 갖추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위험물안전관리법에 따르면 제1석유류인 휘발유는 지정수량이 200리터 미만이지만 제2석유류인 경유는 1000리터 미만으로 정해져 있다. 경유를 60리터까지 주유할 수 있는 현대 포터를 대상으로 한다면 16.6대를 채울 수 있는 양이다. 석유제품을 ‘경유’로, 주유장소를 ‘물류센터’로 축소하는 것으로 서비스를 강화했다는 설명이다.

▲영국에서 서비스 중인 지브라퓨얼은 경유만을 대상으로 해 풀업과 가장 흡사하다.
▲영국에서 서비스 중인 지브라퓨얼은 경유만을 대상으로 해 풀업과 가장 흡사하다.

◆해외에선 성장 중인 사업 “시도조차 못하는 건 어폐있어”

표 대표는 “특정 장소에서 경유에 대해서만 서비스하는 것은 이미 미국, 영국 등지에서 서비스 되고 있는 사항인데 시도조차 못하게 하는 것은 어폐가 있다”라며 “올해 상반기에 에너지러시 법인신청과 함께 규제샌드박스를 신청하려고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미국은 20개주에서 풀업과 유사한 서비스를 하고 있다. 대표적인 업체로는 부스터퓨얼스가 있다. 부스터퓨얼스는 현재 텍사스, 시애틀, 실리콘밸리 등 미국 10개 도시의 이베이, 오라클, 페이스북, 펩시 등 300여개의 제휴사와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서비스하고 있다. 창문세척과 와이퍼·공기압 체크 등의 경정비도 제공한다.

다른 업체인 필드는 실리콘밸리와 샌프란시스코를 근거지로 주변 3개 주유소 중 가장 낮은 가격에 3달러를 합산해 서비스한다. 필드의 가장 큰 특징은 24시간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월 20달러의 멤버십 비용을 받고 운영되는 요시는 보스턴, 애틀란타, LA 등 미국 16개 도시를 대상으로 한다. 위퓨얼은 연료비에 서비스비용 7.49달러를 받는 업체로, 3회 주유시 무료 정책을 준비하고 있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이들 이동주유 서비스가 하루에 미국에서 판매한 석유제품은 977만배럴에 달한다.

다국적 에너지기업인 로열더치쉘 역시 2017년부터 네덜란드에서 배달주유서비스를 시작했다. 표 대표는 영국 지브라퓨얼이 풀업과 가장 흡사하다고 말했다. 지브라퓨얼 역시 경유만 제한적으로 주유하고 있다.

한편 표 대표는 기존업계와의 상생 역시 중요하다며 “석유업계의 고령화로 인해 IT기술과 접목된 풀업 서비스를 받아들이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라며 “저희 에너지러시가 석유업체를 운영하면서 일종의 플래그십 모델로 나아간다는 계획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최근 정부는 불법 석유유통을 막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하고 있다”라며 “IT가 접목된 저희 풀업 서비스가 활성화 되면 공급자와 사용자가 투명해져 불법 석유유통 방지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오 기자 kj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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