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변화 희생자 위한 각국의 재정적 지원과 사회적 관심 요구

[이투뉴스] 지구 온난화가 인간의 삶에 큰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태평양 섬 해안 저지대에 사는 주민들은 그 변화의 첫 피해자였다. 이들은 기후 변화로 인한 홍수와 폭풍으로 살 곳을 잃고 있다. 또 가뭄으로 농작 지역이 줄은 농민들은 농경지를 찾아 이주를 선택하고 있다. 이들은 자신의 선택이 아닌 떠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 ‘기후 이주자’다. 기후 변화로 인해 경제 부국과 빈국 사이의 빈부 격차가 커졌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이러한 기후 변화 희생자를 위한 각국의 재정적 지원과 사회적 관심이 요구되고 있는 가운데 이 책임을 누가 얼만큼 질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 던져지고 있다. 

◆기후 변화, 지구촌 빈부격차 넓혀 

기후 변화가 승자와 패자를 가른 것으로 확인됐다. 노르웨이는 승자, 나이지리아는 패자로 나뉘었다. 최근 스탠포드 대학교 교수가 발표한 논문을 통해 드러난 냉혹한 현실이다. 스탠포드 대학의 마셸 버크 경제학 교수는 온실가스 배출이 전 세계적으로 경제적으로 불평등하게 영향을 미치는 것에 대해 수치화하고 그 결과를 국립과학원회보에 실었다. 

버크 교수는 기후 온난화로 경제 빈국들은 더 손해를 입은 반면 지난 50여 년간 배출 대부분을 일으켰던 경제 부국들은 지구 온난화로부터 이득을 보고 있다라는 결과를 밝혀냈다. 

국가간 경제 불균형은 ‘기온 변화’가 발생하지 않았을 경우 더 작았을 것이라고 추산됐다. 경제 부국과 빈국의 인구당 수입 차이는 기후 변화가 없다는 가정에서 보다 25% 포인트 더 많이 난 것으로 추산됐다. 버크 교수는 기온이 평균보다 더 높았을 때 빈국의 경제성장이 부국에 비해 더뎠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세계 선진국들은 대부분 기온이 낮은 위도에 위치해 있는 반면, 빈국들은 적도 근방에 집중돼 있다. 적도 근방에서는 기온이 미세하게 상승해도 곡물 생산과 사람들의 건강, 노동 생산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버크 교수는 기후 과학자인 노아 디펜바우와 함께 1960년대 이후 20개 기후 모델 이상을 살펴보고 기온 상승이 없을 경우 경제적 수행이 어땠을지 추산했다. 

1961년과 2000년 사이 기후 변화는 인구당 수입을 17%에서 30% 사이 까지 감소시켰다. 기온 상승이 없었다면 아프리카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나이지리아의 경우 29% 더 부유했을 것으로 추산됐다. 반면 석유와 가스 생산국인 노르웨이는 기온 상승으로 34% 더 부유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추운 지역들은 이익을 얻은 반면 더운 지역들은 피해를 많이 입었다. 온대 기후에 있는 중국과 미국 등에서는 경제적 영향 차이가 적거나 잘 나타나지 않았다”고 버크 교수는 지적했다. 

이 논문은 온실가스 배출을 낮추는데 누가 더 헌신해야 하는지, 또 빈국에서 발생한 기후 변화로 인한 피해를 누가 보상할 것인지에 대한 논쟁에 상당한 시사점을 던져줄 것으로 보인다.  

◆기후 변화, 1억4300만명 인구 이동 일으킬 것 

기후 변화가 인류의 대이동을 일으킬 것으로 예측됐다. 세계 은행은 농사 실패와 물 부족, 해수면 상승 등 지구 온난화 피해로 1억4300만명의 인구가 ‘기후 이민자’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세계 인구의 2.8%에 해당한다. 

이주민의 대부분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와 남아시아, 라틴 아메리카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할 것으로 전망됐다. 개발도상국 인구의 55%를 차지하는 지역들이다. 

이미 해수면 상승은 태평양과 오세아니아 섬들의 주민들의 이주를 가속화시키고 있다. 심한 가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민들도 농지를 찾아 이주하고 있다. 경제 빈국의 가장 가난한 계층의 사람들이 지구 온난화로부터 가장 큰 어려움을 겪고 이주를 선택할 것이라고 보고서는 내다봤다. 

세계 은행은 만약 세계 각 정부들이 적절한 조치를 취해 온실 가스 배출을 줄이고 강력한 개발 계획을 실행하면, 기후 이주는 80%까지 줄어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세계 은행의 크리스티나 조지이바 최고경영자는 “농경 지역으로부터의 이주와 교육, 트레이닝, 일자리 기회를 준비하는 도시들은 장기적인 이익을 얻게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화석 연료’ 보조금 중단 촉구 

워싱턴 DC에서 최근 열린 국제통화기금(IMF)의 춘계 총회에서 환경론자들과 언론인들은 “세계 곳곳은 살기 어렵게 됐으며, 많은 사람들이 살 곳을 찾아 옮겨다닐 것”이라고 입모아 말했다. 

영화 감독이자 동물 학자인 데이비드 애턴버러 “지구 온난화를 막는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더 많은 난민 이주 압박을 예상할 수 있다”며 정책 입안자들에게 긴급한 조치를 촉구했다. 

애턴버러는 시간이 많이 남아있지 않기 때문에, 각국이 2015년 탄소 배출을 줄인다는 파리 기후 협정에서 약속한 목표치를 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IMF 매니징 디렉터인 크리스틴 라가르드는 “인구 이동과 기후 변화 사이의 연결 고리가 있는가”라는 질문에 애턴버러는 “지금 유럽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며 “많은 아프리카인들이 살 곳을 찾아 유럽으로 이주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지구를 망치는 것에 보조금을 대고 있다”며 “기후 변화의 원인이 되고 있는 탄소 기반 연료에 우리는 돈을 지원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정부가 화석연료에 대한 보조금을 폐지하고 탄소세를 부과함으로써 미래를 보호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의 2/3에 해당하는 11억 인구가 유럽 국가 또는 미국으로 이주하길 원하고 있는 것으로 한 조사에서 확인됐다. 이주 희망 인구는 2050년까지 25억 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유럽은 지질학적 위치와 안전성, 국내외적 갈등과 기후 변화, 빈곤 등의 문제에 대한 개방성으로 이주민들이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브뤼셀은 대량 이주를 막겠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했지만, 최근 발표된 정책 보고서에 따르면 “인권 문제를 야기하고 있는 비규칙적인 이주민 유입을 위해 법적 기반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기후 난민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가디언지는 보도했다. 

◆미국 ‘기후 피신처’ 캠페인 

미국에서도 기후 변화로 인한 자연 재해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서부에서는 산불, 남부에서는 무더위, 동부에서는 홍수 피해가 자주 일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기후 변화로 인한 피해를 입고 이주를 고려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버드 디자인학 대학원의 제스 키낸 박사는 기후 변화에서 안전한 지역을 묻는 이메일을 받은 이후 지역을 물색하다 둘루쓰(Duluth) 지역을 소개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즈는 보도했다. 

주변 지질학적 요소들 때문에 둘루쓰는 기후 변화 영향이 좀 더 쉽게 통제될 수 있는 지역으로 꼽혔다. 날씨가 꽤 추운 편이기 때문에 기온이 올라가더라도 폭염을 피할 수 있다. 낮은 기온으로 산불 위험이 낮으며 해수면 상승 영향도 받지 않는다. 이 지역은 그레이크 호에서 신선한 담수를 얻을 수 있어 물부족 위험도 없다. 

둘루쓰는 키낸 교수의 기후 보호서 계획을 공식적으로 채택하지 않았으나, 에밀리 라슨 시장은 “둘루쓰가 지속가능하고 보호 지역이 될 수 있다는 교수의 아이디어에 동참하길 원한다”고 밝혔다. 

둘루쓰는 현재 8만6000명 인구의 소도시지만 15만명까지 수용할 수 있는 기반 시설을 갖추고 있다. 키낸 박사는 더 많은 사람들을 이 지역으로 이주시킬 경우 지역 경제 성장까지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웃 도시인 버팔로 시의 바이런 브라운 시장도 지난 2월 버팔로 시를 ‘기후 피신처’로 공표하고 이주민들을 반긴다고 밝혔다. 

버팔로 시는 앞서 기후 이주자들을 받아들인 바 있다. 허리케인 마리아가 2017년 가을 푸에르토 리코를 강타한 이후다. 이미 버팔로에 푸에르토 리코인들이 꽤 많이 살고 있었기 때문에 이주자들이 몰린 것으로 보인다. 버팔로 시는 텔레비전 광고로 스페인어 선생을 구한다는 구인 광고를 하는 등 이주민들을 위한 기반을 적극적으로 마련했다. 

버팔로-나이아가라 지역의 기후 이주를 돕는 비영리 단체 ‘디자이닝 투 리브 서스테이너블리’의 조지 베쉬 회장은 “푸에르토 리코에서 허리케인이 발생한 이후 약 1만명의 인구가 유입됐다”고 밝혔다. 

시애틀=조민영 기자 myjo@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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