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희토류가 중국 발전 저해 용납안돼"

[이투뉴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벼랑 끝에 몰린 중국이 미국을 겨냥해 희토류 카드를 꺼내 들 조짐을 보이고 있다.

희토류는 세계 첨단 과학기술 산업의 중요한 원자재이며 중국이 세계 최대 저장량과 생산량, 판매량을 자랑하고 있어 미국의 아킬레스건으로 꼽히고 있기 때문이다.

29일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報)에 따르면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 관계자는 "그동안 세계 최대 희토류 공급 국가로서 중국은 개방, 협조, 공유의 방침에 따라 희토류 산업 발전을 추진해왔다"면서 "중국 인민들은 중국에서 수출한 희토류로 만든 상품이 오히려 중국 발전을 억제하는 데 사용된다면 불쾌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희토류 산업 발전 분야에서 중국은 희토류 자원의 국내 수요를 우선시한다는 원칙을 견지하면서 희토류 자원에 대한 세계 각국의 정당한 수요를 만족시킬 용의가 있다"라고도 했다.

그는 미·중 무역 마찰에 대해 "중미 양국은 산업 사슬이 고도로 융합돼 상호 보완성이 매우 강하다"면서 "협력하면 모두에게 이롭지만, 갈등이 있으면 모두 다친다. 무역전쟁에는 승자가 없다"고 말했다.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環球時報)의 후시진(胡錫進) 총편집인은 미·중 무역전쟁의 카드로 중국이 희토류 공급의 지배적인 위치를 이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후 총편집인은 "내가 아는 바로는 중국이 미국에 희토류 수출을 제한하는 것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면서 "중국은 또한 다른 보복 조치들도 취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환구시보도 이날 '미국은 중국에 희토류라는 카드가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는 제하의 사설을 통해 희토류의 무기화를 위협했다.

이 매체는 "발개위 관계자가 희토류에 대해 언급한 것은 미국에 보내는 강력한 메시지"라면서 "미국이 대중국 압박을 계속 높인다면 중국은 희토류라는 무기를 들고나오는 것이 멀지 않은 일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 상무부 국제무역경제협력연구소 연구원 출신인 진바이쑹(金柏松)은 관영 차이나데일리에 기고를 통해 희토류가 군사용과 민간용으로 사용될 수 있는 전략자원이라면서 "과거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움직임은 외부에 제대로 설명을 못 해 오해를 불러일으켰다"고 주장했다.

진바이쑹은 "중국의 희토류는 먼저 중국의 첨단 기술 분야에 이익을 줘야 하며 그다음에 수출이 되도록 조치해야 한다"면서 "중국은 세계무역기구의 안보 예외 원칙을 활용해 희토류의 수출을 제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미 무역분쟁에서 희토류를 이용하는 것은 간단하다"면서 "중국 당국도 희토류가 중국 무역정책에서 전략적 역할을 하도록 특별히 배려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민일보는 '미국은 중국의 반격 능력을 과소평가하지 말라'는 논평에서 중국이 희토류 시장에서의 주도적인 입지를 활용해 미국에 반격을 가할 것이라는 언론 보도가 나오고 있다면서 "미국이 자원 자립을 꿈꾸고 있지만 미국 또한 글로벌 공급 사슬에 의존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 신문은 미국산 전자 및 군사 제품 등 많은 분야가 중국의 희토류에 의존하고 있다면서 이런 미국산 제품이 중국의 발전을 억제하는 데 쓰이면 중국인들은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도 지난 20일 이례적으로 장시(江西)성 간저우의 희토류 생산업체를 시찰하면서 "희토류는 중요한 전략 자원"이라며 대미 무역전쟁에서 희토류 공급 카드를 활용할 수 있음을 시사한 바 있다.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생산량의 90% 이상을 차지하며, 미국은 전체 희토류 수입의 80% 이상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중국 의존도가 높은 까닭에 희토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중국 '관세 폭탄' 목록에서 제외된 품목이다.

중국은 2010년 동중국해에서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열도를 두고 일본과 갈등이 심화했을 때 일본에 희토류 수출 중단을 선언해 고통을 안긴 바 있다.

주일 중국 대사로 부임하는 쿵쉬안유(孔鉉佑) 외교부 부부장 겸 한반도사무특별대표도 중국이 결코 미국과 플라자 합의를 했던 일본과는 같지 않다면서 양보를 한다고 해서 미·중 무역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쿵 부부장은 "세계는 30년 전과 다르고 중미 관계는 미일 관계와 다르다"면서 플라자 합의는 일본 경제에 큰 타격을 입혀 그 영향이 현재까지 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민영 기자 myjo@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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