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년만에 설치용량 최저수준으로 떨어져

[이투뉴스] 독일의 육상풍력 설치용량이 20여년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세계 3위 풍력 대국이 다시 전성기를 회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유럽 풍력산업단체 윈드유럽(WindEurope)은 독일 육상풍력 성장에 제동이 걸렸으며, 이는 독일의 재생에너지 목표 뿐만 아니라 EU전체의 목표 달성에 비상이 걸린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독일은 올해 1분기 134MW의 육상용 풍력발전을 추가했으나 이는 2000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전년 동기와 비교해도 87% 줄었다. 올해 말까지 독일은 1~2GW가량의 육상용 풍력발전을 추가 설치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지난 5년간 연평균 추가량인 4.3GW의 절반을 밑도는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추세라면 2030년까지 독일 재생에너지 전력 공급 목표량인 65%와 유럽연합 32%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보고 있다. 

윈드유럽은 독일이 2030년까지 연간 약 730MW의 해상용 풍력발전을 설치해 해상용이 육상용 풍력발전의 공백을 채우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윈드유럽의 질레스 딕슨 CEO는 “독일에서 육상용 풍력발전은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고 지적했다. 

IHS 마킷의 인드라유스 머커지 세계 풍력 전문가는 2017년 풍력발전 경매시장 설계에 심각한 결함이 있었으며, 이와 관련된 문제들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풍력발전에 대한 국민 수용성이 높이기 위해 독일 정부는 정부 허가 없이 경매 참여가 가능하도록 커뮤니티(협동조합) 기반 사업에 경매 기회를 열어 주었다. 그 결과 이들 사업이 경매를 휩쓸었고, 이후로 개발업자들은 허가 지원에 태연한 자세를 취하게 되었다. 

이는 2018년 경매에 부쳐지기 위해 허가를 기다리고 있는 다른 풍력 사업들과 부딪히게 했다. 결국 마지막 3개 입찰에서 참가자 부족사태가 벌어졌다.

상황은 풍력 허가처 직원 부족으로 더 악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딕슨 CEO는 “독일 신규 풍력발전 개발은 거의 멈춰섰다. 전보다 더 복잡해지고 오래 걸리는 허가가 문제”라며 “이는 독일의 풍력 터빈 산업 기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유럽 내 절반 정도인 30만개 풍력 일자리가 독일에 있으나, 지난 5년간 1만개 일자리가 사라졌다. 문제는 더 악화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육상용 풍력 개발은 가장 큰 장애물은 역시 허가다. 과거 10개월 정도 걸렸던 인허가 과정은 2년으로 약 두 배 늘어났다. 허가 신청을 처리할 공무원이 심각할 정도로 부족한 것도 한 원인이다. 

독일 풍력협회 분데스버밴드 윈드에너지(BWE)는 올해 1분기 동안 413MW 용량만이 허가됐다고 밝혔다. 

BWE의 울프람 액스뗌 CEO는 “허가 문제 이외에도 독일의 육상용 풍력발전은 불확실한 미래에 직면해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풍력 발전에 대한 국민 인식을 높이려는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많은 풍력 사업들이 환경 단체와 지역 시민들에 의한 법적 소송에 걸려있다”고 말했다. 

최근 독일 풍력발전의 경매 참여는 평균 55%로 저조한 수치를 보이고 있다. 풍력전문가 머커지는 독일은 EU의 2030년 재생에너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연간 최소 3GW의 신규 육상풍력을 추가해야 한다고 내다봤다.

독일 재생에너지협회(BEE)는 연간 최소 4.5GW의 신규 육상용 풍력 발전이 추가돼야 2030년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또 다른 수치를 내놨다. 독일 정부는 풍력 추가량이 부족하다는 것을 인지하면서 이를 수정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지난해 독일 정부는 4GW의 육상용 풍력 발전 용량을 올해와 2021년 사이 입찰에 올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머커지 전문가는 “더 많은 입찰건을 단순히 발표하는 것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것”이라며 “허가 지연 사태를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BWE도 정부의 허가 발급 과정을 수정하고 공공 정책과 환경법을 개정할 것을 주장했다. 허가 처리를 담당하는 공무원 수도 늘려야한다고 강조했다. 

IHS 마킷은 수명이 다 된 풍력 터빈을 새롭게 교체하는 방법도 풍력 산업의 회복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노후화된 터빈을 최신형으로 교체할 경우 3분의 1크기 터빈으로 발전 용량을 두 배 가량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방안은 2030년까지 연간 1.4GW로 현재 신규 추가 예상량과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전망되고 있다. 머커지 전문가는 “그러나 정부 간섭 없이 이 상황이 계속될 경우 재생에너지 발전 목표를 달성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시애틀=조민영 기자 myjo@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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