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공사를 비롯한 에너지 공기업 수장들이 거의 사표를 제출했거나 사의를 표명했다고 한다. 지식경제부 이재훈 차관은 지난주 기자들과 만나 이같은 사의 표시는 신임을 묻기 위한 절차라고 설명했다는 소식이다. 우리는 이 차관의 이같은 설명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고자 한다. 행여라도 새로 들어선 정부가 논공행상을 위한 자리 마련 차원에서 접근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다만 일부 에너지 공기업 수장중에는 과거 정부 시절 공모라는 형태를 유지하면서도 교묘한 방법으로 실상은 정치권에 줄타기를 해 임명된 경우도 없지 않다. 그런 공기업의 수장은 이미 조직내에서도 능력이 검증됐고 지도력이나 실력 차원에서 과대포장됐다고 평판이 나 있는 경우도 있다. 우리는 이런 경우라면 정부가 사표 수리 여부를 결정하기에 앞서 본인 스스로 정부 당국을 향하여 설사 사표수리가 되지 않더라도 진실로 물러나기를 원한다고 밝혀야 할 것이다. 조직 내부는 물론 외부에서도 보는 눈초리가 준엄하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아울러 정부 당국에 고언하고 싶은 것은 에너지 공기업 수장의 사의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정정당당하고 공정하게 판단해달라는 것이다. 이미 정부는 이를 위해 에너지 뿐만 아니라 모든 공기업에 대한 대대적인 감사를 벌이고 있다. 감사원의 감사는 꼭 잘못된 것만 집어내는 역할이다. 정부는 여기서 한발짝 더 나아가 그동안 모범적으로 공기업을 경영해온 수장에게는 신임을 표시하되 더욱 용기를 북돋아주어야 한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6개 발전사 중에서도 같은 여건인데도 적자폭이 각각 차이가 심하다고 한다. 또한 어느 발전사는 모회사인 한전도 이룩하지 못한 해외사업에 진출한 경우도 있다. 우리는 정부가 이같은 개별 공기업의 사정을 정확하게 파악함으로써 이를 이번 인사에 반영하기 바란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이 있듯이 철저한 업적과 성과에 기인한 재신임만이 정부의 신뢰를 확보하는 첩경이다.

 

차제에 우리는 에너지 공기업과 산하단체에게도 한마디 하지 않을수 없다. 근본적으로 공기업이나 산하단체는 사실상 정부가 해야 할 고유업무를 대행하는 역할이다. 그런데도 검찰청 검사보다 입회서기의 위세가 더 강하다는 식으로 이들이 더 공무원과 같은 행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 굳이 호가호위라고 하지 않더라도 쥐꼬리만한 권한을 갖고 그것을 행사하지 못해 안달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번 태양광 발전차액 공청회에서도 에너지관리공단의 한 간부는 사업 안하면 끝이라거나 몽골에서 전기를 끌어와야겠다고 망언을 늘어놓아 말썽을 빚은 경우도 있었다. 권력의 뒷전에서 권력자보다 오히려 힘을쓰는 공기업과 산하기관 및 단체의 대오각성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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