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분쟁, 호르무즈해협 긴장 따른 유가하락이 영향
석유업계 "IMO 규제 대비한 재고확보로 정제마진 개선"

[이투뉴스] GS칼텍스를 마지막으로 국내 정유4사의 2분기 경영실적이 모두 공개됐다. 2분기 실적에 따른 상반기 경영성적표가 나오면서 각 정유사마다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국내 정유사들은 저유가로 재고관련 이익이 줄어든 점을 감안하더라도 SK이노베이션을 제외하면 아쉬운 성적표를 받았다. 특히 S-OIL은 주요 장비의 가동률 하락으로 정유4사 중 유일하게 적자를 기록해 씁쓸함을 맛봤다. 

◆ SK이노, 영업이익 50% 올리며 선방

SK이노베이션은 전반적인 업황 부진 속에서도 안정적인 사업 포트폴리오로 선방했다는 평가다.

SK이노베이션은 2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13조1036억원, 영업이익 4975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분기대비 매출액 2550억원, 영업이익은 1664억원으로 각각 2.0%, 50.3% 늘어난 실적이다. 2019년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25조9522억원, 영업이익은 8286억원이다.

SK이노베이션 석유사업은 전분기대비 2856억원 증가한 2793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불안정한 국제 정세로 인한 유가 변동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원유 도입선을 다변화해 원유 수급을 최적화하고, 글로벌 시장 판매량 증대 노력을 기울인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화학사업은 파라자일렌(PX) 시황 악화에도 불구하고 2분기 전체 영업이익의 약 37%에 해당하는 1845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윤활유사업은 글로벌 마케팅 강화로 전 분기보다 개선된 78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두 비정유사업이 2분기 전체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2.8%에 달한다.

석유개발사업은 운영비용 감소에도 불구하고 2분기에 진행된 ‘페루56광구’ 정기 보수 및 가스 가격 하락 등의 영향으로 전분기대비 44억원 감소한 51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배터리사업은 재고 관련 손실 감소 및 운영비용 절감 영향으로 전분기대비 198억원 개선된 67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소재사업은 고객사 생산 스케줄 일시 변동에 따른 LiBS 판매량 감소로 전분기대비 32억원 감소한 273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 GS칼텍스, 두배로 증가한 윤활유 영업이익

GS칼텍스는 2분기 연결재무제표 기준 매출액 7조6681억원, 영업이익 1334억원, 당기순이익 476억원을 기록했다. 전분기 매출액 7조9526억원, 영업이익 3295억원, 순이익 873억원 대비 각각 3.6%, 59.5%, 45.4% 감소한 수치다.

사업부문별로는 정유부문이 매출액 5조8784억원, 영업이익 199억원을 기록했다. 전분기대비 매출액은 4.8%, 영업이익은 89.4% 줄었다.

GS칼텍스 역시 이같은 정유부문 매출 감소는 그동안 상승세였던 유가가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재고관련 이익이 축소되고, 석유제품 또한 지난분기와 비교해 하락함에 따라 영업이익이 크게 감소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석유화학부문은 매출액 1조4597억원, 영업이익 803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0.5% 증가했으나 파라자일렌 스프레드 하락으로 영업이익은 37.1% 감소했다.

윤활유부문은 매출액 3301억원과 영업이익 332억원을 기록해 매출액은 1.2% 증가했고 스프레드 상승 및 재고평가 이익 확대에 힘입어 영업이익은 128.0% 증가했다.

◆ 유일하게 적자전환한 S-OIL

S-OIL 2분기 매출액은 6조2573억원, 영업손실은 905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전분기대비 평균판매단가의 상승, 판매량 증가로 15.3% 증가했다.

반면 영업이익은 적자로 전환됐다. 1분기 배럴당 1.4달러로 낮은 수준을 나타냈던 정제마진이 2분기에도 1.0달러로 부진한 시황이 지속됨에 따라 재고 관련 이익이 줄어들고, 주요 설비 정비작업으로 인한 가동률 하락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사업부문별로 살펴보면 정유부문은 글로벌 무역분쟁의 영향으로 아시아 주요 국가들의 경제성장이 부진한 가운데 계절적 비수기로 인한 역내 수요가 감소하면서 정제마진이 하락해 5조18억원에 그쳤다.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9.9%이다. 영업이익은 마이너스 1361억원을 기록했다.

석유화학 부문은 정기보수를 마친 역내 설비의 재가동과 중국의 신규 설비 가동으로 공급 물량이 증가한 반면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에 따른 다운스트림 수요 감소로 스프레드 약세가 심화되며 9112억원을 달성했다.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4.6%이다. 영업이익은 42억원을 올렸다.

윤활기유 부문은 신규설비 가동으로 인한 공급 증가로 범용 제품 스프레드는 하락했으나, 주력인 그룹Ⅲ 고품질 윤활기유 스프레드가 견조한 수준을 유지하며 전체의 5.5%인 3443억원, 영업이익 414억원을 거뒀다.

이외에도 현대오일뱅크는 2분기 매출액 5조3196억원, 영업이익은 1544억원으로 전분기 5조1411억원, 1008억원과 비교해 각각 3.5%, 53.2% 증가했다. 당기순이익은 915억원으로 전분기 584억원 대비 56.7% 늘었다.

◆ 국제유가 하락이 수익구조에 직격탄

정유사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한 매출감소 원인은 유가하락이다. 하향세를 나타낸 유가로 인해 각 정유사의 석유제품 재고 관련 이익이 줄어들고, 나아가 영업이익도 함께 감소했다는 설명이다.

국제유가는 미-중 무역분쟁으로 인한 석유제품 소비 감소와 미국의 원유재고량 증가, 호르무즈 해협 긴장상태 지속으로 인해 당분간 상승세로 돌아설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 역시 8월 단기전망을 통해 “올해와 내년 WTI, 브렌트유의 평균가격이 당초 전망보다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한 바 있다.

그러나 기대감도 적지 않다. 정유업계는 IMO2020 황함량 규제를 앞두고 저유황 연료유 수요 증가로 인해 정제마진이 상승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SK이노베이션의 석유제품 수출 및 트레이딩 전문 자회사인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은 역내 최대 저유황유 공급을 목표로 선제대응하고 있으며, SK에너지 역시 울산에서 건설하는 감압잔사유탈황설비(VRDS)가 내년 상반기에 완공 및 가동할 예정이다.

S-OIL은 벙커C유 등의 값싼 중질유를 이용해 저유황 경질유를 생산하는 잔사유 고도화설비(RUC)를, 현대오일뱅크는 잔사유에서 아스팔텐 성분을 걸러내 경질유 생산을 돕는 SDA(Solvent De-Asphalting) 설비를 완공한 바 있다.

석유업계 관계자는 “드라이빙 시즌 진입으로 인한 수요와 IMO 규제 시행을 대비한 재고확보로 정제마진이 개선될 것”이라며 “3, 4분기로 갈수록 상저하고 현상을 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김진오 기자 kj123@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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