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석연료의 완벽한 대체 재생에너지 '바이오연료'

최근 아이슬란드에서는 700년 동안 산을 덮고 있던 빙하가 지구온난화로 인해 녹아내린 것을 추모하는 장례식이 진행됐다. 2017년 OECD국가 중 이산화탄소 배출량 4위를 기록한 한국 역시 지구온난화로 이 빙하를 '살해'하는데 일조했을 것이다.

빙하의 죽음 자체는 대수로울 바 아니다. 다만 이 죽음이 이미 한국을 덮친 이상기후변화를 떠올리게 한다는 점이 위기감을 불러일으킨다. 이미 19세기부터 예견됐던 이상기후에 우리가 당장 취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그 중 하나는 바이오연료를 육성하는 일이다.

이투뉴스는 바이오연료 분야의 첨단에 서있는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3회에 걸쳐 들어보고, 독자들과 바이오연료의 미래를 모색해본다.

▲서동진 한국바이오연료포럼 부회장.
▲서동진 부회장

[이투뉴스] 작년 발생한 유례없는 폭염과 최근 부쩍 잦아진 심각한 미세먼지 발생으로 재생에너지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

국제재생에너지정책네트워크(REN21)의 2019 재생에너지 세계 동향 보고서에 의하면 발전 부문을 중심으로 한 재생에너지의 성장이 두드러져 2018년 말 기준으로 세계 전력 생산량의 약 26%를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18년 신규 증설된 총 180GW의 재생에너지 발전설비 가운데 55%인 100GW가 태양광, 28%인 51GW가 풍력 설비로 이 두 분야 재생에너지의 점유율이 대폭 증가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달 세계 최대 규모의 2.1GW급 새만금 수상 태양광 발전 사업을 허가했고, 세계 해상풍력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영국과의 긴밀한 협력과 더불어 각 지자체별로 활발한 풍력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실제로 올 상반기 현재 전체 재생에너지 보급의 90% 이상은 태양광과 풍력인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는 현재 신기후체제를 출범하고 7~8% 수준인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을 2030년까지 20%로, 2040년까지 30~35%로 끌어올리는 정부의 추진목표를 경주하고 있다. 그렇다면 태양광과 풍력만으로 2030년에 배출전망치(BAU) 대비 37%의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국제사회와의 약속을 순조롭게 달성할 수 있을까?

재생에너지의 대명사처럼 여겨지는 태양광과 풍력의 가장 큰 문제점은 공급의 불안정성이다. 태양광과 풍력은 근본적으로 자연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인간이 마음대로 생산을 조절할 수 없다.

시간, 날씨, 지역 등의 시·공간적인 제약이 크고 불행히도 우리나라는 태양광과 풍력에 그리 유리한 지역은 아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게다가 재생에너지 생산을 위해 오히려 환경을 훼손한다는 문제도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태양광의 경우 산림 파괴, 농지 잠식, 난개발을 피하기 위해 저수지의 제한된 면적에 수상 태양광 발전을 추진하고 있으나 아직은 생태계 파괴와 수질 악화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킬만한 명확한 평가 결과가 없어 지역주민과 환경단체의 반대에 부딪치고 있다.

풍력의 경우에도 소음 공해를 피하고 비교적 바람이 많은 산지에 주로 설치되고 있으나 여전히 자연경관 훼손과 생태계 파괴라는 점에서 지역 민원에 자유롭지 못하다. 그래서 어장 파괴 가능성과 높은 시설비 문제에도 최근에는 대단지 해상풍력을 추진하고 있는 실정이다.

▲바이오에탄올과 바이오디젤은 각각 휘발유과 경유를 대체하는 수송용 재생에너지의 대표적인 액체 바이오연료로서 기존 화석연료에 비해 오염물질 배출이 저감된다.
▲바이오에탄올과 바이오디젤은 각각 휘발유과 경유를 대체하는 수송용 재생에너지의 대표적인 액체 바이오연료로서 기존 화석연료에 비해 오염물질 배출이 저감된다.

◇ 활용법 많은 바이오매스…전기만 생산하는 타 재생에너지와 차별

태양광과 풍력 및 다른 재생에너지들은 전기만을 생산한다. 그 반면 바이오매스는 석탄, 석유 등의 화석연료와 더 비슷하다. 바이오매스를 에너지의 원료로 하면 전기뿐만 아니라 고체, 액체, 기체 상태의 연료와 심지어는 화학물질도 생산이 가능하다.

재생에너지로부터 전기를 생산하면 계통연계 시스템이 필요하게 된다. 특히 태양광과 풍력의 경우에는 효과적인 활용을 위해서 에너지저장장치(ESS)가 필요하다. 최근 ESS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가 잇달아 일어나 제대로 가동이 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을 감안하면 이러한 바이오연료의 다양성과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은 재조명 돼야 할 것이다.

바이오연료는 유기성 생물체를 총칭하는 바이오매스로부터 만들어진다. 고체 바이오연료인 목재 땔감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사용되는 인류의 가장 오래된 연료라고 할 수 있고 같은 형태의 목재 펠릿과 우드 칩은 현재 석탄을 대체하는 발전용 연료로 사용되고 있다.

이에 더해 바이오에탄올과 바이오디젤은 각각 휘발유과 경유를 대체하는 수송용 재생에너지의 대표적인 액체 바이오연료로서 기존 화석연료에 비해 오염물질 배출이 저감된다. 바이오가스는 하수처리장, 쓰레기 매립지, 가축분뇨 등에서 발생하는 메탄으로 천연가스를 대체하는 기체 바이오연료이다.

◇ 원료 국산화율 40% 넘어, 제도 뒷받침으로 세계선도해야

이런 장점들에도 불구하고 바이오매스를 활용한 바이오연료의 사용은 미진한 상황이다.

바이오에탄올의 경우 2000년 이후 계속 사용검토만 되고 있을 뿐 전혀 보급되지 않고 있다. 바이오디젤은 2007년부터 면세지원을 하면서 경유에 0.5% 혼합을 시작으로 매년 0.5%씩 높이기로 했으나 2010년 2%에 머무르고 2012년부터 2% 혼합 의무화로 바뀌었다가 2015년 신재생연료혼합의무화제도(RFS)가 시행되면서 2.5%, 2018년부터 3%를 혼합하는데 그치고 있다.

국내 바이오디젤의 원료는 초기에는 수입 대두유였으나 점차 국산화 원료의 활용에 주력해 최근 국산화 비율이 40%에 달하게 됐다. 특히 최근에는 현재 여건에서 수거 가능한 대부분의 폐식용유를 활용해 바이오디젤을 생산함으로써 연간 오염물질 처리 비용 절감액이 3000억원이나 될 정도로 대표적인 친환경적 바이오연료 생산 사례이다.

화력 발전용으로 사용되는 중유를 대체하는 바이오중유는 2014년부터 5년 이상 5개 발전사업자와 21개 생산업자가 참여하는 시범 보급사업을 거쳐 올해 3월부터 본격 보급되기 시작했다. 바이오중유는 기존 발전소의 보일러 연료만의 대체를 통해 친환경 발전이 가능하게 하며 기존 중유에 비해 오염물질의 저감은 물론 온실가스도 80% 이상 저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바이오디젤과 마찬가지로 바이오중유의 원료도 국산화율이 높아 40~50%에 이른다. 특히 바이오디젤 생산 공정의 부산물과 음폐유까지도 원료로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재생에너지 산업이 항상 해외 선진기술을 따라가는데 급급한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바이오중유 산업은 세계적으로 선도하고 있으므로 기술 수출이나 사업 진출도 유망한 분야라고 할 수 있겠다.

유기성 폐기물 처리에서 출발한 바이오가스 산업은 최근 생산된 바이오가스의 정제 및 고질화를 통해 압축천연가스(CNG) 차량용 연료 및 도시가스로 공급하는 사례가 늘고 있으나 유럽에 비하면 아직은 미미한 상황이다.

혹자는 “우리나라는 국토가 좁고 산지가 대부분이라 바이오매스가 없는데 산업이 되겠느냐”고 묻는다. 하지만 우리나라에 석유가 한 방울도 나지 않는데 석유정제산업의 규모는 세계 5~6위권인 것을 생각하면 그 부분은 논의할 내용이 아니다.

앞서 설명한대로 바이오디젤과 바이오중유의 원료 국산화율은 이미 40%가 넘었고, 다른 바이오연료도 해외자원개발처럼 ▶해외농장 개발을 통한 바이오매스 원료 확보 ▶미활용 자원 활용 ▶에너지 작물 개발 ▶미래 바이오매스 자원인 해조류의 활용 등으로 원료 확보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다.

IMO2020에 따른 저유황 선박용 연료로서의 바이오연료 활용도 기대되고 있다.

바이오매스의 가스화나 열분해를 통한 바이오연료의 개발은 아직 본격적인 상용화가 되지는 않았으므로 기술개발과 함께 정부의 제도적인 뒷받침이 이루어진다면 선도적으로 나설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재생에너지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바이오연료에 대한 주목이 다시 한번 필요한 때다.

[WHO] 서동진 한국바이오연료포럼(KBF) 부회장

▶(현) 한국바이오연료포럼 운영위원장 및 부회장 ▶(현)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 ▶(전)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청정기술연구센터 센터장, 청정에너지연구센터 센터장 ▶(전) 한국청정기술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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