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업계 이어 학계와 국회도 십자포화
野 "경쟁저해 곤란", 산업부 "경청하겠다"

▲국제 LNG시장에서의 연료수급가 추이
▲국제 LNG시장에서의 연료수급가 추이

[이투뉴스] 산업통상자원부와 가스공사가 추진하는 발전용LNG 개별요금제(개별원료비)를 놓고 십자포화가 쏟아지고 있다. 정부안대로 강행할 경우 전력시장에 큰 혼란을 초래하는 것은 물론 가스산업의 비효율과 독점폐해를 가중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정유섭 자유한국당 중소기업위원장이 주최하고 전력포럼이 주관해 6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천연가스 시장의 발전방향과 발전용 개별연료비 제도’ 토론회에서다.

이 자리에서 ‘천연가스 개별원료비 제도 쟁점 검토’를 발제한 류권홍 원광대 교수는 “개별연료비 같은 제도가 도입되려면 쟁점과 그 영향이 무엇인지 논의가 성숙돼야 한다. 그런데 (개별요금제는) 전력·가스 등 에너지시장 전체에 미치는 영향을 보지 않았고, 국민에 미치는 영향까지 큰 시각의 논의도 없었다. 제도가 덜 익었다. 이해관계자와의 논의 등 절차부터 다시 짚어봐야 한다”고 화두를 던졌다.

류 교수는 “우리나라 가스시장 경쟁체제는 어떻게 할지, 배관·저장시설의 제3자 접근권 인정은 어떻게 할지 등에 대해 먼저 답이 나와 줬어야 했다. 그런 논의는 받아들여지 않다가 어느날 갑자기 개별요금제가 나왔다”며 “문제의 근원은 TDR(Turn Down Ratio. 계절별수요격차)이다. 발전용과 가정용을 분리해 가정용은 높게, 발전용을 싸게 했으면 이런 일이 없었다. 일부서 우려하는 직수입자의 '선택권 악용'은 현 규정으로 해결하고 직수입물량 거래를 허용하는 게 현실적 해법”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발제에서 개별요금제 도입 시 가스공사가 직수입자를 대리할 법적권한이 있는지, 직수입의 근본취지인 계약의 자유를 제한할 법적 근거가 있는지 등이 법적 쟁점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민간발전사에게 연료계약은 생존이 걸린 중요한 문제다. 대표이사나 이사회는 그걸 가스공사에 위임할 권한이 있는지, 개별주체의 계약 권한을 국가가 강제한다며 헌법에도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전봉걸 서울시립대 교수는 ‘우리나라 가스시장 선진화 방안 연구’란 주제발제에서 세계 LNG시장의 환경변화 현황과 국내 천연가스 시장구조를 설명한 뒤 “세계 가스시장의 구조변화 과실을 확보하려면 국내시장도 경쟁강화가 필요하며, 교차보조 등으로 인한 자원배분 왜곡을 해소하고 독점기업 비효율을 제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 교수는 “필수설비에 대한 공정한 접근을 위한 가스공사 판매와 설비부분 분리, 민간 인수기지에 대한 설비공동이용 활성화 및 직수입 물량거래 허용 등 도매시장 개방과 중장기적 소매시장 경쟁을 도입하되 전력시장 개방과의 연계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승진 산업기술대 교수가 좌장을 맡아 진행한 토론에서 전문가 패널들은 개별요금제가 적잖은 시장교란과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상복 이투뉴스 기자는 “그간의 정부 에너지정책은 시장개방과 유연화, 효율화란 큰 원칙에 따라 추진됐고, 최소 퇴행하지는 않으려 무던히 애썼다. 이번 개별요금제가 거기에 부합하는지 의문"이라며 "특히 직수입 제도의 부정적 효과 최소화를 명분으로 내건 뒤 직접 직수입 대행을 운운하는 건 심각한 모순이자 견강부회”라고 말했다.

이 기자는 “가스도입시장은 점점 다변화 되고 계약은 유연해지는데 가스공사처럼 물량만 크고 자기조건은 경직적인 사업자가 경쟁력있게 직수입 할 수 있다고 자신하는 근거는 무엇이냐”고 반문하면서 “개별요금제가 현실속에서 실현가능한 제도인지, 국가 경제나 국민편익 측면에서 과연 득이 되는 제도인지 의문이다. 지금은 완전 재편된 LNG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고 전력시장이란 더 큰 틀에서 접근해 과실이 국민편익 증대로 이어질 수 있는 방안을 찾을 때이지 가스공사 조직만을 위한 미봉책을 쓸 때가 아니다”고 꼬집었다.

이창호 전기연구원 박사는 “에너지산업을 전력, 가스로 나누어 놓다보니 산업경쟁력이 매우 열악하고 산업발전이 어려운 지경이다. 세계 어느 나라도 이런 형태는 없다”면서 “근본적인 개선 없이 얼마나 갈 수 있겠나. 에너지시장의 경쟁이란 큰 흐름에서 보면 금세 한계가 올거다. 가스공사가 수십년 경험을 축적했다는데 왜 직도입자보다 가격이 높나. 공기업이라서인지, 기업문화 때문인지, 인적자원의 문제인지 살펴봐야하고, 만약 그런 문제라면 아무리 바꿔도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고 직격했다.

이 박사는 “전력시장의 효율성 측면에서도 개별요금제로 노후설비가 들어오면 효율적인 발전기를 개별요금제가 구축(驅逐)하고 온실가스도 더 배출하게 된다”면서 “특히 기존 장기계약사업자는 높은가격에 가스를 받고, 급전순위까지 밀려 사용량이 줄면서 계약물량 처리가 상당히 어려워지는데 계약위반 책임까지 져야할지 의문이다. 이는 기존계약의 중대한 변경사항에도 해당돼 (가스공사는)시장가격 공정성과 형평성 측면에서 법적, 도의적 책임을 져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명환 서울시립대 교수는 가스공사의 구매협상력보다 독점으로 인한 비효율이 더 클 수 있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조 교수는 “가스공사는 국제시장에서 협상력이 있겠지만, 어쨌거나 경쟁압력을 받고 있는 수요자 중 하나”라면서 “하지만 협상력을 가진 구매자로서의 비용절감 효과보다는 국내 독점으로 인한 비효율이 더 클 수 있다. 더욱이 필수설비 개방 시 적절한 접속료를 설정하지 않으면 사회적 후생은 더 떨어진다”고 우려했다.

조 교수는 “개별원료비는 수요자에 대한 가격차별이기도 하다. 기본적으로 가격차별은 독점기업이 자신의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수요자 탄력성이나 판매량에 따라 다른가격을 부과하는 것”이라면서 “그럴려면 적절한 기준이 필요하고, 그런 것이 없으면 당연히 형평성 문제가 발생하고 시장 전체의 효율을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성봉 숭실대 교수도 ‘설익은 정책’이라고 일침을 놨다. 조 교수는 “용도별 요금대책 등 정부가 로드맵 같은 것을 미리 발표했어야 하는데, 가스공사 좌초문제가 생기니 충분한 검토없이 너무 성급했다. 서둘러 3차 에너지기본계획에 넣고 산업부 자체나 전력거래소 등 전력시장 의견조차 수렴 못하고 발표부터했다. 하지만 이게 얼마나 폭발력이 큰 건지, 판도라의 상자 같은건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가스공사가 갑자기 상업적 가스판매자, 무역상이 되겠다는건데, 그렇다면 진입이나 가격규제를 다 내려놓아야 하며, 최소 기존계약자는 선택의 자유를 허용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민법, 상법, 공정거래법 등에서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했다. 이어 “가스공사의 독점적 지위가 의미없어지면 앞으로는 도입부문과 판매부문을 분리시키고 회계분리와 법인분리, 소유분리도 해야한다. 천연가스 인프라를 운영하는데 개별요금제를 하면 독립적이고 객관적일 수 있겠나. 장기적으론 도입, 설비, 판매로 3개법인 소유분리로 경쟁이 제대로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이런 계획 아래 개별요금제를 하자는 것이냐"고 추궁했다.

이에 대해 가스공사로부터 의뢰받은 용역을 수행한 장현국 삼정회계법인 상무는 "현행 가스산업 구조가 유지된다는 전제 아래 검토한 내용으로, 구조개편까지 염두에 둔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장 상무는 "현재 구조에서 발전용은 선택권 측면에서 이미 경쟁이다. 현재 상황에서의 가장 큰 문제는 평균요금제와 선택권을 가진 개별요금제가 공존하게 된다는 것"이라며 "전력 및 가스시장 모두에 부작용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장 상무는 "신규나 계약종료 LNG복합에 대한 직수입이 허용된 상황에서 개별요금제는 LNG도입의 효율성 및 이익배분 형평성제고를 위해 불가피한 제도"라고 재차 강조하면서 "다만 전력시장 참여자들의 재무안정성은 저하될 수 있다. 그를 보완할 차액계약제도 도입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야당은 개별요금제가 시장경쟁을 역행하는 방향으로 논의되선 안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정유섭 자유한국당 의원은 "자유시장 경쟁을 촉진하는 대신 규제롤 통해 인위적으로 시장에 개입하는 것이 현 정부 정책의 문제이며, 그 때문에 에너지산업의 구조적 문제 해결은 더 요원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가스공사 도입가격이 직도입보다 30%가량 비싸다고 한다. 그럼에도 직수입을 억제하는 정책을 발표했다. 이번 정책의 적정성과 향후 보완방향에 대해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종구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장도 축사에서 "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의 기본정당이란 측면에서 가격에 대해선 경쟁이 있어야 하고, 수요와 공급에 따른 경쟁체제로 가야하는데, 발전용 개별요금제가 시장경쟁의 자율경쟁을 촉진하는 방향이 아니라면 받아들이기 어렵다"면서 "독점공기업 시장지배력을 강화한다든지 시장의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는 행위를 막기 위하 건설적 방안이 논의돼야 한다"고 짚었다.

정부는 예상되는 문제를 챙겨보고 충분히 검토하겠다며 한발짝 물러섰다.

양기욱 산업부 가스산업과장은 "개별요금제에 대한 논의만으로 생각했는데, 그걸 실마리로 크고 다양한 의견을 들을 수 있어서 많은 도움이 됐다. 정부가 바라보는 원칙이나 기준은 구조개편까지 논의를 확대할 생각은 없다는 것, 직수입 확대에 따른 선택적 부작용도 우려하고 있다는 것 등"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첫번째 원칙은 효율성인데, 개별요금제는 발전사 입장에서 하나의 선택권이 더 생기는 것이고, 두번째 불공정경쟁이나 체리피킹은 막으면서 마지막으로 최소한의 수급안정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라며 "기존 장기계약자 우려, 가스공사의 독점적 지위를 이용한 이익향유 우려 등도 살펴보겠다. 충분히 검토하겠다"고 강조했다.

양 과장은 TPA(배관망) 공동이용 시 직도입사업자와 가스공사 개별요금제 계약자간 차별 우려에 대해선 "개별요금제 논의 이전부터 존재했던 문제로, 불공정이 발생한다면 최대한 완화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또 시장구조개편 필요성에 대해 "현재 가스시장 상황과 수급상황에서 급진적으로 방향 정해 가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전력시장의 경우 고정비 보상 등에 대해 제도개선을 논의중인 것으로 안다. 배관망도 개별요금제가 도입된다면 일종의 경쟁 등에 대해 조정하고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박미경 기자 pmk@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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