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발전용 천연가스에 대한 개별요금제 도입여부를 놓고 시장이 온통 시끄럽다. 한 쪽에선 반드시 가야한다고 강행의사를 천명하고 있고, 다른 쪽에선 혼란이 불보듯 뻔 한만큼 철회하라고 다그친다. 단순하게 발전용 LNG 계약문제로 비춰질 수 있겠지만, 실제는 가스시장은 물론 전력과 집단에너지 분야까지 여파가 크다는 점에서 샅바싸움이 치열하다.

개별요금제 도입은 한국가스공사 입장에선 필연적으로 뭔가를 시도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이해가는 측면도 많다. 자가소비용 LNG에 대한 직도입이 허용돼 신규 또는 계약이 만료된 발전용 수요가 직도입으로 다 빠져나갈 것이 자명한데도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표면적으로는 천연가스 수급안정을 내걸었지만, 절대 기득권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자세가 문제다.

전력 및 집단에너지 사업자들이 반대하는 여러 문제 제기에 대한 해명도 옹색하다. 하나 같이 “개별요금제를 도입하지 않은 경우에도 ‘Buyers Maket’에서 신규 발전기는 모두 직수입으로 이탈하므로”라는 이유를 댄다. 개별요금제 시행으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에 대한 보완책을 요구하는 목소리에 대해선 “사업자들이 대안을 가져오면 검토해보겠다”라며 피해간다.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에 개별요금제를 도입하겠다는 내용이 명시돼 시행이 불가피하다는 답변도 계속 되풀이하고 있다. 하지만 3차 에기본에는 집단에너지 등 수요지 인근 분산형 전원을 확대하겠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개별요금제 도입 시 전기와 열 부문 양쪽에서 최대 피해자가 될 것이 분명한 집단에너지사업자들이 ‘정합성이 맞지 않은 내로남불式 핑계’라고 힐난하는 이유다.

물론 반대하는 사업자 역시 공익적 측면보다는 최대한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움직인다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 SK E&S와 GS에너지처럼 LNG터미널을 갖춘 사업자의 경우 위탁·대행 형태로 사실상의 도매사업자 지위를 누리려는 찰나에 개별요금제를 들고 나오자 무슨 수를 쓰더라도 막겠다는 입장이다. 또 가스공사와의 공급계약기간이 끝나가는 사업자는 느긋한 반면, 계약기간이 많이 남은 사업자는 결사반대 태세로 희비가 엇갈린다.

천지가 개벽할 수준의 제도변경임에도 불구하고 논의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산업통상자원부는 별 고민 없이 가스공사 손을 들어줬다. 업계는 물론 국회까지 나서 반대목소리를 높이고 있으나 요지부동이다. 정승일 산업부 차관이 산업부로 돌아오기 직전 가스공사 사장을 지냈던 만큼 답은 이미 나와 있는 일이었는지 모른다는 지적도 이런 배경에서다.

발전용 LNG 문제는 사실 도시가스에 대한 교차보조에서부터 출발한 측면이 크다. 동고하저 격차가 큰 도시가스용을 저렴하게 공급하기 위해 발전용이 상당부문 비용을 떠안으며 오랫동안 곪아왔다. 가스시장구조개편이 지지부진한 것이 이번 사태를 불러 왔다는 해석도 나온다. LNG 직도입을 허용하면서 이미 예견된 일인데도 아무런 준비 없이 방치하다가 ‘바이어스 마켓’ 지속으로 기존시장 이탈이 늘어나자 개별요금제를 불쑥 내밀었다는 얘기다.

기업(공기업 포함)이 각자 자사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것은 당연지사다. 문제는 심판을 보는 정부가 이를 어떻게 조정·조율하느냐다. ‘체리-피킹’ 등 단편적인 측면만이 아닌 가스산업, 더 나아가서는 에너지산업구조 전체를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를 감안해 정책결정이 이뤄져야 한다. 심판이 선수와 한 팀이어선 옳은 결정을 내릴 수 없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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