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기획재정부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에도 차입금 급증
민주당의 플랜B 준비에 자유한국당 “자원공기업 민영화 필요”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국광물자원공사의 지난해 차입금이 146.93%까지 증가했다고 밝히고 재무건전성 제고 대책을 산업통상자원부에 요구했다.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국광물자원공사의 지난해 차입금이 146.93%까지 증가했다고 밝히고 재무건전성 제고 대책을 산업통상자원부에 요구했다.

[이투뉴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인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해외자원개발 실패로 타격을 입은 산업통상자원부 소관 공공기관들의 재무안정성이 회복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위 의원이 국회예산정책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산업부 소관 공공기관 41곳의 총 부채는 182조1201억원으로 전년대비 8조3643억원 증가했다. 이는 지난해 우리나라 공공기관 전체 부채증가액 7조7000억원을 넘어서는 수치다.

위 의원은 이 같은 공공기관 부채 증가가 해외자원개발 실패 이후 지속되는 양상이라고 꼬집었다. 2009년 91조4289억원이었던 부채는 9년동안 90조6912억원 증가했다.

산업부 소관 공공기관의 지난해 총 자본은 87조7002억원으로 전년대비 3조7746억원 감소했으며, 전체 당기순손실은 2조4476억원으로 전년대비 적자폭이 2조원 증가했다.

위 의원은 이 같은 사태가 해외자원개발 실패 후 에너지공기업을 중심으로 재무안정성이 악화된데에 따른 것으로 최근까지도 그 여파가 계속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산업부는 2013년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을 통해 중점관리기관의 부채비율이 점차 회복할 것이라고 분석했지만 2009년 이후 매년 증가를 거듭하고 있다.

당시 기획재정부가 작성한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 실행계획’은 광물공사 정상화를 위해 ▶부채관리 정상화계획 ▶경영평가 실행계획 ▶재무건전성제고를 위한 제도개선 추진방안 ▶정보공개 확대 ▶추진체계 마련 등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 정상화 추진의 모멘텀을 유지하고 전문가와 주무부처의 연계를 강화해 발전적인 추진방향을 모색한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한국광물자원공사의 2014년 66.17%였던 연도별 차입금이 2015년 93.60%, 2016년 115.80%, 2017년 128.39%, 2018년 146.93%까지 급증한 것으로 보아 그리 신통한 계획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위 의원은 “재무건전성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산업부 소관 에너지공기업에 대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며 “산업부가 재무건전성 제고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광물공사는 부채 증가를 막기 위해 8월 꼬브레파나마 구리광산의 지분 10% 매각 입찰을 진행했지만 결국 불발됐다.
▲광물공사는 부채 증가를 막기 위해 8월 꼬브레파나마 구리광산의 지분 10% 매각 입찰을 진행했지만 결국 불발됐다.

◈ 11개월째 표류중인 광업공단법, 통과는 지난할 듯

광물공사의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광업공단을 설립하는 한국광업공단법이 발의된지도 벌써 11개월이 지났다. 지난해 11월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광업공단법은 무리한 해외자원개발사업의 대규모 투자 손실로 인해 부채규모가 급증한 광물공사의 재무안전성을 제고하기 위해 제안됐다.

이 법안은 한국광물자원공사와 한국광해관리공단을 통합해 한국광업공단을 신설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법안은 광업공단의 자본금·자금조달·사업범위·양 기관의 권리의무승계 등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는 한편, 종전 광물공사의 대규모 부채로 인한 신설공단의 동반 부실화는 방지하고 효율적인 자산구조조정을 유도하기 위해 해외자산계정의 구분 및 해외자산관리위원회 설치 등에 관한 사항을 규정했다.

이에 따라 광업공단은 광산피해를 적정하게 관리하고 광물자원산업을 육성·지원함으로써 광산지역의 경제 활성화와 광물자원의 안정적 수급을 도모해 국민경제의 발전에 기여할 목적으로 설립된다.

공단의 사업범위는 광해관리공단과 광물자원공사가 수행하던 사업으로 하되, 기존의 광물자원공사가 수행하던 ▶광물자원의 탐사 및 개발 ▶광산 직접경영 ▶해외법인 출자에 관한 사업은 삭제하고 ▶해외투자자산의 관리 및 처분 ▶민간의 광물자원개발에 대한 지원사업을 추가하는 한편, 남북 경협에 대비한 남북간 광물 자원개발 및 광물자원 산업분야의 협력사업 신설 등 변화된 환경에 따라 공단의 사업범위를 합리적으로 조정했다.

아울러 ‘한국광물자원공사법’은 폐지하고, ‘광산피해의 방지 및 복구에 관한 법률’에서 광해관리공단에 관한 부분을 삭제하며, 광업공단은 이 법의 시행으로 해산되는 광해관리공단, 광물자원공사의 모든 권리·의무를 포괄적으로 승계하도록 했다.

다만 광업공단법이 언제쯤 매듭지어질지는 요원한 상황이다. 광물공사는 무리한 해외자원개발사업의 투자 손실로 인해 매년 부채가 급증하고 있다.

광업공단법은 3월 임시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소위에 60개의 안건 중 23번째로 올라갔다. 당초에는 무난하게 처리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결국 16건만이 처리되고 광업공단법은 현재까지 논의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국회에서 잠자고 있는 산업부 소관법안은 약 500건에 달한다.

강원 동해·삼척시를 지역구로 둔 이철규 자유한국당 의원도 3월12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광물공사의 부실을 광해공단이 얻는 작은 수익으로 덮으려 해서는 안 된다”며 “통합은 오히려 양 기관의 가치를 부실화시키는 것”이라고 말해 광업공단법 통과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에 광물공사는 부채 증가를 막기 위해 8월 꼬브레파나마 구리광산의 지분 10% 매각 입찰을 진행했지만 결국 불발됐다. 당초 입찰의향을 밝힌 외국계 기업들이 예정가격 이하로 응찰했기 때문이다. 꼬브레파나마의 다음 입찰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현재 꼬브레파나마 구리광산은 올해 2월 중순 시험생산에 들어가 생산이 빠르게 안정화 되고 있으며, 2023년에는 동 금속을 40만톤 이상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세계 10위권 규모인 이 광산은 파나마 내에서도 큰 기대를 모으고 있어 지난 2월 진행된 급광기념식에는 후안 카를로스 바렐라 파나마 대통령을 비롯한 인사들이 참석하기도 했다.

광물공사 관계자는 “외국계 기업들의 예정가격 이하 응찰은 이른바 ‘튕기기’”라며 “우려와 달리 손해를 보면서 판매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지 못하는 상황은 지속되고 있다.

현재 광물공사는 계속되는 긴축경영에도 자원공사의 부채는 증가해 매달 직원에 대한 명예퇴직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유한국당은 민부론을 통해 광물공사 민영화를 주장했다.
▲자유한국당은 민부론을 통해 광물공사 민영화를 주장했다.

◈ 자원공사 구제법 플랜B vs 자원공기업 민영화…정답은?

결국 광업공단법 통과가 되지 않았을 경우에 정부여당은 어떻게 대응할 계획일까?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광업공단법이 논의가 지지부진한 것은 사실이다. 정기국회 일정이 밀리고 있고 내년에 선거도 있어 법안이 논의되기에 녹록한 환경은 아니다”라며 “광업공단법이 결국 통과되지 않았을 경우에는 자원공사 파산을 면하기 위한 플랜B도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자유한국당은 현재의 광물공사 문제에 대해 광업공단 설립과는 전혀 다른 방향의 해결책을 제시했다.

자유한국당은 8월6일 경제학계의 대표적인 고전인 ‘국부론'을 변용한 '민부론'을 발표했다. 민부론에 따르면 자유한국당은 자원공기업의 민영화를 추구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민부론은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자원빈국인 한국의 지난해 총자원수입액은 2355억달러(약 281조5167억원)로 총 수입액의 43.4%를 차지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국제원자재시장은 경기, 자원생산동향, 석유파동 등의 영향으로 가격 변동이 매우 큰 시장으로 때문에 부존자원이 빈약한 국가일수록 자원의 안정적인 수급을 위해 해외자원개발에 전력하고 있다.

한국 역시 두 차례의 석유파동을 겪으면서 인도네시아와 예멘 유전개발에 뛰어들었으나 IMF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자원개발 기업들은 구조조정에 몰려 해외자원개발에서 철수한 상황이다.

이후 글로벌경제 회복으로 국제원자재 가격이 고공행진하자 이명박 정부가 다시 해외자원개발에 박차를 가했지만 석유가스는 14.4%, 유연탄·동·철광은 32.1%로 60%인 일본의 절반에 불과하다.

민부론은 '그럼에도 문재인 정부는 해외자원개발을 대거 중단시키고 있다'며 해외자원개발혁신TF가 투자 10년만에 상업생산이 가능해진 파나마꼬브레 구리광산 등 광물공사의 해외광구 지분 전부를 매각권고한 일에 대해 비판했다.

또한 자원개발 공기업의 민영화로 경쟁체제 강화를 통해 경제적 자유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경제적 자유 확대는 혁신적 규제개혁을 통해 가계소득을 확대하고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민부론을 발표한 자유한국당 2020경제정책대전환위 관계자는 “민부론을 작성할 때 광물자원 전문가로 특정할 수 있는 분의 의견을 듣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경제정책대전환위의 자문을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손양훈 교수(전 에너지경제연구원장) 역시 “시장이 이대로 가면 공급능력 위기가 오지 않을까 보고 있다”며 “하지만 자원 공기업 민영화에 대해 언급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여당도 야당도 광물공사 회생을 위한 뾰족한 수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양자의 대치상황 속에서 한치의 미동도 보이지 않는 광물공사 문제, 해결의 실마리는 언제쯤 보일까 자문해본다.

김진오 기자 kj123@e2news.com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