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부연구위원(공학박사)

▲김선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부연구위원(공학박사)
김선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부연구위원
(공학박사)

[이투뉴스 칼럼 / 김선교] 최근 온라인에서 작은 소동이 있었다. 바로 싸이월드(cyworld)의 폐쇄다. 2000년대 중반까지 가입자 수 3200만명, 월 이용자수가 2000만명이 넘는 대형 커뮤니티였기에, 그 때의 기억을 저장하지 못한 사람들이 ‘제발, 백업이라도 가능하게 해달라’라며 국민청원을 올리기도 했다. 싸이월드의 실패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빠른 변화 속도에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 20여년 동안, 우리는 IT기술의 혁명으로 인터넷부터 모바일까지 빠른 변화를 체험했다. 그러다보니 느린 변화에는 매우 둔감해졌다. 일부는 느린 변화를 불변이라 착각하기도 한다. 지난 150년 동안, 지구의 표면 온도는 계속 상승했다. 현재 평균 온도는 1850년도 대비 1.1℃가량 상승했다. 연평균 0.007℃ 상승밖에 되지 않는 매우 느린 변화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변화의 누적은 큰 위험으로 다가 온다. 유엔의 과학기구인 IPCC에서는 0.4℃ 추가적 상승은 임곗값 초과를 의미하며 폭염, 폭설, 허리케인 등 자연재해의 빈도와 세기가 증가한다고 한다. 일부 과학자들은 0.9℃ 더 올라가면, 인류는 지구상에서 6번째로 멸종할 수 있는 위기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런 기후변화의 주요한 원인은 인류의 경제, 사회, 문화의 발전을 이끌었던 원동력인 화석연료다. 인류는 화석연료로 과거에 없었던 여러 산업들을 만들었고 발전시켜 그 달콤한 과실을 얻었다. 우리가 생활하는 거의 모든 것은 지난 150년 동안의 화석연료 사용의 산물이라 볼 수 있다. 그러나 빠르게 경험했던 달콤함으로 인해 느리지만 치명적인 인류 멸종의 위기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현재 노력 정도로는 기후변화 위기를 막지 못한다고 말한다. 보다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가장 기후변화 대응에 앞서있는 국가로 볼 수 있는 독일은 2023년까지 기후변화 대응 관련 예산을 70조원으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의 신진 정치인 오카시오-코르테스는 기후친화적인 산업을 융성해 경제성장과 고용확대 효과를 얻는 ‘그린 뉴딜’을 주장하여 많은 주목을 받기도 했다. 지난 9월에는 행동주의 철학자 제레미 리프킨과 저널리스트 나오미 클라인이 ‘그린 뉴딜’에 관한 다양한 생각을 책으로 모아 출간하기도 했다. 향후 20년 동안, 미국을 넘어 전 세계가 동참하여 통신, 교통, 에너지라는 주요 인프라를 기후친화적으로 바꾸자는 주장이다.

냄비 속에서 서서히 올라가는 온도를 따뜻함으로 착각하며 행복했던 개구리가 죽을지도 모르는 팔팔 끓는 물이 되었을 때, 살 길은 하나밖에 없다. 바로, 남아있는 모든 힘을 모아 팔짝 뛰어나오는 것이다. 인류가 남은 단 한 가지의 방안이 바로 그린 뉴딜이 될 수도 있다. 에너지 전환을 넘은 대(大) 전환이 필연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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