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올들어 가파른 상승세를 거듭하고 있다. 미국 뉴욕 상업거래소의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6월 선물이 배럴당 120달러에 이르렀다. 아울러 우리가 주로 수입하고 있는 두바이유도 배럴당 110달러선에 달했다. WTI 가격이나 두바이 가격이나 모두 작년에 비해 60%이상 오른 수준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국제유가 오름세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세계 원유생산량의 40%를 차지하고 있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차킵 켈릴 의장(알제리 석유장관)은 “유가가 200달러까지 치솟을수 있다”면서 “그렇다고 하더라도 OPEC가 할수 있는 일은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는 지난달 29일 알제리 관영지와의 회견에서 “산유국이 증산한다 해도 가격 하락에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는 9월 OPEC이 정례회동을 갖고 증산가능성을 논의하지만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도 최근 국제유가가 천정부지로 뛰고 있지만 석유 생산은 늘지 않고 소비도 줄지않아 가격이 더 오를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으며 일각에서는 200달러에 육박할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국제유가의 폭등이 결국에는 소비를 위축시키고 생산이 늘어날 것이란 의견이 제시됐지만 최근에는 많은 전문가들 사이에서 이런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 같다는 걱정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신문은 그 이유로 OPEC에 속하지 않는 러시아, 멕시코, 노르웨이 등과 같은 산유국들의 생산이 정체되거나 줄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러시아의 경우 현재 원유 생산량이 하루 1000만배럴로 1996년의 600만배럴에 비해 크게 늘었지만 근년들어서는 석유 생산을 크게 늘리는 시절은 지났다며 생산량을 안정화시키는데 주력하고 있다. 바꾸어 말하면 석유라는 자원이 무한한 것이 아니라 유한하기 때문에 생산 등을 제한해야 한다는 자원민족주의가 대두하고 있음을 암시하는 것이다.

 

이처럼 생산은 늘어나지 않는 반면 소비는 꾸준히 늘고 있다. 금년의 경우 작년보다 하루 120만배럴 늘어난 8720만배럴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미국과 인도, 브라질 등의 급속한 경제발전으로 향후 20년간 석유수요가 35%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이같은 고유가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 나름대로 에너지대책을 내놓았다. 수요관리를 중심으로한 이번 대책은 근본적인 방안이 다소 부족한 것이란 인상을 지울수 없다. 이명박 대통령도 일일이 온도계를 갖고 다니며 가정의 실내온도를 측정할수 있겠느냐고 비판한 바 있다. 이를테면 탁상해정 아니냐는 지적이다. 뾰족한 방안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더욱더 치열하게고민하고 도상연습을 거듭함으로써 실효성을 거둘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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