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호 한국전기연구원 연구위원(경제학박사)

▲이창호 한국전기연구원 연구위원(경제학박사)
이창호
한국전기연구원 연구위원
(경제학박사)

[이투뉴스 칼럼 / 이창호] 금년 들어 ‘신재생에너지인증서’ 소위 REC 가격이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다. 특히, 현물시장에서 거래하는 사업자들은 좌불안석이다. 현 정부 들어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를 골자로 하는 에너지전환정책으로 인해 재생에너지 붐이 더욱 확산되고 있는데 정작 가격은 하락하고 있는 것이다. 시장이 요동치니 신재생사업자 뿐만 아니라 여기저기서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REC 가격이란 쉽게 말하자면 일종의 보조금 수준이다. 발전사업자는 누구든지 생산한 전기를 전력시장에서 그때그때 가격으로 팔면 그만이다. 그러나 신재생에너지는 아직도 공급비용이 높다보니, 전기가격만으로는 충당하기 어렵다. 결국 REC라는 형태의 증서를 발급해주고 이를 시장에서 판매해 부족한 비용을 메워어주는 방식이다.

일례로 신재생발전의 공급비용이 kWh당 150원이고 전력가격이 100원이라면 이론상 REC 가격은 50원이 될 것이다. 그러나 가격이란 본래 시장수급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REC를 사고자하는 수요가 많으면 가격은 올라가고, 반대의 경우라면 내려간다.

RPS 제도 도입 초기에는 신재생발전의 공급량이 턱없이 부족하였다. 의무대상자는 비싼 가격을 주더라도 의무량을 채우기 어려워 미이행 과징금을 내기도 했다. 그러나 재생에너지 보급이 활성화된 지금은 의무대상자의 자기조달도 많고 대규모 계약을 통한 물량확보도 많다보니 현물시장에서의 의존도가 예전같지 않다. 이에 반해 태양광을 중심으로 신재생에너지 공급량은 계속 늘다보니 가격이 내려가는 것이다. 쉽게 말해 시장의 원리가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폭락과 폭등이 지속된다면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하거나 앞으로 투자하고자 하는 입장에서는 매우 혼란스러울 것이다. 뿐만 아니라 신재생에너지산업의 발전에도 저해가 될 우려가 있다. 

신재생에너지 보급이 시작된 ‘발전차액지원제도’하에서 2006년도 태양광 가격은 716.4원/kWh이었고 제도 마지막해인 2011년 고시가격은 396원/kWh로 낮아졌다. RPS제도가 도입된 해인 2012년에는 344.3원/kWh, 그리고 2016년에는 176.3/kWh원으로 하락추세가 이어졌다. 연구에 따르면 태양광 단가 하락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태양광뿐만 아니라 풍력, 바이오, 연료전지 등 여러 신재생에너지의 공급비용에 영향을 받는 인증서(REC)가격도 마찬가지로 하락추세다. 2016년 REC시장이 통합된 후에는 kWh당 140원 수준으로 높게 유지되었다. 그러나 2017년 90원/kWh으로 하락한 후, 2018년에는 80원/kWh 수준이었고 금년 들어서는 크게 떨어져 요즘은 40∼50원/kWh 에서 등락하고 있다.

이러한 가격변화로 인해 현물시장에 의존하는 사업자의 불안이 커지고 있으며 이와 관련하여 많은 논의도 이루어지고 있다. REC 구입량을 늘리고 복잡한 REC 조달방식을 단순화하라는 요구가 대부분이다. 타당한 해법으로 보이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실상은 그리 녹녹하지 않다. 의무대상자의 REC 조달은 상당부분 자체 설비와 장기계약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태양광을 대상으로 하는 고정가격선정과 현물시장 그리고 소규모 설비만 해당되는 발전차액방식도 동시에 운영되고 있다. 하나하나가 모두 필요에 의해 만들어졌다. 특정설비, 특정에너지, 대규모 설비 등 방식마다의 차별성도 있다. 계약은 시장거래의 주된 방식이며, 자기조달은 의무대상자인 발전사에 주어진 의무이자 사업이다. 현물시장은 거래의 유연성을 높이고 가격신호를 제공하며, 발전차액은 소규모 설비를 위해 다시 도입되었다. 시장상황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꼼꼼히 들어다보고 올바른 해법을 강구할 때다.  

일단, 현물시장 가격의 하락이 수급불균형에 따른 현상인지, 시장의 구조적 결함인지에 대해서도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 만약 전자의 경우라면 단기적인 대응보다는 시장의 반응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당장 물량을 늘리면 가격을 오르겠지만, 남아도는 인증서구입에 들어가는 추가비용은 결국 소비자의 요금부담으로 이어질 것이다. 시장가격은 때때로 등락을 반복하는 특성이 있다. 그때마다 시장에 개입한다면 시장기능은 결국 상실되고 말 것이다. 만약 구조적인 문제라면 이는 제도개선으로 풀어야 한다.

먼저, RPS 의무량과 가중치의 적정성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10년전 필자가 RPS 제도를 설계할 때만 해도 10% 목표가 너무 높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이 때문에 매 3년마다 의무량의 적정성을 검토하는 조항을 남겨 놓은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금은 재생에너지에 대한 인식과 환경이 크게 달라졌다. 다음으로 고정가격 선정시장과 현물시장이라는 형태와 대상이 상이한 두 개의 시장이 동시에 운영되는 문제를 풀어야 한다. 이로 인해 REC 가격의 혼란, 사업자의 선택, 시장에 대한 부정확한 정보 제공 등 부작용이 일어나고 있다. 빠른 시일 내에 두 시장이 통합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시장의 공급물량에 영향을 미치는 비거래 REC 물량에 대한 대책도 마련되어야 한다. 의무자에게는 선택을 폭을 넓혀주는 이점이 있지만, 궁극적으로 시장의 안정성과 가격의 예측가능성을 저해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혼소, 연료전지 등 비거래 및 화석연료 에너지원에 대해서는 의무량 상한을 설정해서 시장교란의 요인을 근본적으로 제거하여야 한다. RPS 제도 도입 시 10년 남짓의 목표만 설정하였다. 제도도입 후 8년이 지난 현시점은 제도의 평가와 더불어 전면적인 개선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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