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2차 ESS화재 민·관 조사단이 6일 4개월여의 조사결과를 내놨다. 조사단이 사고 블랙박스에 해당하는 BMS(배터리관리시스템) 운영데이터와 CCTV 녹화영상 등을 확보해 내린 결론을 정리하면 이렇다. "화재 전조랄 수 있는 전압이상이나 온도상승 기록이 남았고, 처음 연기가 새 나와 불꽃이 시작된 곳도 분명 배터리다. 화재 현장과 비슷한 시기 설치된 같은 배터리를 다른 현장서 구해 분해해보니 공정불량으로 의심될 사례도 여럿 확인했다. 우리가 이걸 어찌 배터리 이상으로, 화재원인으로 보지 않을 수 있겠는가".

배터리 회사들은 펄쩍 뛰었다. 양사 설명자료는 이렇게 읽힌다. 먼저 삼성SDI 반박이다. "조사단 말이 맞는다면 왜 같은 배터리가 설치된 다른 유사 현장이나 해외선 불이 안나나, 가져간 배터리가 화재 현장 것은 아니잖나. 화재 원인은 다양한데 왜 배터리만 지목하나, 정말 점화원임을 자신하나?" 삼성보다는 ‘저자세’로 나왔지만 LG화학도 입을 삐죽 내밀었다. "우리도 4개월간 가혹하게 현장서 돌려봤지만 불은 안 나더라. 어떻게 직접적 원인이라 단정하나, 조사단이 유사배터리를 뜯어봤다고 하지만, 우린 더 많은 자체시험으로 안전성을 확인했다. 그러니 우리 배터리 때문은 아니라는 판단이다"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모두 입장이 곤궁했을 터다. 조사단은 밋밋한 결론으로 지탄을 받은 1차 조사 때의 트라우마가, 배터리회사들은 수천억원 단위 추가 보상비용과 해외바이어들의 눈총이 각각 떠올랐을 것이다. 그러니 성급하게 마무리 한 태가 역력한 조사단 결론도, 군색하기 그지없는 배터리회사들의 변명도 일단 넘어가자. 하지만 이건 묻지 않을 수 없다. 준비도 안 된 상태서 ESS를 ‘창조경제 신산업’ 테마로 띄워 대형사고를 친 산업통상자원부는 이제 퇴로가 열려 안심이 되시는가?, 만신창이가 된 상태로 국제무대에 설 신세인 우리 ESS·배터리산업의 미래는 있기나 한가. 이런 최악의 상황을 만든 가장 큰 책임은 누구에게 있나. 

'글로벌 TOP'을 운운하는 배터리기업들도 대답해 보시라. 그렇게 억울하다면 거꾸로 연구개발 인력만 수천명을 보유하고도 왜 자사 배터리 문제가 아니란 걸 입증하지 못하나. 같은 유형의 화재가 앞으로 반복되면, 그땐 뭐라고 둘러댈텐가. 시스템 산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산업 생태계는 나몰라라한 채 그간 안방 좌판서 투자금 회수에 급급하지 않았나. 소위 구멍가게보다 못했던 초기 위기관리와 책임회피는 스스로 생각하기에 낯뜨겁지 않은가. 

이제 동네잔치는 끝났다. 여흥이 다할 즈음 5GWh가 넘는 엄청난 양의 ESS가 술상 위에 남겨졌다. 동네 밖에 들어서는 큰 장은 언감생심. 빠져나가거나 남탓할 시간도 없다. 죽기를 각오하고 덤비면 몰라도, 살려고만 하면 제대로 엎어져 영영 일어서지 못한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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