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호 한국전기연구원 연구위원 (경제학박사)

▲이창호 한국전기연구원 연구위원 (경제학박사)
이창호
한국전기연구원 연구위원
(경제학박사)

[이투뉴스 칼럼 / 이창호] 에너지정책에 대한 논란이 그치지 않고 있다. 핵심은 탈 원전, 신재생에너지 확대 그리고 이로 인한 요금문제다. 요약하면 탈 원전과 에너지전환 때문에 한전의 적자가 늘어나고 있고, 결국은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내용을 보면 정확한 진단이라 하기도 어렵다. 왜냐면 전원믹스에 대한 판단은 전력수급의 안정, 공급비용 즉 전기요금 영향, 환경문제 대응 등 여러 요소를 동시에 봐야하기 때문이다. 

전원믹스 문제는 이제 설비용량 확보나 비용최소화보다는 환경대응, 전력품질을 같이 고려하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미 수년전부터 전력수요 증가가 정체되고 있어서 당분간 설비부족으로 인한 공급불안 가능성은 낮다. 현재 24기 2325만kW의 원전이 가동 중이며, 최근 폐지설비를 고려해도 2024년까지 2725만 kW로 늘게 된다. 대폭 감축이 거론되는 석탄도 실상은 그리 녹녹치 않다. 3700만 kW 설비가 가동 중이고 2024년에는 4,100만kW까지 늘어난다. 소위 기저설비로 불리는 원전과 석탄설비의 발전은 당분간 줄어들 것 같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 재생에너지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으니 앞으로 기저전원의 추가가 필요할지 의문이다.   

전력공급비용은 어떤 설비를 언제 기준으로 산정 하느냐에 따라 다르다. 설비비가 높더라도 싼 연료를 사용하는 발전소는 이용률이 높을수록 단가가 낮아진다. 반대로 이용률이 낮아지면 높은 고정비로 인해 발전단가가 올라간다. 규제나 사고로 원전이나 석탄이 잘 돌아가지 않으면 발전단가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더구나 원전은 안전, 폐로비용이 석탄은 환경비용이 계속 높아지고 있어 발전단가가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원전과 석탄의 설비단가는 건설 중인 설비의 경우 kW당 각각 350만원, 250만원 수준으로 최근 10년 사이 1.5∼2배 정도 높아졌다. 만약 환경문제로 앞으로 석탄발전을 감축한다면 발전비용은 상승할 것이다. 재생에너지의 증가도 우리나라의 높은 공급비용으로 인해 당분간 발전단가를 상승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다.  

전원선택이나 에너지전환은 결국 전원선택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입장과 이해관계에 따라 시각차가 크다. 특히, 전원에 따라 선호도가 극명하게 나타난다. 이러한 배경에서 전원믹스 방향을 몇 가지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우리나라 에너지여건에서 원전은 앞으로도 일정수준을 유지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서는 중장기적으로 신규설비를 추가하거나 기존설비 수명을 연장하여야 한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주장이 원전산업이라는 입장에서 신규건설을 선호하고 있다. 그러나 에너지 수급, 환경문제 대응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기존설비를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둘째, 재생에너지 확대는 에너지산업의 미래이자 추세이다. 그러나 양적확대에 치우쳐 경제성을 도외시하는 보급방식을 계속 지속하기는 어렵다. 우리의 경우 초기에는 보급 확대를 위해 모든 재생에너지를 백화점식으로 개발하고 보급하였다. 이제 본격적인 보급이 시작된 지도 10년 이상 지났다. 정책성과에 대한 평가가 필요한 시점이다. 앞으로 경제성 확보가 가능하고 환경문제를 최소화하는 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보급방향을 재편하여야 한다. 입지, 기술, 경제성 측면에서 향후 잠재량과 공급비용을 짚어보아야 한다. 경제성과 경쟁력 확보가 가능한 에너지에 집중함으로써 재생에너지 보조금을 줄여나가야 한다.  

셋째, 온실가스감축과 환경개선을 위해 화석연료 특히, 석탄발전 비중을 줄여야 한다. 다만, 취약한 에너지여건상 일정수준의 설비는 유지할 필요가 있다. 한편, 상대적으로 환경오염이 적은 가스발전 비중은 늘려나가되 기존의 대규모 방식보다는 효율이 높고 수요지역에 위치한 고효율 분산에너지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 마지막으로 기존의 대규모 원거리 송전망에서 지역중심의 분산시스템으로 전환이 필요하다. 기 수립된 대규모 송전망 계획을 획기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   

포트폴리오란 말 그대로 가용한 여러 수단을 적절히 배분하는 것이다. 특정한 자원에 지나치게 의존하게 되면 부작용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처럼 에너지 수입의존도가 높고 전력융통이 불가능한 현실에서는 일부 유럽국가처럼 특정자원에 올-인하기 어렵다. 에너지규모가 우리와 비슷한 선진국 중 독일은 이미 재생에너지 보급이 포화점이 이르러 단계적인 탈 석탄계획을 만들었다. 대규모 가스전을 보유한 영국은 원전, 가스, 재생에너지로 대응하고 있다. 에너지자원이 빈약한 프랑스는 아직 원전의 비중이 높으나 점진적으로 감축하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 이들 국가의 공통점은 모두 자국의 에너지 여건을 반영하면서 국가간 전력망을 통해 최소한의 안전판을 확보하고 있는 것이다. 

전기요금은 설비비, 연료비, 전력망 비용, 환경비용 및 각종 부담금에 따라 달라진다. 대부분 선진국의 요금은 우리의 2∼3배 수준이다. 이는 설비, 연료비와 같은 직접비용의 차이도 있지만 에너지 정책비용, 환경비용, 노후발전 좌초비용과 같은 간접비용의 영향도 크다. 요금이 높으니 전력산업 규모도 크고 종사자수도 많다. 재생에너지, 분산전원, 새로운 형태의 에너지서비스가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산업과 양질의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있다. 우리의 에너지산업은 아직도 공기업 중심의 산업구조와 과도한 규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전기요금 문제도 본질보다는 한쪽만 보는 일방적인 주장이 반복되고 있다. 에너지 기술과 산업이 급변하는 지금 더 이상 실기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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