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개나리, 진달래는 이미 만개했고 곧 벚꽃 개화시기가 다가온다. 기상기업이 관측한 바에 따르면 올해 서울 벚꽃은 4월4일 절정을 이룰 것이라 한다. 꽃 피면 봄이 온다고 했던가?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국제유가 하락과 석유소비 감소로 국내 석유업계의 활력도 급격히 잃어가는 중이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다.

글로벌 석유업계는 3월 들어 코로나19에 따른 원유수요 감소여파를 본격적으로 맞기 시작했다. 3월초 40달러 선에서 거래되던 원유시장가격은 코로나19 사태를 이용해 점유율을 확대하려는 러시아와 사우디의 원유 증산전쟁으로 급격하게 추락하기 시작했다. “나는 유가가 이만큼 떨어져도 버틸 수 있다. 너희도 따라올 수 있으면 따라오든지”라며 치킨게임에 들어간 셈이다.

코로나19에 따라 국내 석유시장도 곤경에 빠졌다. 정유업계는 정제마진 하락과 재고평가 가치가 떨어지면서, 주유소 등 석유판매업계는 휘발유·경유·항공유 등 수송용 석유제품 소비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최근 해외 시장분석기관은 너나 할 것 없이 원유 공급과잉이 전례없는 수준까지 도달할 수 있다는 예측을 내놓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석유수요가 하루 2000만배럴 감소할 수 있다고 밝혔고, 골드만삭스는 4월 석유수요 1870만배럴 감소를 점쳤다. 라이스타드에너지 역시 전년동월대비 석유수요가 1600만배럴 감소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미국이 텍사스 셰일오일 감산논의를 시사하고, 전략적 비축시설을 채우겠다고 밝히면서 공급과잉인 원유시장을 제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과잉규모가 너무 커 큰 효과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주식 리서치업체 레드번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한 올해 1, 2분기 수요감소는 OPEC 및 셰일산업의 대규모 공급중단을 제외하면 상쇄할 수 있는 조치를 생각할 수 없다”며 사실상 미국이 원유 공급과잉 사태를 제어할 수 없다고 예측했다.

전문가들은 러시아와 사우디가 6월 이전에 휴전협정이나 새로운 공급협약을 체결할 경우 배럴당 40~50달러 선에서 유가가 회복하고, 세계 석유수요는 3분기까지 성장세로 돌아갈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반대로 러시아와 사우디의 싸움이 지속될 경우 올해 세계 석유수요는 하루 500만배럴 감소하고 전례없는 수십억배럴 규모의 공급과잉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로 세계가 신음하는 와중을 틈타 원유시장에서의 파이를 키우려는 이기적인 싸움은 언제까지 지속될지 알 수 없다. 다행이라면 지난해 9월에 입은 사우디 아람코 석유처리 시설의 드론테러 피해를 최근에야 복구했기 때문에 최대가동률을 내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예측이 제기된다는 점이다. 러시아 내부에서도 감산협의 거부에 대한 비난이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증산전쟁의 양 당사자가 언제까지 줄타기를 이어갈지 주목된다.

물론 석유산업의 위기는 근본적으로 코로나19에 기인한다. 여기에 사우디와 러시아가 감산을 둘러싸고 힘겨루기를 벌이면서 골이 더 깊어졌다. 중재 내지는 자기 힘을 드러내겠다는 미국까지 나서면서 더 복잡한 양상을 띄고 있다. 우리로서는 봄을 기다리는 씨앗처럼 인내할 수 밖에 없다. 언젠가는 봄은 꼭 온다.

김진오 기자 kj123@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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