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욱 이투뉴스 발행인

[이투뉴스 사설] 코로나19의 국제적 확산에다 사우디와 러시아의 오일 패권경쟁까지 가세하면서 국제유가가 날개 없이 떨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제유가가 배럴당 10달러 선으로 하락하는 것은 물론 한자릿수까지 폭락할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하고 있다. 국제유가가 이처럼 폭락한 것은 2002년 2월 이후 18년만으로 역 오일쇼크 현상으로 불리고 있다.

국제유가가 이처럼 폭락한 것은 두말할 나위없이 코로나로 세계적으로 수십만명이 감염되면서 공장 가동이 중단되고 여행을 비롯한 국제간 및 국내 이동이 사실상 제한됐기 때문이다. 코로나 국제확산은 글로벌 원유 수요의 최대 25%가 증발할 수 있는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맏형 격인 사우디아라비아와 非OPEC 최대 산유국인 러시아가 유가 전쟁을 벌이고 있는 것도 유가하락장에 기름을 붓고 있다. 사우디는 이달부터 산유량을 2월 대비 27% 증가한 하루 1230만배럴까지 높인다는 방침이다.

미국은 이같은 사우디의 석유 증산계획을 보류해줄 것을 강력히 요구했으나 사우디는 이를 거부한 상태. 여기에다 러시아는 앞서 지난해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러시아의 천연가스 사업 확대를 저지한데 강력히 반발, 석유생산을 제한할 움직임을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러시아 정부는 국제유가가 30달러 이하에서 움직여도 몇 년 동안은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우디와 러시아의 원유 증산경쟁은 얼핏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보일수 있으나 전문가들은 러시아와 사우디가 미국의 셰일산업을 파산에 빠뜨리기 위한 공동의 이익이 배경에 깔린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미국의 셰일업계 채굴원가는 그동안의 기술 발전으로 배럴당 32~57달러까지 떨어졌다. 이 때문에 국제유가가 30달러 이하로 유지되면 미국의 셰일업체들은 줄도산 할 것으로 러시아와 사우디는 점치고 있다는 설이 팽배하다. 

4년전인 2016년에도 국제유가가 배럴당 33달러까지 떨어지면서 수십개의 미국 셰일오일 업체가 부도를 내고 문을 닫았다. 특히 미국 셰일업체들은 올해부터 2024년까지 갚아야할 빚이 860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저유가는 우리 경제 뿐아니라 글로벌 경제에 호재로 작용했으나 근년 들어서는 악재로 변했다. 우선 산유국들의 사회간접자본 건설은 물론 구매력이 떨어지면서 글로벌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더욱이 코로나로 인한 초저유가는 세계 경제를 먹통에 이르게 함으로써 연쇄작용을 일으키며 우리 경제를 파탄낼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벌써부터 국내 정유업계는 적자구조에 들어섰으며 관련 업체들도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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