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전환포럼 정책질의에 답변, 票의식 신중
정의당·녹색당 등은 '전환 속도 더 높여야' 응답

[이투뉴스] 더불어민주당은 재생에너지 확대를 통한 에너지전환과 전력‧수송부문의 미세먼지·온실가스 감축에 '동의'한다면서도, 사회적 비용과 에너지전환 비용을 반영한 전기요금을 현실화에 대해선 "종합 검토가 필요하다"며 '부동의' 의사를 내비쳤다. 비영리 사단법인인 에너지전환포럼(상임공동대표 홍종호)이 21대 총선을 앞두고 주요 정당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에너지전환 정책 질의 회신을 통해서다.

반면 정의당과 녹색당은 보다 급진적인 에너지전환과 탄소감축이 추진돼야 한다고 답해 대조를 이뤘다. 질의에 답하지 않은 미래통합당과 국민의당은 탈원정 정책 폐기나 재검토를 공약으로 내건 상태다.

에너지전환포럼은 지난달 중순 더불어민주당 등 7개 원내‧외 정당에 에너지전환을 위한 5대 핵심 과제 및 25개 세부과제에 대한 동의 여부와 관련의견 개진을 요청, 이달초 이 중 5개 정당으로부터 회신을 받아 10일 그 결과를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앞서 포럼은 시민사회 의견을 취합해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제도개선 ▶전력부문 미세먼지, 기후변화 문제 해결 ▶수송부문 미세먼지 문제 해결 ▶수요관리 및 에너지효율 정책 강화 ▶원전 안전확보와 감축, 핵폐기물의 안전한 관리 등을 5대 핵심과제(세부과제 25개)로 도출했다.

이번 정책질의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에너지 소비감축을 위한 전기요금 현실화’에 부동의 했다. “특정 목적을 위한 전기료 인위적 인상·인하는 부적절하며, 국민·기업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한 종합적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는 이유다. 전기요금 조정에 대한 정치적 부담을 이유로 요금현실화를 꺼리는 현 정부와 궤를 같이하는 답변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더불어민주당은 수송부문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휘발유 vs 경유 상대가격 비율 인상’ 동의 여부를 묻는 질의에도 “환경보전을 위한 경유 사용량 억제에는 동의하나 상대가격 비율인상은 중소상공인에게 직접적 부담이 전가되며, 경유세 인상이 물류·건설비용 증가로 산업전체 경쟁력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며 부동의 했다.

또 ‘내연기관차 퇴출 로드맵 구축’ 질의란에도 “산업계 영향을 고려해 신중히 결정할 필요가 있다”며 부동의했고, ‘2040년 이전 석탄화력발전 완전 종결’에 대해서도 “구체적 감축 속도 등에 있어 전력수급 및 요금 영향, 산업계 영향 등을 종합 고려해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부동의' 했다. 반면 민주당은 재생에너지 직접 구매 PPA 도입과 재생에너지 친화형 전력시장 및 계통 구축 등에 ‘동의’했고, ‘재생에너지 비중을 2030년 40%로 상향'해야 한다는 견해에 대해 “이미 3020 목표를 발표해 추진중인 상황에서 상향조정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조건부 동의했다.

민주당은 21대 총선 정책공약을 통해 ‘기후위기와 미세먼지로부터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며 탄소세 도입 검토 및 그린뉴딜 투자, 재생에너지 비중 지속확대 등을 공약한 상태다. 하지만 구체적 방법론에 대해선 특정 진영 반발을 고려한 듯 온도차를 드러내며 신중한 입장을 내비쳤다.

정의당은 에너지전환포럼이 제시한 5대 핵심과제 25개 세부과제에 대해 모든 항목에 ‘동의’한다고 답했다. 오히려 정의당은 ▲2050년 넷제로 ▲2030년 석탄화력 폐쇄 ▲신규 석탄화력 건설 중단 ▲2030년 경유차 완전 퇴출 ▲탈핵 조기달성 등의 자체 공약을 거론하면서 전환 속도를 더 높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2030년 재생에너지 비중도 40%로 대폭 높이고, 기후위기 대처를 위한 ‘기후에너지부’ 신설이 필요하다는 주장(공약)을 폈다.

다만 정의당은 재생에너지 전력 직구매 제도개선과 관련, “전력 판매시장 전면 개방을 포함한 다양한 의미를 담고 있으며, 이로 인한 대기업 판매시장 진출 등 사회적 논의와 부작용 해결방안 규제책 마련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며 조건부 동의했다. 정의당은 이번 총선에서 ‘그린뉴딜경제로 한국사회 대전환’이란 정책 슬로건 아래 기후위기 극복과 불평등 해소, 재생에너지 일자리 약 20만개 창출 등을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다.

민생당은 21대 총선에서 ‘미세먼지‧재생에너지‧환경일자리 100만개 창출’을 정책공약으로 내걸고 한국판 그린뉴딜 추진을 통해 미세먼지‧온실가스를 50% 줄이겠다는 포부다. 민생당은 이번 정책질의에 대부분 ‘동의’ 의견을 피력했으나 ‘2040년 이전 석탄화력 완전 종결’과 ‘석탄발전 환경피해 100% 내부화’, ‘에너지전환 기본법 제정 및 원자력 진흥법 폐지’ 항목에 ‘부동의’ 한다고 답해 눈길을 끌었다.

또 민중당은 5대 핵심과제와 세부과제에 대해 개별의견 없이 모두 ‘동의’한다고 답했다. 민중당은 석탄발전소 완전 퇴출 및 신규 석탄 백지화, 영구적 탈핵과 전면적 에너지전환, 기후위기 대응 등을 총선 공약으로 제시한 상태며,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 ‘0’와 기후위기 취약계층에 대한 기본권 보장 등을 상세 공약으로 강조하고 있다.

녹색당은 ‘탈탄소 경제사회로의 정의로운 대전환 기후·에너지’를 1호 정책공약으로 내걸고 국가기후비상사태 선언과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 50% 감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녹색당은 에너지전환포럼이 제시한 5대 핵심과제의 모든 항목에 ‘동의’한다고 답했고, “목표 달성을 위한 보다 급진적인 수요관리와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보탰다.

다만 각론에 있어 재생에너지 확대는 지역기반 공동체가 중심이 돼야 하며, 석탄화력 퇴출은 2030년으로 앞당겨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녹색당은 공약을 통해 기후위기대응기본법을 제정하고 입법권이 있는 기후위기대응특별위원회를 구성하며, 전 지구적 탄소예산과 연동해 배출 가능한 온실가스량을 최우선으로 국가를 운영하는 탄소예산 도입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또 2030년 탈핵을 목표로 탈핵에너지기본법을 제정하고 2050년 100% 재생에너지 목표달성, 에너지기본권 및 지역을 살리는 민주적 에너지전환 등을 강조하고 있다.

한편 미래통합당과 국민의당은 이번 정책질의에 응하지 않았다. 미래통합당은 ‘탈원전 정책 폐기’를 총선공약으로 내걸었고, 국민의당 역시 ‘탈원전정책과 태양광정책 전면 재검토 및 4세대원전 개발 지원’을 공식화 한 상태다. 국민의당은 지난 대선에서 에너지전환에 동의한 바 있다.

홍종호 에너지전환포럼 상임공동대표는 “에너지·기후 정책은 국민의 삶의 질과 직접 관련돼 있고, 산업경쟁력과 일자리 창출은 물론 지속가능한 발전에 필수불가결한 요소"라면서 "여야 두 거대 정당이 에너지전환을 위해 보다 전향적인 자세를 가져주기를 촉구한다. 말보다 중요한 건 실천이다. 기후위기 해결을 위해 전 세계가 동참하고 있는 에너지전환 정책이 대한민국 제21대 국회를 통해 구체적인 열매를 맺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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