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찬 인천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강희찬 인천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강희찬
인천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이투뉴스 칼럼 / 강희찬] 전세계가 코로나19로 혼란한 때에 글로벌 에너지시장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글로벌 유가는 한없이 떨어지고 있고, 석유메이저 기업들의 소위 치킨게임(chicken game)은 볼썽사납다. 코로나로 전세계 에너지 수요가 급감하자 산유국들의 유가전쟁이 치열해지면서 이참에 증산을 통해 가격을 더 낮춰 경쟁기업을 아예 시장에서 몰아낼 공산이다. 위기를 느낀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아예 대놓고 사우디와 러시아를 향해 경고를 보내면서, 이들 산유국에게 감산을 요청했다. 셰일가스를 들고 전세계 유가전쟁에 늦게 뛰어든 미국은 올드 보이들에게 거의 떼를 쓰고 있는 듯하다. 전통 석유나 가스에 비해 비용경쟁력이 떨어지는 미국 셰일가스업계는 유가가 이런 속도로 하락하면 줄 도산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아수라장 속에 경쟁에서 누군가 탈락하던지 산유국들이 감산을 시작하던지 전세계 공급량감소는 피할 수 없다. 코로나로 촉발된 전세계 에너지 수요감소는 결과적으로 전세계 석유·가스의 공급량 감소를 초래한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공급량 감소는 단순하게 볼 수 없다. 이제 전세계 석유업계와 가스업계의 몸무게 줄이기가 시작될 것이기 때문이다. 부분적 생산가동은 해당 산업 인력감축으로 이어질 것이며, 추가 설비건설이나 투자 감소는 건설업계 등 연관산업에도 심각한 타격이 될 것이다. 1~2년 전부터 전문가들은 글로벌 석유와 가스업계의 과잉공급과 수요량감소를 우려해 왔다. 이미 전세계 에너지 시장은 점차 공급자 중심 시장에서 소비자 중심 시장으로 전환되고 있었고, 이는 한국과 같이 에너지 해외의존도가 높은 국가로서는 꽤나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그동안 한국 등 동북아 국가들에겐 상당히 불리한 거래조건들도 울며 겨자 먹기로 받을 수밖에 없었던 것을 이제는 한국과 같은 바이어가 먼저 거래조건을 제시할 수도, 기존 거래방식을 변경할 수도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이런 상황은 그리 오래갈 수는 없다. 유가가 내려가면 올라가고, 내려가면 올라가는 게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지금 코로나19로 꺾였던 수요도 얼마 후엔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회복될 것이다. 특히 중국, 인도 등 국가들의 석유·가스 수요는 매우 안정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한국, 일본, 유럽의 수요도 비록 빠르진 않지만 안정세를 회복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산유국과 석유산업이 감산과 파산 그리고 신규설비투자 감소로 몸무게를 줄인 탓에 공급이 수요회복세를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그 시점, 즉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공급으로 인한 공급부족 사태가 발생하는 시점을 2026년으로 잡고 있다. 공급부족은 필연적으로 전세계 유가 상승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해 공급자 중심의 시장으로 돌아설 것이다. 문제는 한국과 같은 국가들에겐 너무나도 치명적인 타격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미 경제구조가 석유와 가스에 중독된 상태에서 쉽사리 대체재를 찾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한국엔 기름 한 방울 나지 않기에 고가의 석유와 가스를 수입해올 수밖에 없다. 특히 매서운 저유가 계절에서 살아남은 소수의 석유·가스 공급자들에게서만 수입하는 것은 에너지 다변화 측면에서 지나치게 위험한 옵션이다. 만일 이러한 일이 벌어진다면 모든 리스크를 한꺼번에 받을 수는 없다. 무엇이라도 해야 한다. 

그럼 지금 한국이 취할 수 있는 대안은 무엇일까? 앞서 말한 리스크 중에 한국이 해야 하는 가장 우선적인 조치는 공급선의 다변화일 것이다. 어느 석유메이저가 살아남을지는 알 수 없으나 최대한 많은 공급선을 접촉해 나가야 한다. 명분이나 친분보다는 실리를 추구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또한 지금의 유조선과 LNG선에 의존하는 수입방식보다는 러시아 등 북방국가와의 파이프라인을 통한 공급방식을 준비할 시점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북한리스크, 러시아와 중국 등 다른 체제 리스크, 금융리스크 등 다양한 고려사항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지금은 이러한 리스크(비용)만 너무 부풀려 볼께 아니라 에너지 다변화로 인한 이득, 가격경쟁력, 남북관계 개선, 환경적 편익 등 다양한 편익들도 함께 비교하여 발빠른 전략적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앞으로 다가올 2026년 에너지 시장 변화라는 거대한 파도에는 준비된 국가만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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