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아침에 일어나서 눈을 의심했다. 눈 덮인 히말라야산맥이 맨눈으로도 선명하게 보인 것이다. 무려 30년 만이다. 예전에는 히말라야가 보였다는 말은 들었지만, 직접 내 눈으로 볼 수 있는 날이 올 줄 몰랐다.”

국가봉쇄령이 발동된 뒤 인도의 대기 질이 개선되자 북부 펀자브주 주민들은 160㎞ 이상 떨어진 히말라야산맥을 볼 수 있게 됐다고 감탄하는 내용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다. 펀자브 주민들은 평소 인도의 악명 높은 스모그 때문에 히말라야산맥의 장관을 볼 수 없다가 이를 육안으로 감상할 수 있게 되자 놀란 것이다.

세계의 공장이자 굴뚝으로 불리는 중국 역시 코로나19로 도시봉쇄가 이뤄지고 산업체 가동이 중단되면서 북경을 비롯한 중국 전역의 대기질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우리나라 역시 코로나19 혜택을 톡톡히 보고 있다. 지난해에 미해 미세먼지 상황이 크게 개선된 것. 물론 계절관리제 등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정책효과도 있었겠지만, 코로나19로 인한 국내외 요인도 상당히 작용했다는 사실을 부인하기 어렵다.

이탈리아 베네치아는 물에 하늘이 비칠 정도로 맑아졌다고 한다. 그동안 밀려드는 관광객으로 인해 베네치아 도심수로의 물은 아래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탁했단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여행 자체가 금지되고 사람들 이동이 확 줄어들자 언제 그랬냐는 듯 물고기와 바닥이 보일 정도로 깨끗해 진 것이다. 선명한 전체 모습을 보기 쉽지 않던 파리의 에펠탑과 개선문도 본래의 모습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지구는 되살아나고 있다. 불과 한 두 달 남짓 사람들의 활동이 사라지자 시가지에 야생동물이 돌아오고, 자연이 제공하는 자체정화능력이 발휘되면서 맑은 하늘을 언제든 볼 수 있는 곳이 늘고 있다. ‘지구 최대의 적은 바로 인간’이라는 지적이 실감날 정도다. 물론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 다시 뿌연 하늘과 도로마다 가득 들어찬 자동차를 마주해야 하겠지만….

한 네티즌은 “지구 입장에서는 코로나19가 자기 몸에 달라붙은 기생충(인간)을 제거하기 위해 소독하는 것 같다. 우리가 몸에 붙어 살아가는 진드기나 먼지를 주기적으로 털어내는 것처럼”이라는 말로 이같은 아이러니를 설명했다. 실제 인류를 위협하는 바이러스 중 상당수가 환경오염에서 비롯된다. 코로나19 역시 지구의 공기와 물이 신음하면서 내뱉는 고통의 소리일지 모른다.

기후변화 대응을 비롯해 환경을 잘 지키는 것은 바로 우리의 삶을 건강하게 유지시키는 비결이라는 걸 다시 한 번 느낀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지구와의 아픔을 이해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사람들이 더 늘어나기를 기대한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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