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봉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

▲조성봉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
조성봉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

[이투뉴스 칼럼 / 조성봉] 지난 4월 6일자 이투뉴스에서는 분산전원 확대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다고 보도하였다. 맞는 말이다. 분산화란 말이 나온 지 벌써 10년 가까이 되었다. 그동안 무수한 정부 회의, 각종 에너지계획과 관련된 미팅, 에너지분야 세미나와 토론회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가 분산화였다. 그런데 막상 분산화는 별로 진행되지 않았다. 왜 그런 것일까? 도대체 분산화가 무슨 의미이고 왜 필요한 것인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의 전력수요 분포, 전원구성, 입지, 송전계통에 대한 논의와 함께 전력설비의 건설을 위한 가격 시그널의 문제를 논의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모든 것이 얽혀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수도권에 전력수요가 몰려있다. 인구의 반인 2천5백만이 살고 각종 산업도 몰려있어서 수도권은 전력수요의 4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발전량의 70% 가까이를 차지하는 원자력과 석탄 등 주요 발전설비는 충남 이하의 남부 해안가에 자리잡고 있다. 전력은 수도권에서 많이 쓰는데, 발전은 왜 다른 곳에서 하는가? 바로 입지문제 때문이다. 원전과 석탄발전소는 인구 밀집지역 근처에 건설하기 어렵다. 유일한 예외가 영흥도의 석탄화력 발전단지인데 그나마 섬으로 격리되어 있어서 가능했다. 원전은 사고확률은 낮으나 위험성과 온배수에 따른 문제점 등으로 인하여 새로운 입지를 찾는 것이 정말 쉽지 않다. 전남에 6개, 강원도에 3개 등 전국에 9개가 있었던 원전 후보지도 김대중 정부에서 대부분 해제하였다. 입지난은 석탄발전소도 마찬가지다. 결국 기존 단지에 기수를 증가시키거나 바로 옆에 단지를 확장하는 방법 외에는 없었다. 그 결과 원전단지는 신고리, 신월성 등 새로운 단지가 기존단지 옆에 이어서 자리잡게 되었고 발전기도 4기를 넘어 6기까지 확장되었다. 석탄발전단지도 기왕 자리 잡은 단지에 기수를 늘려 보령·신보령(10기), 당진(10기), 태안(10기), 하동(8기), 삼천포(6기), 영흥(6기) 등으로  대단지화되었다. 


이처럼 원전과 석탄화력발전이 수도권 남부의 해안가에 자리 잡은 4∼10기의 대규모 단지에서 밀집되어 이루어지다 보니 개별단지에서 송출되는 송전용량이 증가하게 되었다. 이 때문에 수년 전에는 고리에서 송출되는 전력이 통과하는 밀양지역의 765kV 송전탑 건설 문제가 발생하게 된 것이다. 또한 모든 전력이 남부지역에서 수도권으로 흐르다 보니 송전용량이 모자라는 문제가 발생하게 되었다. 특히 여름철과 겨울철의 전력수요 피크시에는 이런 문제점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최근에는 강원 해안지역에서 석탄화력발전이 증가하고 있는데 여기서 발전된 전력을 수도권으로 나르기 위해 HVDC 송전이 계획되고 있다. 


분산화는 발전설비를 대단지화하지 말고 중소규모로 전국적으로 골고루 분포시키자는 것이 그 취지이다. 그러나 보다 본질적인 해결책은 수도권에 몰려있는 전력수요를 비수도권으로 분산시키고, 대단지화되어가는 발전소 규모를 줄이고 이의 입지를 남부지역보다는 수도권 인근으로 분산 배치하며, 송전선을 확충하여 전력의 흐름을 원활하게 하는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이 모든 일을 계획, 명령과 통제 그리고 인허가로 추진하기 때문에 일이 진행되지 않는다. 자원을 배분하기 위해서는 이를 위한 적절한 가격 시그널을 마련해야 한다. 그렇지만 전국의 전기요금이 동일하기 때문에 수도권에 있는 산업시설이 전기요금이 싼 지역으로 이동할 필요가 없다. 만약 수도권이나 그 인접지역에서 생산된 전기를 비싸게 사준다면 발전소도 수도권 인근으로 몰리게 될 것이다. 또한 송전에 대해서도 차별적인 보상을 하게 된다면 한전은 보다 급한 지역에 송전설비를 확충하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 전력산업과 전력시장에는 지역별로 차별적인 전기요금과 발전에 대한 보상을 적용하기 어렵다. 발전소 인근이나 발전소에서 멀리 떨어진 수도권이나 동일한 전기요금을 낸다는 것은 사실상 수도권에서 지불해야 할 전기의 배달비용을 다른 지역에 부담시킨다는 것이다. 발전소 입지와 송전선 건설도 적절한 보상과 페널티가 필요하다. 지역별로 가격 시그널과 송전수요에 따른 차별적 보상이 필요하다. 전원의 분산화는 말로만 되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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