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완 충남대학교 전기공학과 교수

▲김승완 충남대학교 전기공학과 교수
김승완
충남대학교
전기공학과 교수

[이투뉴스 칼럼 / 김승완] 최근 뜨겁게 논의되고 있는 그린뉴딜은 기후위기와 경기침체에 동시에 대응하는 여러 가지 정책 패키지를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탄소배출량을 감축하는 방향으로 에너지시스템을 전환하며 제조 인프라를 혁신하고 건물, 수송 분야에서도 급격한 변화를 유도하는 정책들이 펼쳐질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경기가 활성화되고 양질의 일자리도 창출될 수 있다. 

현실은 그렇게 만만하지는 않다. 과거 우리가 많이 겪어보았던 것처럼 그린뉴딜이라는 키워드 안에 그린뉴딜스럽지만 그린뉴딜이 맞는지 갸우뚱할만한 다양한 사업들이 포함될 것이고 진행되어버릴 것이다. 정부는 막대한 재정을 투하하지만 정작 그 돈이 어디로 갔는지, 효과는 없고 예산은 소진되어버리는 현상도 발생할 수 있다. 최상위 정책 기획자와 하위의 세부사업들을 집행하는 기관 간에는 정보의 비대칭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정책의 기획자가 의도하지 않은 세부계획들이 포함되고, 다른 방향대로 흘러가도 이를 실시간으로 감독하고 교정해나가기 어려워진다. 

우리에겐 어떤 선택지가 있을까? 아들을 공부시키려는 부모가 있다고 비유해보자. 현재의 감사방식은 아들 방의 모든 노트를 주기적으로 들여다보고 딴짓을 하지 않나 감시하는 방식이다. 아들이 딴짓을 못하게 하는 데는 효과적인 방식이지만, 아들은 부모한테 혼나지 않을 방향으로만 행동하게 된다. 현재의 감사방식은 부정부패를 방지하기에는 좋은 방식이지만, 실무집행기관과 실무자들의 창의성을 저해할 수도 있는 방식이라는 것은 아마 감사를 한 번 받아본 사람이면 십분 공감할 것이다. 작금의 상황에서 우리는 한 번도 시도해보지 않았던, 아무도 정답을 모르는 방향으로 일관된 목표를 향해 달려가야 한다. 그 과정에서 실무자들과 집행기관이 자신이 가진 모든 역량과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럴 때는 아들이 중간고사 평균 90점 맞기와 같이 부모와 설정한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면 원하는 선물을 사주는 것처럼, 실무집행기관과 실무자들이 정책목표를 달성하면 유무형의 인센티브를 줄 수 있는 규제방식이 필요하다. 잘 못하면 벌을 주는 것이 아니라 잘 했을 때 상을 주는 방식이다. 규제이론에서는 이를 인센티브 기반 규제, 유인규제라고 이야기한다.  

몇 년 전 미국 뉴욕 州에서는 앤드류 쿠오모 주지사가 Reforming the Energy Vision (이하 REV)라는 대규모의 정책 패키지를 발표한 바 있다. 2030년까지 1990년 대비 온실가스를 40% 감축하고,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50%까지 확대하며, 에너지 효율 향상을 통해 건물분야 전력소비를 2012년 대비 23%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담은 정책이다. REV는 정부 행정기관이 주도적으로 에너지산업의 청사진을 제시하고 하향식(Top-down)으로 정책을 이끌어가는 전형적인 정부주도 개혁이다. 이 과정에서 REV가 강조하고 있는 부분은 정책의 이해관계자 혹은 실무를 집행하는 주체가 개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인센티브 규제방식을 설계하는데 많은 공을 들였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대표적인 예시로서, REV는 소비자 단의 재생에너지 확대를 통해 전력회사는 요금매출이 감소하고 망 투자비용과 R&D 비용은 증가하는 등 별다른 편익을 얻지 못하지만 개혁을 이끌어 가야하는 무거운 책임을 지는 모순적인 상황이 발생함을 지적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인센티브 메커니즘을 제안한다. 이를 통해 REV는 정책의 이해관계자가 개혁에 주도적으로 나설 수 있는 인센티브를 제공하여 담대한 계획을 구체적으로 실현하는데 필요한 세부적인 장치들을 패키지로 제시하고 있다. 이는 2020년 그린뉴딜 담론을 맞닥트린 우리나라의 현 상황에도 많은 시사점을 준다. 

성공적인 그린뉴딜을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앞으로 투하될 막대한 정부재정을 효율적으로 집행해나가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까? 좋은 정책기획이 세부사업 단계에서 변질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국회와 정부, 정부와 실무집행기관, 실무집행기관과 실무자 간의 정보의 비대칭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인센티브의 설계에 많은 공을 들여야 한다. 이해관계자 모두가 그린뉴딜이 성공하면 혜택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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