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배출삭감 약속 불구 자본금 90% 화석연료 투자

[이투뉴스] 글로벌 에너지기업인 쉘과 토탈 등이 온실가스 배출삭감 약속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자본금의 90%를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화석연료에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 에너지 경제와 재정 분석 연구소(IEEFA)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두 회사의 통합 배출량은 세계 경제 4위국인 독일의 배출량과 맞먹고 있다. 지속가능한 산업에 대한 실제 투자액도 계획보다 훨씬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쉘과 토탈을 포함한 많은 대기업들은 2015년 파리 기후협약에 발맞춰 탄소 배출삭감에 기여하겠다고 공언했다. 산업화 이전보다 지구기온의 2℃ 상승을 막기 위한 세계적인 노력이 요구되면서다.

협약 목표에 가장 잘 협조할 것으로 기대를 샀던 두 에너지 기업이 실제로 배출저감 분야에 이윤의 극히 일부만을 지출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실망감을 안겨주고 있다. 

영국과 네덜란드에 연고를 둔 글로벌 메이저기업 쉘은 2050년까지 탄소발자국 65%를 줄인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재생에너지산업에 자본의 3~5%만을 지출하고 있어 2020년까지 녹색에너지 사업에 매해 투입하겠다는 40억~60억 달러 지출목표는 맞추지 못 할 것으로 관측됐다.

마찬가지로 프랑스 에너지대기업 토탈도 2025년까지 25GW 상당의 재생에너지 용량을 설치한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토탈은 2050년까지 유럽 내에서 ‘넷 제로’를 내걸고 탄소배출 집약도를 60% 이상 줄이겠다고 밝혔다. 탄소 집약도는 발전된 에너지 유닛당 배출되는 온실가스량을 말한다. 

쉘의 대변인은 세부적인 재생에너지 지출 목표액은 없으나, 에너지전환에 55%를 지출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에너지전환에는 천연가스와 바이오연료가 포함돼 있다. 

그는 “우리 회사는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데 동의하고 있다”며 “파리 기후협약을 전적으로 지지하고 있으며, 저탄소 미래로의 전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우리 역할을 다 하기 위해 노력하고있다”고 설명했다. 

토탈은 저탄소 에너지 분야에 자본금의 10% 이상을 지출하고 있으며 2030년까지 이를 20%로 올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IEEFA는 두 회사가 녹색 투자 포트폴리오를 그럴 듯하게 꾸미고 있지만 화석연료에서 재생에너지로 뚜렷한 투자전환이 없어 탄소저감 목표 달성에 실패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IEEFA는 셸과 토탈이 각각 자본지출의 50%에 달하는 100억 달러를 재생에너지에 매년 투자해야만 당초 약속을 지킬 수 있다고 추산했다. 

이번 보고서를 작성한 클락 버틀러 연구원은 “두 회사가 석유와 가스 투자에 대한 근본적인 전환 없이 스스로 설정한 탄소집약도 저감에 주요한 변화를 이끌 수 있을지 예상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한편 자사 평가에 따르면 쉘은 연간 6억5600만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했으며, 토탈은 4억5800만톤을 배출했다. 호주가 지난해 5억3000만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 것을 비교하면 두 회사의 배출량이 얼마나 많은지 짐작할 수 있다.  

버틀러 연구원은 “이들이 배출 제로 에너지에 투자를 늘리고 화석연료에 투자를 줄이기 않으면 배출 넷 제로는 의미 없는 불가능한 목표”라고 비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쉘과 토탈은 최근 몇 년간 에너지 산업계에서 재생에너지에 상당한 투자를 이끈 회사로 꼽히고 있다. 토탈은 2019년 재생에너지 용량을 3GW에서 6.6GW로 확대 개발 중이며, 2023년까지 4.6GW를 추가할 계획이다. 쉘은 지난해 에너지 대기업들 가운데 가장 많은 재생에너지 거래를 성사시키기도 했다. 

IEEFA는 스페인 에너지대기업 이베르드롤라(Iberdrola)와 미국의 넥스트에라(NextEra), 덴마크 회사인 오스테드(Orsted)의 에너지 전환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베르드롤라는 2022년까지 재생에너지에 340억 유로를 투자한다고 약속했다. 이 후 이베르드롤라 주가는 지난 2년간 54% 상승했다. 같은 기간 토탈의 주가는 35%, 셸은 53% 하락했다. 

조민영 기자 myjo@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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