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욱 이투뉴스 발행인

[이투뉴스 사설] 중부와 남부지방을 오가며 뿌려대는 집중호우로 사망 실종자가 수십명에 달하고 이재민도 수천명에 이르는 등 피해가 점차 커지고 있다. 해마다 장마는 7월 하순쯤에 끝내고 7월말부터 8월 중순 사이에는 불볕더위가 계속 되는 것이 우리나라의 기후였다. 

그러나 올해는 기상청 뿐 아니라 세계적인 전망기관의 예상을 비웃기라도 하듯 7월말부터 8월초까지 2주간 지루한 장마가 한반도를 덮고 있다.

기상청은 앞서 5월 발표한 올 여름 전망에서 6~8월 기온이 평년의 23.6도 보다 0.5~1.5도, 지난해(24.1도) 보다는 0.5~1도 더 높을 것이라고 예상하면서 무더위의 절정은 7월말에서 8월 중순 사이로 예보했다. 미국의 국립해양대기청(NOAA)도 폭염보고서에서 금년이 가장 기온이 높은 상위 10개 해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처럼 폭염이 예고됐으나 7월은 결과적으로 선선한 한달이었다. 특히 서울은 하루 최고기온이 33도 이상인 폭염과 최저기온이 25도 이상인 열대야가 단 하루도 발생하지 않았다. 중기전망과 달리 기록적인 폭우가 내리면서 홍수와 산사태가 곳곳에서 일어나고 가뭄과 더불어 농작물이 극심한 피해를 입어 채솟값이 폭등한 상태. 

전문가들은 기상이변에 대해 지구의 기온이 높아지면서 대기가 머금을 수 있는 수증기 양이 많아진데다 지표면은 대기 중으로 수분을 뺏겨 더욱 건조해지면서 집중호우와 가뭄 발생 위험이 동시에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같은 기후변화는 비단 한반도만의 문제가 아니다. 중국은 남부지방 홍수가 6월초부터 7월말까지 27개 지역에서 발생해 수재민만도 우리나라 인구를 넘어선 5481만명이 발생했고 싼샤댐의 수위가 댐 건설 이후 최고치에 육박했다는 소식이다.

북극권에 속해 서늘한 지역에 속하는 시베리아 역시 이상고온으로 곳곳에서 큰 산불이 나 6만7913헥타르 규모의 산림이 피해를 봤다. 시베리아의 평균기온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5월까지 1979년 이래 가장 높았다고 외신이 전했다.

한반도를 비롯한 세계적인 기상이변은 그동안 누누이 지적된 대로 지구온난화로 인한 폭염과 폭우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다. 기상청과 환경부가 공동으로 발간한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 2020’에 따르면 한국의 연평균 기온은 1980년대 12.2도에서 1990년대 12.6도, 2000년대 12.8도, 2011~2017년 13도로 꾸준히 오르고 있다.

기후변화가 극심해지면서 기상이변이 지속되는데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대로 기후변화 속도를 늦추기 위한 국제적 노력은 소걸음을 걷고 있는 상태. 발등의 불로 떨어진 기상이변을 막기 위한 글로벌 노력에 우리나라도 적극 참여하는 것만이 지구의 생태계를 살리고 인류를 재앙에서 구원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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