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서 추진계획 보고
시민단체 "경주지역 의견수렴 조작 진상 규명"

[이투뉴스] 정부가 포화 직전의 월성원전 고준위 핵폐기물 임시저장시설(맥스터)을 결국 증설하기로 했다. 월성원전 지역실행기구 시민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찬성' 비율이 높았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재검토위원회 운영이 파행을 거듭한데다 시민단체가 공론조작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어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일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112회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 '월성원전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 증설 추진계획'을 보고했다. 이에 대해 정 총리는 "월성원전 내 임시저장시설 수용능력이 2022년 포화 상태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며 "월성원전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 확충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재검토위원회와 지역실행기구는 재검토준비단 건의를 바탕으로 위원회 의결과 전문가 검토를 거쳐 지난 4월부터 증설여부에 대한 지역사회 의견을 수렴했다. 지난달 24일 공개된 시민참여단 최종 설문결과에 의하면 참가자 145명 중 81.4%가 맥스터 증설에 '찬성'했고 11.0%는 '반대'했다. '모르겠다'는 응답은 7.6%로 나타났다. 

산업부는 6월말 오리엔테이션 이후 3주간 숙의학습과 종합토론회를 거치면서 '찬성'은 58.6%에서 81.4%까지 증가한 반면 '모르겠다'는 응답은 33.1%에서 7.6%로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숙의학습을 통해 충분한 정보를 얻고, 이해도가 높아져 명확한 의사를 형성했다는 설명이다. 재검토위와 지역실행기구는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한 결과설명회를 개최하고, 향후 독립된 검증위원회 검증결과도 공개한다는 계획이다.

산업부는 "맥스터 증설에 대한 수용성 높은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추가의견을 청취한 결과 의견수렴절차에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과 지역지원 확대 필요성 및 조속한 임시저장시설 착공이 필요하다는 주장 등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며 "정부는 81.4% 주민이 찬성했고 임시저장시설 증설을 추진키로 한 바, 이 결과를 경주시에 한수원에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정부는 "정부와 재검토위원회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의견수렴 과정에 맥스터 증설에 반대하는 시민사회계의 참여를 충분하게 이끌어내지 못한 점은 지속적으로 보완해야 할 과제"라며 "향후 진행될 법령정비 관련 전문가 의견수렴 과정에서 이해관계자 소통과 설득 노력을 지속해 수용성 높은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정부의 이번 결정에 따라 한수원은 빠르면 이달 중 맥스터 증설공사에 착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3월말 기준 월성원전 맥스터 포화율은 95.3%로 오는 2022년 3월 완전 포화돼 더 이상 핵폐기물 저장이 어렵다는 게 한수원 설명이다.

하지만 시민단체는 "경주지역 의견수렴이 조작됐다는 정황증거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며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양남면 주민 150여명의 경우 이날 세종시 정부종합청사에서 공론조작 진상규명과 공론화 무효를 촉구하는 항의집회를 열기도 했다. 

경주환경운동연합 등 21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월성원전 핵쓰레기장 추가건설 반대 경주시민대책위는 이날 규탄 성명서에서 "맥스터 반대 여론이 가장 높은 양남면에서 맥스터 찬성이 가장 높게 나오는 불가사의한 공론결과를 과연 누가 수긍하겠냐"면서 "민관합동 진상조사에 빨리 착수해야 하며, 공론조작이 사실로 밝혀지면 의견수렴은 무효가 되고 맥스터를 지금 건설하면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들 단체는 "정 총리는 시원한 회의실에서 맥스터 건설을 강조할 것이 아니라 세종시로 달려가 양남면 주민들의 폭염속 절규를 귀담아들었어야 했다"며 "맥스터 건설을 유보하고 공론조작 진상조사에 즉각 착수하길 바란다. 총리가 지켜야 할 것은 핵산업계 이익이 아니라 우리사회 민주주의 근본 가치"라고 성토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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