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35년 경력 美 전력산업 전문가 시오샨시 대표
"소매 전력가격 도매가와 연동 수요탄력성 확보해야"

▲페레이둔 시오샨시 Menlo Energy Economics CEO
▲페레이둔 시오샨시 Menlo Energy Economics CEO

[이투뉴스] 페레이둔 시오샨시 멘로에너지이코노믹스(Menlo Energy Economics) 대표<사진>는 “캘리포니아 정전사고는 CAISO(캘리포니아계통운영기관)가 극심한 기후이변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경고신호”라고 말했다. 캘리포니아 사례를 통해 한국이 어떤 시사점을 얻을 수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다. 캘리포니아 순환정전의 원인을 놓고 국내서 갑론을박이 벌어지는 가운데 본지가 35년 경력의 현지 전력 전문가과 이메일 인터뷰를 했다. 시오샨시 대표(박사)는 미국 발전사와 전력기업, 에너지다소비산업체, 스타트업 기업 등에 컨설팅을 제공하는 멘로에너지이코노믹스사(社) 대표이자 베테랑 산업 전문가다. 미국전력연구소(EPRI)와 남부캘리포니아에디슨(SCE), 국가경제연구협의회(NERA) 등에서 근무했고, 2006년부터 발전·전력산업 모델에 관한 13권의 저서를 펴냈다. 그는 “우리 과제는 일몰 이후 태양광을 무엇으로 대체할 것인가이다. 더 많은 풍력과 지열 바이오매스, 에너지저장장치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 폭염과 산불이 캘리포니아를 뒤덮고 있다

“상황이 좋지 않다. 빠른 기후변화로 매년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 캘리포니아를 포함한 서부 주들의 기온이 상승하고 있고, 더 건조해져 심각한 산불기간이 길어지고 있다.”

- 최근 정전사태의 발단과 배경에 대해 설명해 달라

“최근 극심한 폭염이 미국 서부를 강타했다. 냉방설비 이용이 늘면서 급증한 전력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CAISO가 14일 전력회사들에게 순환정전을 지시했다. 다음날(15일)에도 같은 사태가 벌어졌다."

- 순환 정전으로 피해를 입은 가구수는?

“CAISO는 전력망이 완전히 붕괴하는 것을 막기 위해 주(州)내 3개 대형 전력회사인 PG&E, SCE, 샌디에고가스·전력(SDG&E)사 등에 41만 가구와 사업장 단전을 지시했다. 정전시간은 줄었지만 두 번째 순환정전 때는 20만명 이상이 전기를 공급받지 못했다. 전력회사들은 이번 정전이 ‘CAISO 잘못’이라고 소비자들에게 알렸다.”

- 이번 사태는 한국서도 큰 관심사다. 원인에 대해선 해석이 갈린다. 태양광 비중이 높아서다, CAISO가 대비하지 않았다 등등. 본인의 견해는?

“캘리포니아는 2045년까지 재생에너지 100% 달성을 요구하는 ‘상원법100’ 법안을 통과시켰다. 제리 브라운 전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2045년까지 탄소중립으로 경제를 전환한다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화석연료에서 재생에너지, 주로 태양광으로 상당한 전환이 이뤄졌다. 풍부한 일조량과 태양광 단가하락도 빠른 에너지전환에 일조했다. 하지만 태양광은 일몰 이후 발전하지 못한다. CAISO는 이 문제를 2012년 ‘덕커브(Duck Curve)’로 명명해 관심을 가졌다. 덕커브는 순수요(Net load)를 지칭하며, 이는 태양광 공급분만큼 수요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난다. 덕커브 문제는 전력수요 피크가 발생하는 시간대인 일몰 이후 순수요 공백을 채워야 하는 것이다. 덕 커브의 목 부분에 해당한다. CAISO는 대개 이 공백을 가스발전으로 채우거나 인근 다른 주에서 전력을 사들여 메웠다. 그러나 이달 14일과 15일은 폭염으로 전력수요 피크를 맞추는데 필요한 전력이 충분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은 정전 이후 일주일간 위태롭게 계속됐다. 정전발생 이틀 뒤인 17일에도 예비력이 피크수요의 3.1%인 1540MW에 불과했다. 이날 예상 피크수요는 49.5GW, 역대 CAISO 피크전력은 2006년 7월 25일에 기록된 50.2GW이다. 전력공급 부족에는 여러 원인들이 제기되고 있다. 개빈 뉴섬 주지사는 왜 이런 사태가 발생했는지 조사를 요구한 상태다.”

- 캘리포니아 발전원 구성비와 최근 두드러진 변화는?

“평상시 캘리포니아는 재생에너지 발전에 상당량을 의존하고 있다. 27일 오후 1시 10분 기준 재생에너지 공급비중은 35%(12GW)에 달한다. 이중 10GW는 태양광이다. 이달 10일 기준 캘리포니아 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은 태양광 13.4GW, 풍력 7.0GW, 소형수력 1.3GW, 지열 1.5GW, 바이오 0.9GW 등 24GW이다. 다만 우리 과제는 일몰 이후 태양광 발전량을 어떤 것으로 대체할 것인가이다. 캘리포니아는 더 많은 풍력과, 지열, 수력, 바이오매스, 바이오가스, 에너지저장시설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일각에서는 재생에너지 출력변화를 상쇄할 가스발전소가 부족해 이번 정전사태가 초래됐다는 해석도 있다. 

“캘리포니아주는 2045년까지 100% 재생에너지 공급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남아 있는 가스발전소를 점차 폐쇄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이를 언제, 어떻게 진행할지 논의 중이다. 사실 피크수요를 감당하는 가스발전소 전부를 폐지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도 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무엇이 이를 대체할 수 있을까. 에너지저장? 수요반응? 이 문제는 최근 정전·산불 사태와 맞물려 활발한 논쟁거리다.”

- 북미 전력시장에서 PG&E와 같은 전력회사 사정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어려움과 돌파구는 무엇인가

“미국 전력회사들이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것은 맞다. 캘리포니아 3개 대형 투자자 소유 전력사들(IOUs)은 1998년 구조조정 당시 거의 모든 화석연료 발전사업을 처분하라는 압력을 받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 회사들은 대부분 ‘전봇대와 전선회사’가 되어가고 있다. 정부의 규제를 받는 송전과 배전(T&D) 자산만을 유지하면서다. 그런데 송배전 사업을 운영하는 것이 그렇게 나쁜 것만은 아니다. 위험이 낮고 예측가능한 사업이다. 그러나 최근 발생한 산불들로 이 사업이 위험하고 예상하기 어려워졌다. 그로 인해 최근 PG&E가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내 생각에는 이 회사들이 송배전사업에 중점을 두고 산불위험을 잘 관리한다면 예측가능하며 리스크가 낮은 수익을 낼 수 있다고 본다.”

- 캘리포니아는 에너지전환을 추진하는 한국을 비롯해 많은 나라들의 롤모델로 여겨져 왔기에 이번 정전사태가 큰 관심사다. 교훈과 시사점은 무엇인가.

“캘리포니아는 재생에너지의 선두주자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위험 요소와 여러 해결해야 할 난제들도 함께 갖고 있다. 2000년과 2001년 전력위기를 경험하고 이를 극복하는데 수년을 보냈다. 최근 정전사고는 CAISO가 극심한 기후 이변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경고 신호와도 같다. 사실 이는 매우 복잡한 문제다. 캘리포니아는 용량시장(Capacity market)을 갖고 있지 않다. 대신 피크수요를 맞추기 위해 자원적정성(Resource Adequacy)으로 부르는 규제 메커니즘에 의존하고 있다. 이번 정전사태는 이 메커니즘이 폭염기간 동안은 충분한 전력을 공급하지 못함을 시사하고 있다. 현재 CAISO는 발전시설을 소유하거나 운영하지 않는다. 자원 적정성을 관리하지도 않는다. 이는 캘리포니아 공공전력위원회(CPUC)라는 규제단체 몫이다. 나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조사가 자원적정성의 문제를 찾아낼 것이라고 본다. 그에 따라 자원 적정성을 규제로 보완할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에너지저장시설 확충과 전력 소매가격을 도매가격과 연동시켜 수요탄력성을 확보해야 한다. 이용시간에 따라 가격을 달리하는 가변적 가격 책정이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본다.

조민영 기자 myjo@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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