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럽서 전력사업 및 전기차전력 거래 승인

[이투뉴스] 세계 최대 재생에너지 생산국인 독일의 전력기업들이 화석연료와 원자력 퇴출로 재정난을 호소하는 가운데 미국 전기차 제조사인 테슬라가 자본력을 앞세워 현지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독일은 이미 20년전 전력시장을 경쟁체제로 전환, 소비자들에게 안정적으로 전기를 공급하고 규제를 준수하는 사업자라면 누구나 시장진입을 허용하고 있다.

<로이터> 통신 등 현지 언론보도에 따르면 테슬라는 최근 서유럽 전역에서 자동차 제조사의 전력거래를 허가받았다. 이와 관련 테슬라는 소비자 여론조사를 벌여 전력공급기업을 바꿀 의향이 있는지, 테슬라 차량의 충전시간 등을 회사에 위탁할 것인지 등을 물었다고 한다. 직접 전력공급과 거래까지 도맡아 BMW나 아우디, 폭스바겐 등의 경쟁 전기차보다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테슬라는 이미 태양광과 가정용 배터리저장시스템(ESS)을 판매하고 있다. 전력을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고 가정용ESS와 자사 전기차를 이용해 전력망 서비스까지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만약 테슬라가 소비자들의 충전권한까지 확보하게 된다면 전력피크 시간을 피해 값싸게 충전하고 필요에 따라 전기차 충전전력을 계통에 방전해 수급균형을 맞출 수도 있다.

이미 쉘사의 자회사 소넨(Sonnen) 등이 독일에서 이와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테슬라의 독일 전력산업 진출은 전기차 모빌리티 서비스에 투자하고 있는 바텐폴과 EnBW 등 전력회사와의 경쟁을 심화시킬 전망이다. RWE와 E.ON 등은 화석연료나 원자력발전소 폐쇄로 인한 비용을 새 서비스로 넘길 가능성도 엿보고 있다.

◆독일의 에너지 산업 현황은
독일은 현재 전력소비량의 53%를 풍력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고 있다. 지난 1년간 재생에너지 발전량의 40~60%가 최종 소비자에게 공급되었다. 900개 전력회사가 송전을 운영하고 있으며, 소비자들은 1350개 전력기업 가운데 선택해 전력을 소비한다. 독일의 전력 도매거래는 중개상을 통하거나 EEX거래소와 같은 시장기관을 통해 이뤄진다.

전력거래는 두 단계 시스템으로 이루어져 있다. 주로 화석연료 발전에 대한 변동성 가격과 녹색전력에 대한 고정 발전거래 가격이 따로 책정된다. 고정 발전가격 시스템은 정부 보조금 삭감으로 그 의존도가 많이 낮아졌다. 수만개 재생에너지 발전소들이 맺었던 20년 고정가격 계약은 내년부터 만료될 예정이다.   

RWE는 독일에서 가장 큰 발전사로 재생에너지 사업을 빠르게 확대시켰다. 석탄 발전소 폐쇄를 앞장서 진행했고, 유럽과 북미에 사업장을 건설하고 있다. 사업 확대를 위해 회사는 20억 유로규모의 주식을 추가 발행했다. 난방과 가스, 배전, 도매전력회사인 바텐폴(Vattenfall)은 갈탄 사업 부문을 체코 경쟁사에게 팔아 넘기기도 했다.

독일은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자력 퇴출을 가속화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모든 원자로는 2022년까지 문을 닫는다.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65%로 높이기 위해 석탄화력 폐쇄도 서두르고 있다. 원전과 석탄퇴출 계획은 유권자 대부분의 지지를 받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독일은 재생에너지의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경쟁체제를 도입했다. 그러나 전력망 확대가 재생에너지 확대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 그럼에도 독일은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 80% 목표를 향하고 있다. 가스부문은 단계적으로 재생에너지로 생산되는 그린수소로 대체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독일은 자동 전력거래 시스템을 갖춰 공급과 수요를 맞추고 전력망과 ‘프로슈머’ 사이의 흐름을 안정화 시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프로슈머는 지붕에 설치한 태양광으로 전력을 생산·소비하고 남은 전력을 전력망에 팔 수 있는 소비자와 생산자를 일컫는 말이다. 이를 위한 배터리 설치와 확대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도매시장의 녹색 전력에 대한 쌍방구매계약(PPA)도 독일 거래소에서 새로 검토되고 있다. 다만 정부 보조금 지원이 줄면서 재생에너지 확대 속도가 다소 더뎌지고 있다. 투자사들이 사업을 통한 안정적 수익 회수에 의문을 제기하면서다. 배전망 확대가 계획보다 지체되고 있는 것도 이유다. 가정마다 스마트계량기를 설치하는데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존 전력회사 투자자들은 기술적 위험 요소와 원자력, 석탄 발전소 조기 폐쇄에 의한 자본 손실을 내심 우려하고 있다. 독일 전력산업은 이번 테슬라 시장 진입이 전력망 문제와 뒤처진 IT시스템으로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기존 업자들은 시장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며, 일반 소비자들은 개인정보보호를 이유로 테슬라를 경계할 것이란 분석이다.  

이 때문에 테슬라의 독일 진출은 단독이 아닌 현지 기업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조민영 기자 myjo@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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