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에만 올인, 열에너지 푸대접이 시장왜곡의 한축”
[기획연재②] 분산에너지시대의 집단에너지 발전방향

[기획연재①] “기득권 타파 없이는 분산에너지 확대 요원”
[이투뉴스] “2017년 집단에너지사업을 분산형 전원으로 명기하는 내용의 법 개정이 이뤄졌다. 심지어 상징성이 큰 집단에너지사업법 제1조에 그 내용을 담았다. 하지만 대다수 중소형 사업자가 만성적자에 신음하는 등 달라진 것은 하나도 없다. 시장여건이 안된다며 시간만 끌고 있고, 심지어 ‘특혜’라서 제도개선을 할 수 없다는 말이 아직도 나온다. 법을 바꾼 것은 ‘쇼’라는 얘기인지, 아니면 딴 길을 가겠다는 의미인지 알 수가 없다”

수도권의 한 집단에너지업체 CEO는 집단에너지를 분산전원으로 명시한 집단에너지사업법 개정을 거론하며 울분을 토했다. 법 조항에만 관련 내용을 넣었을 뿐 이에 대한 정부의 액션이 전혀 없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전력시장제도 개선을 통해 분산전원 활성화에 나서겠다는 계획만 내세운 채 실행을 위한 정책을 내놓지 않고 있는 전력당국에 화살을 돌렸다.

분산전원 활성화 방안은 정부가 주요 에너지계획을 내놓을 때마다 빠지지 않는 단골메뉴다. 중앙집중형 전력공급시스템이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판단 아래 분산형 전원을 늘려 이를 해소해 나가겠다는 의도다. 보급목표도 점차 늘려 2040년까지 발전비중을 30%(3차 에너지기본계획)로 확대한다는 목표까지 내놨다.

하지만 여전하다. 지역신호를 제공, 분산전원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수차례의 약속 중 무부하비용 일부를 준 것을 제외하고는 달라진 것이 거의 없다. 송전설비 회피편익을 비롯해 송전손실 절감, 전력계통 안정, 환경오염 감소 등 수많은 분산전원 편익 중 제대로 시장 또는 정산 비용에 반영되는 항목이 거의 없다. 그냥 조금씩 흉내만 내고 있다는 표현이 적절할 정도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3차 에기본에서 다시 분산전원 활성화를 외친 후 분산전원을 분산에너지로 이름을 바꾸는 모양새다. 40MW 이하 소규모 전원 중 재생에너지를 비롯해 에너지저장장치(ESS), 수요반응자원, 마이크로그리드, 복수의 분산전원을 ICT로 관리·제어하는 집합체(VPP), 전력과 비전력부문(가스, 열) 연계설비 등으로 확대하기 위해서다. 물론 전통적인 집단에너지사업자와 구역전기사업자, 자가발전사업자가 보유한 500MW 이하의 발전설비도 포함시켰다.

갈수록 한계상황을 맞고 있는 중앙집중형 전원공급시스템을 탈피하기 위한 분산에너지 확대 보급은 당연한 수순이며 빠를수록 좋다. 그런 만큼 지금까지 별것 아닌 것으로 치부했던 재생에너지와 소규모 분산자원이 분산에너지로 당당히 자리 잡을 수 있도록 관련 생태계를 조성하는 정책은 반드시 필요하다. 정부가 아직은 미약한 소규모 분산자원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책을 준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중장기적으로 다양한 분산자원을 키우는 노력과 함께 가장 빠르고 비용효율적으로 분산에너지를 늘릴 수 있는 집단에너지와 구역전기사업 활성화가 우선돼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변동성 확대와 전력계통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선 당장 실효적인 수단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전기와 열, 재생에너지, 미활용에너지까지 종합적인 공급망과 관련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는 측면에서 다양한 분산자원을 모두 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분산에너지 확대, 실효적 수단은 집단에너지

▲열병합발전의 높은 에너지이용효율(한국에지공단)
▲한국에너지공단

대규모 공동주택에 전기와 열을 공급하는 지역난방과 산업단지 및 공단 등에 전기와 스팀을 공급하는 산업단지 열병합발전 등 집단에너지는 모든 전문가가 인정하는 대표적인 분산에너지다. 여기에 분산형 집단에너지라 할 수 있는 구역전기의 경우 전기를 직판, 독자적인 전력그리드까지 갖추고 있다. 이들은 수요처 인근에 있어 송배전시설을 최소화할 수 있는데다 전기와 열을 동시에 생산·공급, 개별 생산시설에 비해 에너지이용효율이 25% 이상 높다. 여기에 집합시설 및 통합관리로 환경오염물질 및 온실가스 배출을 저감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특히 자가발전에 대한 발전비중 및 공급계획이 갈수록 축소(7차 전력수급계획 3.2%→8차 1.1%)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단시일 내 분산전원 비중을 끌어올릴 수 있는 수단은 집단에너지가 유일하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재생에너지 역시 지속적으로 늘어나지만 수요지 인근에 설치돼 실질적인 분산전원 역할을 할 수 있는 발전량이 크지 않다. 가상발전소(VPP)를 필두로 한 소규모 분산자원 역시 제 역할을 할 수 있게 되려면 상당한 기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수소연료전지가 유일하게 역할을 할 수 있지만, 천연가스를 개질해 사용한다는 원죄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분산전원 보급 목표
▲분산전원 보급 목표

실제 수도권을 비롯한 수요처 인근에는 풍력발전 프로젝트를 찾기 어려운 것은 물론 태양광발전도 설치할 수 있는 곳이 제한적이다. 이는 북쪽으로 올라올수록 일사량이 상대적으로 부족한데다 토지비 등도 높아 사업추진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태양광발전 균등화 발전원가(LCOE)를 보면 남부지방에서 북부지방으로 올라갈수록, 대도시에 가까울수록 비용이 많이 소요된다. 물론 정부가 이를 감안한 태양광 지원정책을 준비 중이나 분산에너지 확대를 위한 효과적인 수단이 되기에는 아직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이처럼 집단에너지가 분산에너지 활성화를 위한 선두주자로 평가되고 있지만, 현실은 열악하다 못해 처참할 지경이다. 소수의 대형 선도업체 및 산업단지 열병합발전을 제외한 대다수 사업자들이 만성적자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향후 전력 및 에너지시장 변화의 핵심역할을 할 수 있는 구역전기사업자의 경우 독자생존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모기업에 기대 하루하루 버텨가는 상황이다.

지역냉난방부문 집단에너지사업이 어려운 것은 맡고 있는 역할이나 책임에 비해 뒤틀린 시장구조로 인해 제대로 된 보상을 받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분산전원이 제공하는 편익은 인정하면서도 이를 가격에 반영하는 수단을 만드는데 인색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에너지전문가들은 이 문제가 해결되지 못하면 정부가 추진하는 분산에너지 활성화 역시 물거품이 될 것이라며 빠른 인식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집단에너지에 대한 푸대접이 전력 중심의 에너지정책에 따른 폐해라는 지적도 많다. 최종에너지의 30%를 차지하는 열에너지를 무시한 채 전력산업 및 전력중심의 재생에너지 정책만 강조되고 있다는 것이다. RPS(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와 같이 논의되던 RHO(신재생 열에너지 공급의무화)가 어느 순간 사라진 것이 방증한다. 전기 위주의 정책구조는 그들만의 기득권 세력을 양성했고, 이들이 다른 업종과 신사업을 견제하는 빈곤의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방법론은 이미 나왔다…빠른 적용 시급
집단에너지업계는 세부적인 방법론에 대해 이미 전력당국이 전력수급기본계획 등을 통해서 정책방향을 명시한 만큼 이를 실행하는 것이 무엇보다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실제 산업부는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통해 ▶열병합발전의 공익적 가치(에너지효율 향상, 분산편익 등)를 제도적으로 보상하는 방안 마련 ▶수요지 인근에 위치하고 친환경 연료를 사용하는 발전기에 대한 용량요금(CP) 차등 보상을 확대하겠다고 천명한 바 있다. 여기에 필요한 경우 전력기반기금을 활성화 재원으로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약속까지 한 상태다.

결국 친환경 전원이자 대표적인 분산전원인 집단에너지에 대한 용량요금 현실화 및 지역신호 강화(환경기여도 확대, 지역계수 차등강화, 열병합 예비력 기준용량가격 개설, 별도 분산계수 도입)가 언제 어떠한 방식으로 이뤄질지가 관건이다. 전체적으로 송전손실계수 개념을 확장해 송전손실뿐 아니라 송변전설비 건설회비, 송전혼잡 저감 등 시장에 참여한 모든 발전기의 편익 및 비용을 공정히 평가, 발전원가와 분산편익이 조화를 이루는 것도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Min(SMP, 증분비)+무부하비(50%)’로 된 열병합발전 정산체계에 대한 불만도 여전하다. 실비용은 모드 1을 적용하고, 정산은 모드 3를 조건으로 페널티를 적용하는 것은 물론 시장가격은 TLF(송전손실계수)를 적용하면서도 증분비, 무부하비는 적용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밖에 중장기적으로 개별소비세 면세 및 배출권 할당 우대를 비롯해 대체에너지 공급의무제도(AEPS)나 에너지효율향상의무제도(EERS)를 활용한 인센티브 지급 등 집단에너지 가치를 인정하는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에너지전환을 가장 성공적으로 수행해 나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독일은 이미 온실가스 감축의 주요수단으로 열병합발전을 인정, kWh당 37원 가량의 보조금 지급하고 있다. 미국 역시 대체방식(전기·열 개별공급)보다 열병합발전기가 절감한 연료량을 기준으로 별도의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이처럼 선진국은 집단에너지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단순 경제성 논리’가 아닌 ‘정책달성을 위한 방안’ 개념으로 접근한다는 점에서 우리와 대비된다.

구역전기에 대한 각종 규제도 철폐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먼저 구역전기사업자가 운용 중인 열병합발전기가 예비력 역할도 수행하는 만큼 고정비 회수가 가능하도록 차등 없이 용량요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는 20MW 이상의 전력수요를 초과하는 용량에만 CP를 주고 있다. 더불어 현재 3∼11월로 한정된 전력거래를 연중 가능하도록 풀어줘야 한다는 데에도 의견이 일치한다. 동일한 재화인 전력을 거래함에 있어 명확하지 않은 이유로 한전과 구역전기사업자 간 거래조건을 차별 적용하는 것은 과도한 규제라는 이유에서다.

집단에너지와 구역전기사업자는 일정구역 내 소비자에게 전기와 열을 모두 공급할 수 있다. 또 폐기물 소각열과 공정열 등 미활용 열원도 커버하며, 구역전기사업은 전기까지 직판한다. 도시가스업체가 운영하는 사업장도 많은 만큼 가스까지 소비자가 원하는 모든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는 기초여건도 갖추고 있다. 여기에 신재생을 통해 나오는 전기와 열까지 집단에너지는 모두 수용할 수 있다. 사실상의 독립적인 에너지그리드를 갖출 수 있는 최상의 조건을 갖춘 셈이다.

구역전기를 포함한 집단에너지의 포용력은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분산에너지 활성화는 물론 에너지프로슈머 양성 등 에너지신산업의 플랫폼으로서 맞춤역할이 가능하다고 업계는 강조한다. 현재는 전기와 가스, 재생에너지 사이에서 시달리는 ‘낀 산업’이지만, 미래에너지가 요구하는 어떠한 에너지든 모두 접목이 가능한 ‘컨버전스 에너지’로 변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에너지원별 칸막이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발상이 이뤄져야만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이 태동, 육성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정부가 이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오는 이유다.

집단에너지사업자들 역시 과도한 정부의존적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원가절감과 지속적인 투자를 통한 경쟁력 확보에 힘쓰기보다 정부 보조와 지원정책에 목매는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소규모 아일랜드 형태의 사업구조에서 벗어나지 않고선 독자적인 경쟁력 확보가 요원한 만큼 인수·합병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수 있도록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여기에 전기와 열공급에만 안주하는 것이 아닌 다양한 분산자원 및 신재생에너지와의 사업접목 노력 역시 절실한 상황이다.

분산전원 연구경험이 많은 한 관계자는 “정부가 분산에너지를 비롯한 에너지산업의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고자 한다면 최적의 플랫폼은 바로 구역전기를 포함한 집단에너지”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현재의 전력인프라를 최대한 활용 해야겠지만, 모든 것을 기득권 세력에 맡겨 기존 그리드로 몰아줄 경우 독자적인 사업모델과 경쟁력을 갖춰나가기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속담을 새겨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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