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산전원, ICT 융합기술 통해 에너지신산업 대표로 부상
실시간 데이터 분석 통한 정확한 생산-소비 예측이 관건

[이투뉴스] 재생에너지 보급이 확대되면서 분산화와 정보통신기술(ICT) 활용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가상발전소(VPP)는 재생에너지 분산화와 정보통신기술을 모두 담은 기술로 중요한 에너지신산업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미국, 독일 등 주요국가에서도 VPP를 주목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KT, 한화큐셀 등 주요 기업에서 VPP의 가능성을 엿보고 사업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분산전력 통합관리…소비전력 예측해 안정적인 전력공급 가능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는 VPP를 발전설비와 전력수요를 클라우드 기반 소프트웨어로 통합관리하는 가상발전소라고 정의하고 있다. 컴퓨터의 클라우드 저장시스템처럼 발전소가 건설돼 있지 않지만 전력을 판매할 수 있는 발전자원이 가상발전소다. 이를 활용해 분산돼있는 자원을 묶은 후 이것을 하나의 발전소처럼 관리 및 운영한다.

전력시장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ICT기술과 자원을 운영할 수 있도록 전력거래를 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VPP가 각광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는 발전소 하나에 송배전이 집중돼 있어서 비효율적인 상황이 나오고 있다. 특히 한 지역에서 소비전력을 항상 최대치로 준비하고 있다면 효율이 오히려 떨어질 수 있다. VPP는 효율적인 에너지소비를 위해 지역이 소비하는 전력을 예측해 안정적으로 전력공급을 이룰 수 있다.

VPP 안에서 전력 소비자들은 전기를 싼 값에 구매하고 남는 전기를 판매할 수 있다. 지역에서 생산된 에너지를 지역에서 소비하면 계통부담이 줄어들고 분산자원 통합 관리 및 제어가 가능해 네트워크 안전성도 높일 수 있다. 이를 기반으로 전력 소매시장에서도 VPP를 활용할 수 있다.

VPP가 효과적으로 작동하게 되면 전력계통 운영자와 가정, 관련기업 모두 이익을 볼 수 있다. 전력계통 운영자는 매년 신규발전소를 건설하거나 전력계통을 관리하는 부담을 줄일 수 있다. 각 가정은 가정에서 생산하거나 보관된 전기를 팔아서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이외에도 VPP 규모가 더 커지고 활성화되면 발전소 건설비용 감소와 함께 탄소배출량도 줄어들어 환경문제 해결도 기대된다.

전문가들은 전세계 2000조원 이상으로 추정되는 에너지소매시장에서 온실가스 배출이 없는 신재생에너지로 확대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보고 있다. 여기에 개인과 기업, 지역정부 등이 주체가 되는 분산형발전이 확산되고 ICT가 결합하면서 에너지시장 패러다임이 바뀔 것으로 예측된다.

▲VPP 전력공급 및 수요 개념도.(제공=솔라커넥트)
▲VPP 전력공급 및 수요 개념도.(제공=솔라커넥트)

◆KT, 한화 등 국내 기업들도 VPP 사업 진출
KT, 한화큐셀 등 국내 기업들도 VPP의 가능성을 보고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KT는 지난해 에너지 통합관제 플랫폼 KT-MEG을 기반으로 소규모전력중개서비스 기가에너지 트레이드(GiGA energy trade)를 출시했다. KT-MEG은 AI 분석엔진인 ‘e-브레인’을 탑재해 에너지관제뿐만 아니라 진단-예측-최적제어가 가능하며 생산-소비-거래 등 전 분야 통합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다. KT는 이를 활용해 전력중개사업의 핵심인 재생에너지자원 집합발전량 예측 서비스를 제공하고 향후 지능형 VPP 사업자로 진화한다는 구상이다.

업계 관계자는 “KT는 통신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어 인력을 용이하게 활용해 에너지인프라로 접근이 가능하다”며 “통신사가 에너지시장에 접근하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화큐셀 역시 기존 태양광 셀·모듈 중심 제조업에서 빅데이터와 AI 등을 활용한 4차산업기반 미래형 에너지사업자로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미국 소프트웨어 업체인 그로윙 에너지 랩스(GELI·젤리) 지분 100%를 인수하는 계약을 맺었다. 젤리는 데이터 분석 기술을 통해 상업용 태양광발전설비와 에너지저장장치(ESS)를 제어하는 에너지관리시스템(EMS)을 자체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한화큐셀은 젤리 인수로 수익성이 높은 분산형에너지 솔루션시장에 진출할 발판을 마련했다. 사용자 전력사용 데이터를 수집한 뒤 젤리가 자체 개발한 AI 기술로 사용패턴을 분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사용자 입장에선 가장 효율적인 요금 체계를 선택할 수 있고, 태양광으로 생산한 전력을 사용하다 남으면 다른 사용자에게 판매할 수도 있다.

◆국내시장에 섣불리 진출하기엔 한계 존재
VPP가 국내외에서 주목을 받고 있지만 이를 포함한 소규모 전력중개가 아직 국내에 활성화 됐다고 할 수 없다. 2018년 12월 열린 녹색전력시장 창출 토론회에서 전력거래소 관계자는 소규모 전력중개시장 활성화를 위해 향후 3단계에 걸쳐 고도화에 나선다는 방침을 밝혔다.

1단계에서 전력중개시장은 중개사업자가 소규모 신재생설비 소유자에게 유지보수, 운영, 전력거래서비스를 제공하고 설비이용률을 높이는데 초점을 맞춘다.

2단계는 신재생 간헐성에 대응한 자원조합 및 예측력 확대에 집중한다. 전력중개사업자가 태양광, 풍력, ESS 등 설비조합을 통해 신재생발전 출력 변화양상을 부드럽게 하고 기상예측시스템을 통한 발전출력 예측성을 높여 수익을 얻을 수 있게 하는 계획이다. 마지막 3단계에서 소규모 전력거래시장에 ICT기술을 활용해 VPP 모델을 구축한다.

현재 국내 전력중개시장 제도 고도화 방안은 1단계에 해당한다. ICT를 이용한 VPP를 활성화하기 전에 소규모자원 출력변동성에 대응하고 예측력을 강화하는 단계에 진입하지 못했다. 현행제도로는 전력자원보유자를 모집해 운영·관리 서비스와 전력거래를 대행하기엔 초보적인 수준이며 당장 VPP나 전력중개사업이 원활히 이뤄지기에는 한계가 있다. 

전력중개시장이 소규모 태양광발전설비를 설치하는 시민이 참여할 수 있는 시장이 되기에도 유인책이 부족하다. 소규모 전력자원보유자와 이들을 대상으로 전력중개사업을 하려는 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해 전력거래 및 REC제도 검토와 개선이 필요하다. 전력중개사업자도 소규모 전력자원보유자가 전력시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해야 한다.

[인터뷰] 이근용 솔라커넥트 에너지IT 이사
“VPP시장, 수요공급 융합 및 제도변화에 따른 확장 기대”

▲이근용 솔라커넥트 이사가 솔라커넥트의 VPP 전략과 전망 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근용 솔라커넥트 이사가 솔라커넥트의 VPP 전략과 전망 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에너지비즈니스 플랫폼 기업 솔라커넥트는 최근 한국전력공사에서 주최한 전력데이터 활용 신서비스 개발 경진대회에서 'AI 기반 공급형VPP 운용솔루션'을 발표하며 기업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이근용 솔라커넥트 이사는 VPP의 핵심은 발전소를 짓는 과정에서 확보한 데이터(인풋 데이터)와 발전소가 운영되면서 확보된 실제 발전량 데이터(아웃풋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하는 역량 및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이 이사는 “국내 VPP시장 현황을 보면 수요기반의 수요반응자원거래시장은 이미 성숙한 시장으로 자리를 잡아 Auto-DR, 국민DR, UFR-DR 등 기능이 추가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공급기반 전력중개시장은 예측제고정산금 제도가 시행 준비 중으로써 VPP시장이 개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전력중개시장이 제도보안을 통해 안정적인 공급형VPP로 자리 잡으면서 수요형VPP와 융합돼 혼합형VPP로 발전이 예상된다. RE100시장과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RPS)제도 변화에 따른 전력 수요자원 중개사업자 역할이 확대되면 중개사업자에게 거래를 위탁한 REC를 RE100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게 된다.

이 이사는 “전력중개시장과 수요반응자원시장 융합이 자원확장 개념이라면 RE100 도입과 RPS제도변화는 VPP거래가 가능한 시장이 확장된다고 볼 수 있다”며 “거래할 수 있는 자원과 시장 확장이 가능한 만큼 VPP시장도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커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어 “VPP는 다수의 분산자원을 하나의 발전자원으로 취급해 전력시장에서 거래하는 기능구현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며 “하나의 발전자원으로 전력시장에서 거래를 하기 위해서는 공급안정성이 가장 중요하고 VPP 공급안정성은 예측기술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이 이사는 “분산자원 데이터를 수집하고 제어명령을 전달하는 클라우드시스템 기술도 중요하지만 VPP를 구성하는 분산자원 전체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구현하는 것이 아니라면 반드시 다른 시스템과 연동이 필요하다”며 “이 때 분산자원을 연결하기 위한 인터페이스를 대부분 새로 개발하게 되는데 이 과정이 매우 비효율적이라 자원을 VPP로 구성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표준화된 통신프로토콜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VPP는 공급 가능한 용량을 예상해 전력시장에 판매해야 한다. 판매 계약된 용량을 안정적으로 생산하기 위해 분산자원 발전량을 계속 예측할 필요가 있다. 이에 따라 신뢰성DR처럼 수요에 따라 VPP의 공급이 결정되기 때문에 수요에 대한 예측도 필요하다. 다만 이 과정에서 전력시장 모두를 개방하는 것이 아닌 우선 현행 전력시장에서 좀 더 다양성을 주는 등 단계적으로 변화해야 한다.

이 이사는 "전력시장에 다양성을 줘야 VPP가 활성화 되겠지만 전력중개사업이 이제 시작하는 단계에서 바로 전력시장을 모두 개방하면 계통안전성에 혼란을 줄 수 있다"며 "먼저 일정 자격을 지닌 사업자가 전력을 판매할 수 있도록 완충작용을 만드는 등 단계적으로 시장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진경남 기자 jin07@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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