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서남부 '콩팥' 지하 안양하수처리장의 재발견
악취 풍기는 혐오시설이 신재생+자원순환 기지로

▲서해안고속도로 시점과 접한 안양새물공원(사진 중앙 녹지). 공원 지하에 하루 25만톤의 하수를 처리할 수 있는 안양하수처리장이 있다. ⓒ안양시
▲서해안고속도로 시점과 접한 안양새물공원(사진 중앙 녹지). 공원 지하에 하루 25만톤의 하수를 처리할 수 있는 안양하수처리장이 있다.

[이투뉴스] 서해안고속도로 서울시점인 안양·광명을 지나다보면 도로변으로 축구장 20개 크기(18만㎡, 5만4000여평) 공원이 눈에 띈다. KTX광명역과 접한 안양새물공원이다. 축구장, 테니스장, 인공암벽 등 각종 체육시설과 잔디광장을 갖춰 인근 주민들이 즐겨 찾는다. 이 공원 양 끝엔 대형트럭이 들고날 수 있는 별도 출입구가 있다. 깊이는 지하 3층, 면적은 10만3300㎡인 거대 지하시설물과 통한다. 

안양·군포·의왕시 3개 지역 98만명이 배출하는 하수를 처리하는 안양하수처리장이 바로 이 곳에 있다. 지상은 도시의 '허파', 지하는 경기 서남부 '콩팥'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지금이야 사통팔달 주거지로 주목받는 곳이지만, 불과 4년전 까지 이곳은 악명 높은 박달하수처리장 자리였다. 1992년 준공된 15만톤급 시설과 1994년 증설한 동급시설이 매일 30만톤의 하수를 걸러 인근 안양천으로 흘려보냈다. 여기서 발생한 악취로 20년간 지역 주민들의 민원이 끊이지 않았다.

우물은 목마른 사람이 파게 마련. 하수처리장과 광명역 사이 공터를 아파트로 개발하려던 토지주택공사(LH)와 안양·광명시가 묘안을 냈다. 하수처리장을 통째로 지하화하기로 했다. 사업비 3300억원 가운데 2770억원을 LH가 냈고, 시·도와 국가도 300억원, 200억원 가량을 보탰다.

건설공사는 장기 이식수술을 하듯 15만톤급 1개 처리장을 가동하면서 나머지 부지에 25만톤급 새 지하처리장을 들여놓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2013년 10월 착공해 2016년 8월 주요시설을 완공하면서 기존 2개 처리장 기능을 모두 넘겨 받았다. 종합준공은 2018년 7월이다.

▲15만톤급 기존 하수처리장(사진 아랫쪽 지상시설물)을 그대로 가동하면서 나머지 부지(사진 윗쪽 건설공사 현장)를 활용해 지하하수처리장을 건설하는 장면
▲15만톤급 기존 하수처리장(사진 아랫쪽 지상시설물)을 그대로 가동하면서 나머지 부지(사진 윗쪽 건설공사 현장)를 활용해 지하하수처리장을 건설하는 장면

10만3300㎡ 지하하수처리장 日 25만톤 하수 처리 
물론 하수처리장 지하화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노후시설 개체공사 상당수가 이런방식으로 추진되고 있다. 잘 안 알려진 안양하수처리장의 특별함은 따로 있다. 오염된 물을 정화하는 고유기능을 수행하면서 바이오가스는 전기로, 하수슬러지는 환경친화적인 퇴비로 만드는 능력을 갖췄다.   

안양시에 따르면, 약 2100만㎡규모 주거·공업지역에서 하수처리장으로 흘러들어온 하루 25만톤의 하수는 1,2차 침사·침전지→생물반응조(CSBR)→3차(총인)처리시설(YDF))→자외선 살균 순을 거쳐 인근 안양천으로 방류된다. 이때 각 공정 바닥으로 하수찌꺼기가 하루 약 200톤씩 쌓인다. 검고 질척이며 악취를 풍기는 골칫덩이 하수오니다. 국내서만 연간 500만톤이 발생한다. 톤당 11만원을 들여 처리해야 하는 폐기물이다. 해양투기를 금지한 런던협약에 따라 2011년부터 전량 육상에서 소각·매립하고 있다.

▲하수오니를 고온·고압으로 열가수분해(THP, Thermal Hydrolysis Process)하는 반응조.
▲하수오니를 고온·고압으로 열가수분해(THP, Thermal Hydrolysis Process)하는 반응조.

이중 일부가 건조공정을 거쳐 석탄화력 혼소연료로 쓰이지만 폐기물로 취급해 시선이 곱지 않다. 안양하수처리장 지하엔 이 하수오니를 고온·고압으로 열가수분해(THP, Thermal Hydrolysis Process)하는 특수설비가 있다. 슬러지저장조와 소화조 사이에 자리 잡고 있다. 외형은 맥주공장 숙성 알루미늄 탱크를 닮았다. 캠비코리아가 노르웨이 캠비사(社) 기술을 국내 최초로 들여와 설치한 시설이다.

THP설비는 하수찌꺼기를 165℃ 온도와 대기압 6배(6Bar) 이상 압력으로 열가수분해(물을 넣어 끓임) 해준다. 일종의 대형 하수오니 찜솥이다. 열원은 소화조에서 발생한 바이오가스를 태워 공급한다. 전체 바이오가스의 25~30% 정도가 이 공정에 사용된다. 장점은 많다. 일반적인 소화공정보다 효율이 3배 가량 높아 소화조 체류일수(HRT)가 기존 30.5일에서 15.8일로 단축된다.

기당 30억원 안팎이 드는 소화조 건설비와 부지비용을 그만큼 줄일 수 있다는 뜻이다. 여기에 THP 공정을 거치면 소화가스 발생량은 3배 가량 늘고 케익발생량(최종슬러지)은 절반으로 준다. 모든 공정이 밀폐공정 안에서 이뤄지다보니 악취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안양하수처리장은 이렇게 쓰고 남은 바이오가스로 가스터빈을 돌려 연간 15억원 가량의 전기판매 수익을 올린다.

▲안양하수처리장 열가수분해 및 바이오가스 발전 공정도
▲안양하수처리장 열가수분해 및 바이오가스 발전 공정도

소화 가스발생량 3배, 최종슬러비는 절반으로
백미는 모든 공정을 거친 뒤 남는 최종슬러지가 폐기물이 아니라는 점이다. THP공법을 거친 하수찌꺼기는 방향족과 유기화합물이 파괴돼 악취가 없다. 거부감이 없는 발효된 흙냄새가 난다. 이미 소화조에서 유기물질이 전량 에너지화 됐기 때문이다. 해외에선 이렇게 발생한 소화슬러지를 퇴비나 토양개량제를 만들어 판매한다.   

황상규 바이오솔리드 플러스 대표는 "THP는 하수처리장 폐기물시설 건설비 절감부터 하수찌꺼기 처리비 해결, 유기질 비료 생산까지 1석3조의 자원순환 경제형 신기술"이라면서 "추가로 에너지를 투입해 하수오니를 건조하는 '무늬만 자원화' 대신 슬러지를 최대한 안전하게 자원순환하는 이 공법을 확대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THP를 거친 안양하수처리장 바이오솔리드(biosolid)를 성분 분석한 결과 중금속 기준도 비료원료 기준을 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앞으로 이를 토지개량제와 비료로 개발해 하수슬러지가 골칫거리가 아닌 귀중한 자원임을 널리 알려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안양하수처리장 지하 시설물 구조도
▲안양하수처리장 지하 시설물 구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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