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인터뷰] 서용칠 폐자원에너지 정책·기술포럼 위원장
REC대체 인센티브 등 정책지원, 주민수용성 제고방안 필수

발생 최소화·재활용 중요하지만 에너지化 안되면 결국 매립

▲서용칠 폐자원에너지 정책-기술포럼 위원장
▲서용칠 폐자원에너지 정책-기술포럼 위원장

[이투뉴스] “폐기물의 발생 최소화와 재활용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에너지화와 소각이 빠지면 결국은 매립밖에 없다. 폐기물 처리는 모든 단계가 반드시 필요하다. 좋은 것만 할 수는 없다. 모든 과정이 같이 가야만 폐기물 적정관리가 가능하다.”

폐자원에너지 정책·기술포럼 위원장을 맡고 있는 서용칠 연세대 교수는 흔히 ‘쓰레기 박사’로 불린다. 스스로도 그 호칭을 좋아할 정도다. 그만큼 우리나라 폐기물 정책·기술 분야의 산증인이라는 의미다. 특히 원자력연구소를 거쳐 연세대에서 교편을 잡는 동안 꾸준히 폐기물에너지 분야에서 많은 역할을 해왔다. 폐기물 문제가 국가적 현안으로 떠오른 상황에서 폐자원에너지포럼을 만들어 위원장을 맡은 것도 그의 전문성과 리더십이 바탕이 됐다.

서 위원장은 폐기물관리정책의 기본에 대해 강조했다. 정부가 발생최소화-재사용·재활용-에너지화(소각)-매립이라는 단계 중 민원이 적으면서 각광 받는 것에만 신경 쓰고, 주민이  싫어하는 에너지화나 소각·매립을 간과해선 안된다는 것이다. 특히 에너지화를 막아서는 폐기물 전체에 동맥경화가 발생하는 만큼 이를 해소해야 전체 문제가 풀린다는 데 설명을 집중했다.

“우리나라 폐기물 재활용 및 에너지화는 지속적인 증가추세를 보여 왔다. 국제유가가 치솟자 SRF(폐기물 고형연료) 개념을 도입한 것은 물론 음폐수를 활용한 바이오가스 등도 늘었다. 하지만 현 정권 들어 폐기물에 주던 REC(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를 없애고, SRF발전사업도 취소하면서 폐기물 문제가 꽉 막히고 있다.”

SRF 열병합발전소 등 폐기물에너지사업에 대한 민원이 극심해지자 점차 후퇴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정부에 대해선 따끔한 충고를 아끼지 않았다. 유가하락과 폐기물 수입폐지 등 여러 이유가 있지만 “골치 아프니까 정책기조를 접은” 정부 책임도 크다는 이유에서다.

정책개선 방향에 대해선 작년 12월에 감사원이 내놓은 개선대책이 전반적으로 잘 꾸려진 만큼 이를 적극 실천해야 한다고 동의를 표시했다. 다만 매립제로화 등 100%가 아닌 단계별 역할을 인정하면서 점진적으로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신뢰도 강조했다. 정부는 국민과 사업자를 설득하고, 폐기물에너지사업자 역시 지역주민이 믿을 수 있도록 각종 환경정보를 공유해야만 민원이라는 큰 파고를 넘을 수 있다는 지론이다.

-쓰레기 문제가 폭발일보 직전이라는 말들이 많다.
“2007∼2008년쯤 전 세계적인 에너지위기로 유가가 140달러를 넘어갔다. SRF 콘셉트를 이때 들여왔고, 바이오가스도 등장했다. 이후 REC 지원 등을 할 수 있게 바탕도 깔아 놨다. 문제가 생긴 것은 작년부터다. REC 지원을 중단하고, SRF 민원으로 전국이 몸살을 앓으면서 정책기조가 바뀐 데다 코로나로 유가까지 폭락하자 방치 폐기물(쓰레기산), 폐기물 미수거 등의 문제가 터졌다. 폐기물 발생은 계속 늘고 있는 상황에서 에너지화든 소각·매립이든 나갈 출구를 열어줘야 하는데 2년 동안 수도꼭지가 막혔다. 빠져나갈 곳은 없는데 풍선에 바람만 계속 불어넣는 것으로 머지않아 터질 수 있다.”

-자원순환기본법 제정 등 ‘쓰레기도 자원’이 현재 정책방향 아닌가.
“폐자원에너지도 신새쟁에너지와 똑같다. 유가가 올라가면 인기가 좋다. 바닥으로 내려가면 인기가 없다. 현재 40달러 가지고는 경제적인 유인이 떨어진다. 여기에 쓰레기 수출이 각국의 규제로 갈수록 막히고 있는데다 SRF에 대해선 민원이 속출하는 등 여러 요인이 있다. 우리나라에 넘쳐나는 석탄재와 PET병을 일본에서 수입하는 이유도 경제적인 유인(돈을 받고 가져 온다)이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감사원에서도 지적했듯이 이전까지는 폐자원에너지 확대를 위해 지원이 잘 이뤄졌다. 하지만 현 정부가 민원 문제 등으로 골치가 아프니까 REC 지원중단을 비롯해 SRF 사업전환 등 정책기조를 바꾸면서 문제가 더 커지고 있다.”
 

-SRF사업 후퇴가 문제라는 말인가.
“2000년대 후반부터 전국에 SRF설비를 갖추는 방향으로 정책이 갔다. 많은 도시에서 다들 시작했다. 하지만 초기에 빨리 간 곳은 가동하고 있지만, 늦어진 곳은 대부분 중단됐다. 정부가 밀고 갈 때는 그나마 추진이 됐으나, 정권이 바뀌면서 진도 늦게 뺐던 사업들은 다 스톱되는 상황이다. 심지어 사전에 만든 생활폐기물 펠릿제조시설도 SRF발전소가 막히면서 가동을 못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정부가 해야 하는 일을 민간이나 공공에 떠넘긴 측면이 있다.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지원을 줄이고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태도 역시 이를 부추겼다는 판단이다.”

-내포신도시와 나주혁신도시 SRF가 변곡점이었다는 평가가 많다.
“정부가 너무 밀렸다. 사업허가 다 받아 놓고 공사까지 시작했는데 연료전환을 밀어부쳤다. 심지어 완공된 지 오래된 나주 SRF열병합의 경우 가장 여건이 좋은데다 공기업이 나서 보장까지 해주는데도 안되면 SRF는 더 이상 갈수가 없다. 단순히 지역문제가 아니고, 에너지 차원의 문제로 폐기물정책 전체도 흐트러진다. 1990년대는 물론 2000년대 초반에 소각로 지을 때도 지금과 똑같이 주민반대가 많았다. 하지만 그때는 국가가 의지를 가지고 시설을 지었고, 50% 이상의 주민지원을 해주면서 갔다. 지금은 그 당시보다 훨씬 깨끗하고 시설기준도 강화됐는데 반대가 심하다. 정책지원이 충분히 이뤄지지 못한 것이 크다. 처음부터 과욕은 버리되 과감하게 재정을 지원해야 한다. 방치하고 내버려둬선 쓰레기 문제가 또 터진다. 정부가 앞장서야 한다.”

-폐기물에너지를 신재생 범주에서 뺀 것은 글로벌 기준 아닌가.
“정치싸움 측면이 있다. 이전 정부가 하던 것을 새정부가 들어오면 하지 않는 경향이 있는데 REC 없앤 것도 이러한 영향을 받은 것 같다. 기본적으로는 글로벌 기준이 안 맞는다는 맥락에서 REC 지원을 중단했는데 가연성 쓰레기 역시 국제적으로 카본중립에너지로 본다. 화석연료를 태워서 얻어야 하는 에너지를 제3의 수단으로 생산하는 것을 인정해주는 셈이다. 탄소중립이라는 개념으로 보면 폐기물에너지도 대체에너지 범주에 포함되며, 국익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물론 REC 외에도 다른 방법도 있다. 자원순환 크레딧(인증서)이나 대체에너지 크레딧, 일정 이상(70%)의 폐자원에너지 회수효율을 보일 경우 인센티브를 주는 것도 대안이 될 것이다.”
 
-발생최소화나 재활용은 어떻게든 가고 있는데 에너지화만 유독 안된다.
“수업 첫 시간에 학생들에게 강의한다. 폐기물 관리의 원칙은 발생 줄이고, 재활용 높이고, 적절한 처리 후 최종 처분하는 것이다. 법이 바뀌면서 3번째 단계에 에너지화가 추가됐다. 쓰레기 발생을 줄이고 최대한 재활용해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은 모든 사람이 동의한다. 하지만 그 이후단계인 에너지화 및 소각, 매립이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모든 수단이 필수적이고 하나라도 빠지면 전체 폐기물 관리가 불가능하다. 하지만 에너지화 및 소각의 중요성은 무시하고 간과하는 경향이 있다. 에너지화의 길을 막아 놓으면 매립밖에 없다. 폐자원에너지는 안된다고 포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갈 수밖에 없고, 가지 않을 수 없는 길이다.”

-소각이나 에너지화 과정에서 나오는 오염물질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에너지화 과정에서 나오는 다이옥신, 미세먼지, 질소산화물, 황산화물이 주오염원이다. 소각로에선 이런 종류 아닌 유해물질은 거의 없다. 알루미늄, 니켈, 휘발성유기오염물을 측정도 하지 않는다는 소리도 있는데 연소특성을 감안할 때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 다른 유해물질이 없는지 확인하고, 규제 등을 재정비 하는 등 간과해서는 안되지만 제3의 물질에 연연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주민들에 대한 건강영향조사 등은 강화할 필요가 있다”

-환경부는 폐기물 정책의 대전환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는데 폐기물 정책 어떻게 가야 하나.
“포럼에선 주민수용성 제고방안을 비롯해 법체계 개선이 필요하다고 인식하고 있다. 특히 자원재순환 중 에너지화가 따로 놀지 않도록 ‘폐자원에너지에 관한 특별법’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REC 폐지 및 하향 조정에 따른 인센티브나 보조금 등 지원방안도 시급하다. 폐자원에너지를 통한 수소경제(가스화 신기술) 대비도 요구된다. 여기에 에너지회수율을 평가해 회수율이 높을수록 지원을 확대하는 것과 함께 기술적으로 한국형 소각로(K-소각로)에 대한 기술개발을 통해 한국형 자원회수가 널리 퍼지길 희망해본다.”

◆서용칠 위원장은?
-연세대 화학공학과 졸업
-미 일리노이공과대학 석·박사(화학공학)
-원자력연구소 책임연구원, 지역협력실장
-연세대학교 교수, 교무처장, 보건대학장
-국립환경연구원 평가위원
-한국폐기물자원순환학회 14대 회장
-환경부 자원순환분과 중앙환경정책위원
-세계폐기물에너지기술협의회 아시아 부회장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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