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인천의 쓰레기 독립선언 후폭풍이 거세다. 영종도에 독자적인 매립장을 만들어 인천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를 여기에 매립한단다. 인천시만의 문제였다면 얼핏 당연한 일일뿐더러 반향도 크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많은 의미가 숨어 있어 일이 시끄러워졌다.

현재 서울과 경기, 인천은 인천시 서구에 있는 수도권매립장을 함께 쓰고 있다. 하지만 인천시는 수도권 쓰레기를 왜 우리가 받아줘야 하느냐며 늘 불만을 제기해 왔다. 이번 쓰레기 독립선언은 수도권매립지 사용연장을 더 이상 해주지 않겠다는 인천시의 강력한 의지가 담겨 있다.

환경부를 비롯해 서울과 경기도는 인천시 발표가 나오자 화들짝 놀랬다. 수수료만 더 내면 수도권매립지를 연장해서 쓸 수 있을 것이란 탈콤하고 안일한 생각을 더 이상 계속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이후 인천을 뺀 3개 기관 공동으로 대체매립지 공모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다른 길을 가겠다는 인천시에 섭섭한 마음을 숨기지 않은 셈이다.

인천시는 이번 쓰레기 독립선언을 통해 폐기물 정책과 관련 두 가지의 중요한 의제를 던졌다. 지자체의 쓰레기 자립을 환경정의와 연결시키는 한편 직매립이라는 후진적 자원순환정책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호소가 바로 그것이다.

“나만 아니면 돼”는 비단 TV 예능프로에서만 나오는 얘기가 아니다. 폐기물 정책에서도 지자체 별로 우리만 피하면 된다는 생각이 은연중 퍼진 것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비단 광역지자체 단위에서만 등장하는 이슈가 아니라는 것이 더 큰 문제다. 기초지자체 단위에서도 소각장과 하수처리설비 입지 등을 둘러싸고 말썽이 잦다.

광주와 전남도, 나주시가 나주 SRF 열병합발전소를 둘러싸고 마찰을 빚고 있는 것도 ‘우리 지역만 아니면 괜찮다’는 인식에서 비롯됐다. 다른 지역으로 생활쓰레기 처리를 떠넘길 때는 모른척 하다가 문제가 불거지자 “폐기물을 왜 남의 지역에서 태우느냐 or 그때는 아무말 없었잖아”로 안색을 바꿨다.

직매립 금지 역시 깊이 다뤄야 할 숙제다. 주민들의 반대로 폐기물 에너지화가 급속히 꺾이면서 처리하지 못 한 쓰레기가 갈수록 넘쳐나기 때문이다. 대안 없이 미루기만 해서는 전국 곳곳에 온통 매립지만 넘쳐난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된다.

어렵사리 이끌어 낸 인천시의 쓰레기 독립선언이 반드시 성공해 후진적인 자원순환정책이 확 바뀌는 계기가 되길 고대한다. 또 환경정의가 이 땅에 넘쳐 나지는 못하더라도, 특정지역에만 쏠리지 않기를 희망해 본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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